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는 지금]“고교 야구스타가 술 마셨다고?” 일본 발칵

고등학교 야구선수 3명이 술을 마신 ‘사건’으로 일본이 떠들썩하다. 일본 언론은 23일 “동북지방 아오모리(靑森) 현에 있는 고세이가쿠인(光星學院)고교의 야구선수 3명이 지난해 12월 각자의 고향에서 술을 마신 사실이 드러났다”며 사회면에 크게 보도했다. 학생들이, 그것도 ‘룰’을 생명처럼 지켜야 하는 스포츠 선수들이 규칙을 어기고 순수성을 잃었다는 이유에서다.

이 학교는 최근 막을 내린 고시엔(甲子園)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준우승을 하면서 온 국민의 주목을 받았다. 고시엔 대회는 NHK방송이 하루 종일 경기 전체를 생중계하고 모든 신문이 몇 개 지면을 할애해 대서특필할 정도로 국민적 관심이 높다. 그런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고세이가쿠인 야구선수들이 지역으로 돌아가자마자 음주사건이 불거진 것이다.

지난해 술을 마신 야구선수들이 ‘아무 생각 없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음주 사실을 사람들이 보고 학교에 ‘신고’를 하며 이들의 음주사건은 세상에 알려졌다.

해당 학교와 야구계는 발칵 뒤집혔다. 호간 신이치(法官新一) 교장은 “대단히 죄송하다. 성장과정에서의 잘못으로, 고교야구연맹의 지도를 받아 향후 대책을 결정하겠다”며 머리를 숙였다. 이 학교 인터넷 홈페이지는 누리꾼의 접속 폭주로 폐쇄됐다. 일본고교야구연맹은 24일 심의위원회를 열어 징계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들 학생은 학칙대로 하면 정학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정학 기간이나 구체적 처벌 수위는 조사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학교 야구팀은 아오모리 현청과 시청을 비롯해 지역 곳곳을 돌며 ‘준우승 인사 순례’를 하려던 계획을 취소하고 자숙에 들어갔다. 지역 영웅들이 음주학생 3명 때문에 하루아침에 ‘죄인’으로 전락한 것이다.

학교와 야구협회의 조사 결과에 따라 음주 파문이 더욱 커질 수도 있다. 고교야구연맹과 언론 등에선 “학교가 이미 이런 사실을 알고도 숨긴 채 해당 학생들을 고시엔 대회에 출전시켰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중대한 문제로 철저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