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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10년후의 성장엔진을 찾아라]<4>엘리트 양성소 이스라엘 기술부대

입력 2011-01-10 03:00업데이트 2011-01-10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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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 영재, 엘리트 기술부대 배치… 제대후 산업 인재로 《경상북도보다 조금 큰 영토, 760만 명의 적은 인구. 국토 대부분이 사막인 탓에 지하자원은커녕 물조차 부족하고, 국경은 온통 적대 국가들과 맞닿아 있어 언제나 전쟁 위협에 시달린다. 1948년에 독립해 건국 역사가 63년에 불과하다. 이스라엘 이야기이다. 그러나 이 나라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만9000달러(2009년 기준)로 한국의 1.5배다. 이스라엘은 삼성전자,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IBM 등 글로벌 기술 기업들이 앞다퉈 투자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정보통신기술(ICT) 연구개발(R&D)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세계 첨단기술 시장을 호령하는 이스라엘의 비결은 무엇일까. 현지인들은 “그 답은 군대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대체 군과 첨단산업은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일까. 현지에서 만난 엘리트 기술부대 출신 기업인의 삶을 통해 그 답을 엿볼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첨단 군사기술은 정보통신산업과 접목돼 엄청난 시너지를 낸다. 이스라엘 인재들과 만나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오른쪽 사진), 인텔 등 글로벌 기업은 대부분 이스라엘에 연구개발(R&D)센터를 지어 운영하고 있다. 사진 제공 이스라엘 국방부이스라엘의 첨단 군사기술은 정보통신산업과 접목돼 엄청난 시너지를 낸다. 이스라엘 인재들과 만나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오른쪽 사진), 인텔 등 글로벌 기업은 대부분 이스라엘에 연구개발(R&D)센터를 지어 운영하고 있다. 사진 제공 이스라엘 국방부
젊은 시절 엘리트 기술부대에서 복무한 어셔 폴라니 씨. 텔아비브=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젊은 시절 엘리트 기술부대에서 복무한 어셔 폴라니 씨. 텔아비브=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어셔 폴라니 씨(54). 1974년, 그는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18세 소년이었다. 이스라엘에서는 대부분의 학생이 고등학교를 마치자마자 군복무를 하고 제대 후 대학에 간다. 그도 마찬가지 계획이었다. 폴라니 씨는 여느 이스라엘 아이들처럼 군부대 배치를 위한 시험을 봤고,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 후 군 관계자에게서 뜻밖의 연락이 왔다. 엘리트 기술부대에 입대하라는 제안이었다. 모든 비용은 국가가 부담한다고 했다. 평소 수학과 기계, 기술에 관심이 많던 그는 그렇게 선택받은 소수만이 들어갈 수 있는 엘리트 기술부대에 입대했다. 폴라니 씨는 “당시엔 몰랐지만 이것이 내 삶을 완전히 바꿨다”고 말했다.

그는 입대와 동시에 군이 현장에서 맞닥뜨려야 하는, 예측할 수 없고, 복잡하며, 매우 어려운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라는 ‘미션’을 부여받았다. 과제는 주로 국방기술과 밀접한 정보, 통신, 컴퓨터 관련 기술이 많았다. 기술부대 안에는 폴라니 씨처럼 특별히 선발된 어린 인재가 여럿 있었다. 이들은 팀으로 일했다. 폴라니 씨는 “도저히 해결이 불가능해 보이는 문제를 제한된 시간 안에 풀려면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동료와 협력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이들은 대학과 부대를 오가며 가장 최고의, 가장 최신의 기술교육을 받았다. 때로는 이스라엘의 유명 대학 교수들이 직접 부대로 찾아와 기술 조언을 해줬다. 모든 교육과 훈련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교육을 위한 교육’이 아니라 실제 부대가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교육이었기 때문이다. 폴라니 씨는 “우린 20대 초반에 불과했지만 그 또래들이 결코 만질 수 없는 규모의 국가 예산을 부여받고 임무를 수행했다”며 “최고의 동료들과 일하는 과정에서 지식과 경쟁, 리더십도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6년간의 기술부대 복무를 마치고 세상에 나온 그는 다양한 선택권을 가질 수 있었다. 많은 기업이 그를 원했다. 하지만 폴라니 씨는 “기술부대 출신은 취업보다 창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들의 네트워크 안에 이미 각 분야 전문가가 모두 있는 데다 서로를 잘 알고 신뢰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폴라니 씨는 제대 후 기술부대 지인의 소개로 ‘테크노마틱스’라는 회사에 들어갔다. 그는 “당시 그 회사는 직원이 몇 명뿐인 작은 회사였지만 선구적인 로봇기술을 연구하는 게 마음에 들어 입사했다”며 “나중엔 지멘스에 인수될 정도로 기업 가치가 높아졌는데, 그 기술은 현재 제너럴모터스(GM), 포드의 자동차를 비롯해 보잉의 비행기에도 적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폴라니 씨는 ‘암독스(Amdocs)’라는 회사에서 일했다. 그가 입사할 때 암독스는 직원 100명 규모의 중소기업이었지만 현재는 직원 1만8000명의 세계적 결제(billing)기술 회사로 성장했다. 폴라니 씨는 “군 시절 동료들이 대부분 하이테크 산업계의 최고경영자(CEO), 최고기술책임자(CTO)로 활동하고 있다”며 “우리는 지금도 기술부대 후배들과 매년 만나 제대 후 최적의 자리에서 최적의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이스라엘의 정보통신기술 경쟁력은 이처럼 엘리트 기술부대를 중심으로 한 탄탄한 군사기술에서 파생됐다는 평가가 많다. 하임 샤니 이스라엘 재무차관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이스라엘 수출의 40%와 GDP의 20%가 첨단기술 분야에서 나온다”며 “그 근간에는 이스라엘 기술부대와 군사기술이 있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이스라엘 기업 중에는 이스라엘의 유명 엘리트 기술부대인 ‘탈피오트’ 출신이 창업한 기업이 여럿이다.

