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의 체험 현장]‘고향 기부’로 1석 3조… 지역경제 살리고 세금 공제에 특산품 혜택

장원재 특파원 입력 2017-07-28 03:00수정 2017-07-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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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재정 늘리는 일본의 ‘고향 납세’ 제도
일본 도쿄에 살고 있는 기자가 홋카이도의 한 자치단체에 5000엔을 기부하자 일주일 만에 감사편지와 함께 저농약 쌀 5kg이 배달됐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출신지인 홋카이도(北海道) 자치단체에 2만 엔(약 20만 원) 정도 기부하려 합니다. 성게나 대게를 답례품으로 주는 곳을 찾고 있습니다.”

25일 일본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구에서 만난 회사원 가토 다이치(加藤大地·30) 씨는 이날 후루사토(고향)납세 설명회를 듣기 위해 ‘후루사토 초이스 카페’를 찾았다. 고향납세 사이트를 운영하는 민간기업 트러스트뱅크가 만든 곳이다. 가토 씨는 “기부를 통해 고향을 응원하면서 특산품도 받을 수 있어 일석이조”라며 웃었다.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된 ‘고향세’는 2008년 일본이 도입한 고향납세 제도가 모델이다. 일본의 경우 지자체에 기부하면 기부액 중 2000엔(약 2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소득세와 주민세에서 공제해 준다. 지난해 기준으로 기부 건수가 1270만 건, 액수는 2844억 엔(약 2조8440억 원)에 이를 정도로 확산됐다.

○ 5000엔 기부에 3000엔 세금 공제에 쌀 5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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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제 한도는 소득과 가족 구성 등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거주 지자체에 낼 주민세의 약 20%까지다. 도쿄에 사는 기자가 직접 고향납세를 신청해 보기 위해 4인 가족, 연 소득 400만 엔(약 4000만 원)의 조건으로 전용 사이트에서 시뮬레이션을 하자 3만3000엔(약 33만 원)까지라는 결과가 나왔다.

다음은 기부처와 답례품을 고를 차례. 답례품은 당초 정부가 설계한 제도에는 없었다. 하지만 지자체들이 감사의 표시로 특산품을 보내주는 것이 일반화돼 지금은 거꾸로 답례품을 받기 위해 기부하는 이가 많다. 1788개의 지자체에서 고향납세 사이트에 등록한 답례품 종류만 13만 개에 달한다.

기자는 고민 끝에 홋카이도 호쿠류(北龍)정에서 재배한 저농약 쌀을 골랐다. 기부금 사용처로 ‘의료·복지’를 고르고 신용카드로 5000엔(약 5만 원)을 결제했다. 일주일 후인 26일 쌀 5kg(시가 2400엔 상당)이 감사 편지와 함께 배달됐다. 이후 공제 신청서를 작성해 신분증 사본과 함께 기부처에 보내면 내년 주민세에서 3000엔(약 3만 원)이 공제된다. 결국 2000엔을 부담하고 그 이상의 혜택을 본 것이다. 기부액이 커지면 답례품으로 쇠고기, 대게 등도 고를 수 있다.

○ 절차 간소화 후 급속히 확산

초기에는 기부 후 세무서에 확정신고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이용자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2015년 절차를 간소화한 ‘원스톱 특례’가 생기고 공제 한도가 2배로 늘면서 급속히 확산됐다. 2014년에 이용 건수 191만 건, 액수 389억 엔(약 3890억 원)에서 2년 만에 건수는 6.6배로, 금액은 7.3배로 늘었다.

이미 지자체 중에는 기부금으로 마을 살리기에 성과를 거둔 곳이 적지 않다. 홋카이도의 가미시호로(上士幌)정은 기부금으로 어린이집 보육료를 10년 동안 면제해 인구 감소세를 반전시켰다. 2016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인구 66명이 늘었다고 한다. 답례품으로 지역 온천 이용권 등을 주며 관광객 유치에 나서는 곳도 있다. 지자체들은 보통 기부금의 30∼40%를 답례품으로 주고 나머지를 마을 사업에 사용한다. 하지만 기부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부액의 70∼80%를 돌려주는 지자체도 나타났다. 아이패드, 드론 등 전자기기를 주거나 크루즈 이용권, 상품권 등 고가의 답례품이 등장했고, 이를 팔아 현금화하는 사례까지 나왔다. 총무성이 올 4월 “답례품을 기부금의 30% 이하로 하고 상품권 등 환금성이 높은 답례품을 자제하라”고 주의를 내렸을 정도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일본#기부#세금 공제#특산품#고향 납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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