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옌볜 조선족 자치주 60돌]조선족 비율 70%→ 36%… ‘옌볜의 한숨’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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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층 이탈로 한족화 가속

중국 옌볜조선족자치주 옌지 시에 위치한 옌지인민경기장에서 지난달 24일 어린이들
이 경축공연 연습을 하다 잠시 휴식하고 있다. 옌볜조선족자치주 창립 60주년을 기념
해 3일 이 경기장에서 2만2000여 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경축공연이 열린다. 옌지=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중국 옌볜조선족자치주 옌지 시에 위치한 옌지인민경기장에서 지난달 24일 어린이들 이 경축공연 연습을 하다 잠시 휴식하고 있다. 옌볜조선족자치주 창립 60주년을 기념 해 3일 이 경기장에서 2만2000여 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경축공연이 열린다. 옌지=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조선족 한준흥 씨(22)는 아홉 살 때 부모를 따라 고향인 옌볜조선족자치주 옌지(延吉)를 떠나 베이징(北京)에 온 후 식당에서 일하는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아버지는 지난해 산업연수생으로 충남의 한 공장에 취직했다. 한 씨처럼 자치주를 떠나 중국의 다른 도시나 한국 등으로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사는 것은 조선족 사회의 보편적인 현상이다.

개혁 개방과 한중 수교는 중국엔 도약의 기회가 됐지만 조선족자치주엔 오히려 인구 감소로 위기를 맞는 계기가 됐다. 자치주 내 조선족 인구는 1995년 86만 명이었지만 2009년에는 80만 명으로 7%가량 줄었다. 중국 전체 인구는 같은 기간 10% 가까이 늘었다.

자치주의 조선족 인구 감소는 한국 정부가 해외 동포에 대한 비자 정책을 완화하면서 한국으로 가는 사람들이 늘어난 데다 중국 각 지역으로의 진출이 증가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절대인구 감소보다 더 큰 문제는 비율의 하락이다. 옌볜에서 조선족은 1953년 70.5%에서 2010년에는 36.7%로 줄었다. 주도인 옌지는 인구 49만 명 중 조선족이 58%, 룽징(龍井)은 19만 명 중 67%로 그나마 높지만 왕칭(汪淸) 현은 30%, 둔화(敦化)는 2%에 불과하다. 이름만 ‘조선족자치주’이지 한족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빈 둥지’가 될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소수민족 자치주 내 소수민족 인구가 전체의 30%를 밑돌면 자치주 지정이 취소될 수 있다. 2010년 3월 리룽시(李龍熙) 조선족자치주 주장은 “자치주를 옌볜 시로 전환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조선족 인구 감소는 조선족 사회 해체로 이어지고 있다. 조선어 매체인 지린(吉林)신문에 따르면 옌지의 홀몸노인 비중은 23.9%로 조선족이 많은 자치주 밖의 다른 도시보다 월등히 높았다.

조선족 학교도 줄고 있다. 1990년 소학교는 363개, 중고교는 288개였지만 지금은 20%만 남았다는 말이 나온다. 1918년 설립돼 민족교육의 요람으로 불렸던 룽징(龍井)의 정동중학교도 1999년 학생 감소로 문을 닫았다. 조선족 전문예술인 배출의 산실이었던 옌볜대 예술학원 무용부는 정원 60명을 채우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조선족자치주#옌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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