이들이 이끄는 이스라엘의 첨단기술 경쟁력은 글로벌 기업의 R&D센터까지 이스라엘로 끌어들이고 있다. 이스라엘 기술기업이 밀집한 헤르츨리야 지역을 달리다 보면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IBM, 구글, HP, 지멘스, GE 등의 간판이 줄줄이 눈에 들어온다.

이스라엘 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제 엘리트 기술부대는 단순한 군부대가 아닌 벤처창업과 기술진보를 위한 국가적 프로젝트”라며 “기술 엘리트를 늘려야만 이스라엘의 미래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텔아비브·예루살렘=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미사일용 소형 카메라 → 腸촬영 알약으로 발전▼

■ 사방이 적대국 이스라엘… 톱니바퀴 같은 軍-민간 협업

세계적 수준의 이스라엘 최대 군수항공기업 IAI는 대부분의 제품을 국산 기술로 자체 제작한다. 사진 제공 IAI세계적 수준의 이스라엘 최대 군수항공기업 IAI는 대부분의 제품을 국산 기술로 자체 제작한다. 사진 제공 IAI
이스라엘 정보통신산업의 근간이자, 세계 최고 수준이란 평가를 받는 이스라엘의 군사기술은 ‘필요가 기술을 낳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스라엘은 지중해와 닿아 있는 서해안을 제외하고는 국경 전체가 레바논 시리아 요르단 이집트 등 아랍 국가들로 둘러싸여 있다. 늘 전쟁 위협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주변이 온통 적국(敵國)인 탓에 육로(陸路)로 교류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반드시 군사력이 필요했고, 특히 항공기술이 발달해야 했다.

이스라엘 최대 군수기업인 IAI(Israel Aerospace Industries)는 이렇게 탄생됐다. 독립 5년 뒤인 1953년 설립된 IAI는 현재 직원 수 1만6000명의 이스라엘 최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전투기, 헬리콥터, 무인정찰기, 공중급유기는 물론이고 미사일, 레이더, 위성 등 거의 모든 군수품을 자체 기술로 만든다. 군용 비행기 제작에서 시작된 사업은 민간 항공기로까지 확대돼 자체 항공기 생산을 비롯해 보잉, 록히드마틴에 핵심 부품도 공급한다.

지난해 11월 30일 만난 IAI 개발그룹의 가드 코헨 부사장은 “군수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정보통신기술은 물론이고 역학, 물리학, 기계·전자·우주공학 등 온갖 종류의 첨단기술이 전제돼야 한다”며 “이 기술의 일부가 정보통신산업과 접목되면서 첨단산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이스라엘에는 IAI 외에도 150여 개의 항공 관련 기업이 있다. 이들 기업의 매출액은 연간 50억 달러.

최근 이스라엘 군사기술은 정보통신산업뿐 아니라 바이오·나노·의료기술에까지 접목하는 추세다. 전투기 개발을 위해 바람을 연구하던 기술자들이 의사들과 함께 주사기 없이 바람으로 약을 투입하는 기술을 개발하거나, 미사일 탄두에 심는 소형 카메라 기술로 내시경보다 정확히 장 속을 촬영할 알약을 개발하는 식이다.

텔아비브=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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