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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10년후의 성장엔진을 찾아라]<6>우주여행으로 비상 꿈꾸는 일본

입력 2011-01-17 03:00업데이트 2011-01-17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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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프로이테레스 위성 1호기의 심장 역할을 하는 펄스플라스마 엔진입니다.”
지난해 12월 17일 일본 오사카(大阪)공업대 연구실. 길이 7cm 남짓한 원통 모양의 구조물을 손에 든 채 다하라 히로카즈(田原弘一) 기계공학과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초소형 인공위성에는 세계 처음으로 적용되는 전기추진 로켓엔진이죠. 내년 하반기에 인도 PSLV 로켓에 실려 우주로 발사됩니다.” 다하라 교수의 설명에는 자부심이 넘쳐난다. 소형 인공위성은 대부분 스스로 이동이 불가능한 붙박이형이다. 그러나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30cm, 무게 14.5kg인 이 위성은 초소형임에도 자체 엔진을 달고 있어 궤도를 벗어나 이동할 수 있다. 원하는 지점으로 날아가 더 정확하고 선명한 정보를 보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로켓에 쓰이는 엔진은 연료탱크와 밸브 등이 필요해 로켓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고체연료에 전기를 흘려 추진력을 얻는 전기추진 엔진 개발에 성공하면 우주비행용 로켓엔진의 소형화가 가능해진다는 게 다하라 교수의 설명이다.》

히가시오사카 시의 중소기업우주개발협동조합(솔라)은 2020년까지 키 150㎝, 체중 50㎏의 두 발로 걷는 로봇을 만들어 달 탐사에 나선다는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배경 사진은 솔라가 제작한 포스터.히가시오사카 시의 중소기업우주개발협동조합(솔라)은 2020년까지 키 150㎝, 체중 50㎏의 두 발로 걷는 로봇을 만들어 달 탐사에 나선다는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배경 사진은 솔라가 제작한 포스터.
놀라운 점은 로켓엔진의 세대교체를 불러올 수도 있는 이 어마어마한 프로젝트를 지방 공업대 학생들이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수들이 설계와 디자인에 대해 조언하고 학생 50여 명이 기존 연구 등을 참고해 부품과 소재를 사서 직접 만들었다.

다하라 교수는 “지금까지 우주개발은 특화된 대기업이나 전문 연구소에서만 가능하다고 여겨졌지만 소형 위성은 다르다”며 “우주여행은 이제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 우주기술 전초기지 꿈꾸는 오사카

소재부품 산업이 발전한 전통 제조업의 도시 오사카가 우주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중소기업과 대학이 한데 뭉쳐 2020년까지 일본 우주기술의 전초기지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오사카발(發) 우주개발 열풍은 일본 전국으로 퍼져 가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 우주로 발사될 예정인 프로이테레스 1호의 모습. 다하라 히로카즈 오사카공업대 교수(왼쪽)가 학생과 함께 위성을 살펴보고 있다. 이 대학 학생 50여명이 직접 자재를 구입해 제작했다.올해 하반기에 우주로 발사될 예정인 프로이테레스 1호의 모습. 다하라 히로카즈 오사카공업대 교수(왼쪽)가 학생과 함께 위성을 살펴보고 있다. 이 대학 학생 50여명이 직접 자재를 구입해 제작했다.
오사카의 우주개발 붐은 2009년 1월 오사카 부의 히가시오사카(東大阪) 시 중소기업들의 ‘무모한 도전’이 기폭제가 됐다. 이 지역 중소기업들이 모여 만든 중소기업우주개발협동조합(솔라·SHOLA)이 소형 인공위성 ‘마이도’ 제작에 성공한 것.





첨단 우주개발의 집적체인 인공위성을 중소기업이 만든다는 것은 제조업 선진국 일본에서도 시도하기 어려운 도전이었다. 하지만 솔라는 오사카부립대,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등과 4년간의 협업 끝에 꿈을 현실로 이뤄냈다.

“위성 안에는 수천 개의 부품과 소재, 기계가 들어간다. 그중 상당 부분을 우리 같은 중소기업의 기술력이 뒷받침하고 있다.”

‘과연 중소기업의 우주개발이 가능한가’라는 의구심을 버리지 못하는 기자에게 마이도 제작 당시 주간사로 참여했던 아오키사(社)의 아오키 도요히코(靑木豊彦) 회장이 답한 말이다.

실제로 당시 마이도 제작에 참여한 6개 중소기업은 각각 관련 부품소재 분야에서 1위를 달리는 알짜기업이다. 아오키는 마이도의 몸체에 쓰이는 탄소섬유 분야에서 독보적 기술을 가지고 있다. 1997년 미국 보잉사에서 납품 인증을 받는 등 항공기 부품을 생산하며 쌓은 탄소섬유 가공 기술을 우주개발에 활용했다. 솔라는 달 탐사 로봇 제작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내걸었다. 회원사를 재정비해 2020년까지 키 150cm, 체중 50kg의 두 발로 걷는 로봇을 만들어 달 탐사에 나선다는 것이다. 솔라 이사장을 맡고 있는 스기모토 히데오(杉本日出夫) 다이니치 사장은 “가혹한 우주 환경을 견딜 수 있는 소재 개발이 관건”이라며 “부품소재 기술력이 탄탄한 오사카 중소기업의 힘이면 충분하다”고 자신했다.

