[황인찬의 댄스 위드 월드]트럼프 만나기전에 플레이보이를 읽어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0일 16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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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최근 미국 성인잡지 플레이보이를 탐독했다. 물론 낯 뜨거운 여성 모델들의 벌거벗은 나체 사진들을 본 건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부동산 개발업자로 승승장구하던 1990년 플레이보이와 가진 인터뷰 기사다.

18일(현지 시간) 미 월간 애틀랜틱에 따르면 트럼프는 당시 기사에서 사업 얘기부터 개인 생활, 정치 철학과 국제 관계까지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그래서 트럼프와 거래 관계가 있는 사람들이 사전에 꼭 읽어야 할 ‘트럼프 연구 교재’가 됐다는 것이다. 애틀랜틱은 “대선 때 와일드카드로 등장했지만 트럼프는 이미 자신의 핵심 정책의 가닥을 수십 년 전에 잡았다. 그는 놀랍도록 일관성이 있고, 예측 가능한 인물”이라고 평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지난달 워싱턴을 찾은 아베 총리, 최근 워싱턴을 다녀간 메르켈 총리 모두 플레이보이에 실린 해당 인터뷰를 참모진과 함께 연구 분석한 뒤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분석 결과는 곧 행동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시 기사에서 “미국에 굴러들어오는 모든 메르세데스 벤츠에 무거운 세금을 매기겠다”고 공언했던 것에 주목한 메르켈 총리가 이번 방미 경제인단에 하랄드 크뤼거 BMW 최고경영자(CEO)를 포함시킨 것이 대표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눈도장을 찍어 독일 자동차업계에 호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려 했다는 것이다.

최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 우방에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하고, 국방예산을 대폭 늘린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정책들의 밑그림도 이미 27년 전 인터뷰에 담겨있다고 애틀랜틱은 전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소위 동맹이라고 불리는 일본, 서독, 사우디아라비아, 한국 등은 우리를 착취하고 있다. 미국인들은 대가를 바라지 않고 (일본 등)부유한 국가들을 군사적으로 지원해줘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또 자신의 대통령 출마 가능성을 언급하며 “그(미래의 트럼프 대통령)는 동맹을 포함해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엄청난 무기들을 만들고 완벽히 할 것”이라고 군사비 증액을 일찌감치 예고했다.

황인찬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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