오사카 지역 내 중소기업 지원을 맡고 있는 오사카부청 상공노동부 료케 마코토(領家誠) 과장은 “중소기업이 지역 내 대학과 연계해 위성이나 로켓 부품을 공동 제작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며 “우주 관련 벤처 창업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 일본 제조업, 우주에서 길을 찾다

오사카공대의 프로이테레스 1호 제작 연구실에서 학생들이 스페이스체임버를 점검하고 있다. 스페이스체임버는 우주 환경을 재현해 놓은 실험 공간으로 이 안에서 펄스플라스마 엔진 실험을 한다.오사카공대의 프로이테레스 1호 제작 연구실에서 학생들이 스페이스체임버를 점검하고 있다. 스페이스체임버는 우주 환경을 재현해 놓은 실험 공간으로 이 안에서 펄스플라스마 엔진 실험을 한다.
오사카 중소기업의 ‘우주 도전’은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일본 제조업에 새로운 활로를 제시했다. 일본 제조업은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높은 기술력을 자랑하지만 가격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제품을 해외로 수출해 성장해온 경제성장 공식이 더는 유효하지 않게 됐다.

일본 전국에 갑작스러운 우주개발 붐이 일어난 것도 이 때문이다. 오기모토 겐지(荻本建二) 소키시스템 사장은 “기술만큼은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일반 범용 제품을 만들어 신흥국 제조업과 경쟁하기에는 일본의 고급기술은 차고 넘친다”고 말했다. 일본 제조업이 살길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옮아가야 하고 그게 바로 우주라는 것이다. 향후 10년 뒤를 겨냥한 새로운 시장을 지구가 아닌 우주에서 찾은 셈이다.

그렇다고 일본이 전방위 우주개발을 목표로 삼은 것은 아니다.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도 돈을 벌기 힘든 기존의 연구개발용 위성이나 대형 로켓 대신 소형 위성, 소형 로켓 등 우주 강국이 눈여겨보지 않은 ‘틈새’를 노리고 있다. 우주개발도 ‘축소 지향’이라는 점에서 매우 일본적인 셈이다. 일본 중소제조업이 우주산업에 참여할 여지도 여기서 생긴다.

○ 이제는 우주산업이다

일본의 기업과 대학이 ‘우주의 상업적 이용’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향해 뛸 수 있었던 데는 정부 정책의 효과가 컸다. 일본의 우주정책을 총괄하는 우주개발전략본부는 미국 등 우주 선진국에 비해 예산과 산업 규모는 작지만 우주산업화에 서둘러 실속을 차린다는 전략을 세웠다.

일본에서 로켓이나 인공위성을 제작하는 우주기기산업은 약 2700억 엔 규모로 대부분 정부 발주 물량이다. 민간 우주산업이 사업성을 확보하려면 산업 규모가 작아도 5000억 엔이 돼야 하지만 정부 프로젝트를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결국 위성이나 로켓의 해외수출로 민간 파이를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마침 중국, 인도 등 신흥국에서 재해관측이나 기상정보를 위한 위성 수요가 확대되면서 5년 내에 우주산업의 규모가 2배 이상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우주기기산업과 위성정보를 활용한 우주 서비스 산업을 합친 전체 우주산업의 규모를 7조 엔에서 2020년까지 14조∼15조 엔으로 2배 이상 키운다는 목표를 세웠다.

▼미쓰비시 하반기에 상업용 로켓 첫 발사… 한국産 위성도 실려▼

2009년 1월 23일 솔라가 만든 인공위성 ‘마이도 1호’가 로켓에 실려 발사되는 모습. 사진 제공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2009년 1월 23일 솔라가 만든 인공위성 ‘마이도 1호’가 로켓에 실려 발사되는 모습. 사진 제공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일본 대기업들의 우주산업 진출은 이미 오래전에 시작됐다.

미쓰비시중공업은 올해 하반기에 사상 처음으로 상업용 로켓을 발사한다. 상업용 로켓은 자국 정부의 관급 발주가 아닌 민간 기업이나 외국 정부 등 ‘고객’의 주문을 받아 위성을 우주까지 실어주는 일종의 ‘위성 택배 서비스’. 미국 러시아 등이 주도해 온 이 시장에 일본은 독자 개발한 H2A 로켓으로 뛰어들었다. 고객 중 하나가 한국이다. H2A에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이 개발 중인 다목적위성 등 여러 대의 위성이 실린다.

일본 정부는 로켓의 상업적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로켓 발사 기지인 ‘다네가시마(種子島) 우주센터’의 로켓 발사 일수 제한도 풀었다. 지금까지는 어업 보호를 이유로 연간 190일로 한정했지만 일본의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올 4월부터 1년 중 언제든 쏠 수 있게 됐다.

인공위성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해 9월 11일 발사된 위치측정 전문위성인 미치비키 1호가 대표적인 사례다.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공동 개발한 이 위성은 현재 일본과 호주 상공을 8자 모양으로 선회하며 시시각각 위치 정보를 보내오고 있다. 지상의 사물을 3cm까지 판별할 수 있어 오차가 10m인 현재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보다 정밀도가 300배 이상 높아졌다.

미쓰비시는 앞으로 6기의 위성을 추가로 쏴 현재 미국 인공위성에 의존하고 있는 GPS를 일본의 독자적인 GPS로 바꿀 계획이다. 오차 범위가 크게 줄었기 때문에 차량용 내비게이션 정보 제공은 물론이고 무인비행기로 최적의 장소에 씨를 뿌리는 무인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이 가능해졌다.

오사카=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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