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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10년후의 성장엔진을 찾아라]<1>독일 해상풍력발전

입력 2011-01-03 03:00업데이트 2011-01-05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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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바다위 발전소’ 죽은 도시 살리다
헬리콥터가 지난해 가동을 시작한 독일 해상풍력단지 ‘알파벤투스’의 해상풍력발전기에 접근해 기술자를 내려주고 있다. 이 풍력발전기는 1기당 5MW의 전력을 생산한다. 일부 풍력발전기에는 헬리콥터가 이착륙할 수 있는 헬리패드도 설치돼 있다. 사진 제공 아레바헬리콥터가 지난해 가동을 시작한 독일 해상풍력단지 ‘알파벤투스’의 해상풍력발전기에 접근해 기술자를 내려주고 있다. 이 풍력발전기는 1기당 5MW의 전력을 생산한다. 일부 풍력발전기에는 헬리콥터가 이착륙할 수 있는 헬리패드도 설치돼 있다. 사진 제공 아레바
《2011년 새해가 밝았다. 한 해의 시작이자, 또 다른 10년의 시작이다. 앞으로 10년도 격변의 시기가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중국의 거침없는 부상,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미국의 반격, 각국의 자원 확보 전쟁…. 글로벌 금융위기를 빠른 속도로 극복한 한국도 중국의 기술 추격을 따돌려야 하고 저출산과 인구고령화를 극복해야 하는 등 큰 숙제를 안고 있다. 새로운 10년을 여는 오늘,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세계 각국은 다가오는 10년을 어떻게 전망하며 어떤 전략들을 마련할까. 동아일보 기자들이 새로운 세상을 선점하려는 세계 9개국의 현장을 찾았다.》

지난해 12월 9일, 독일 북부 항구도시 브레머하펜 시.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강한 눈발이 휘날렸다. 눈 때문에 기차는 연착이 됐고 중앙역에 내리자 북해의 겨울바람이 매서웠다. 역 대합실 관광안내소에는 ‘WindStadt’란 단어가 눈에 띄었다. ‘바람의 도시’라는 뜻이다.

브레멘의 항구라 이름 붙은 ‘브레머하펜’ 시는 인구 11만4000명의 작은 도시. 1980년대까지만 해도 이 도시는 함부르크와 함께 북해의 대표적 항구도시로 번성했다. 하지만 80년대 중반 이후 주력산업인 조선업과 어업이 쇠퇴하면서 침체 일로를 달려왔다. 브레머하펜 경제발전 투자유치국의 우베 키우펠 마케팅담당 이사는 “현재 브레머하펜의 실업률은 15%로 독일 평균(6.7%)보다 배 이상 높다”며 “우리는 뭔가 새로운 길을 찾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브레머하펜이 찾은 새 희망은 ‘바람’이었다. ‘바람의 도시’답게 ‘해상풍력발전’을 신성장동력으로 삼아 새롭게 부흥하고 있었다.

○ 최고 기술력을 가지고 바다로 가자

독일은 전통적인 제조업 강국이다. 자동차, 기계, 화학, 전자 등 4개 업종을 중심으로 한 수출산업이 독일 경제를 이끌고 있다. 유럽의 다른 국가들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휘청거리고 있지만 튼튼한 제조업이 강점인 독일 경제는 오히려 진가를 발휘하면서 유럽 경제를 이끌고 있다.






독일이 녹색산업 육성에 나선 것은 1990년대. 석유와 석탄을 대체할 신재생에너지를 발굴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독일이 초점을 맞춘 녹색산업은 태양광, 풍력, 바이오매스 등이다. 모두 독일의 강점인 기술력을 활용해야 하는 분야다. 그동안 독일은 유럽 최대의 태양광 클러스터인 ‘솔라밸리’를 운영하는 등 태양광산업도 선도해왔다. 하지만 한국 중국 등이 쫓아오면서 태양전지 저가경쟁이 가속화하자 최근 해상풍력과 바이오에너지 등 새로운 고부가가치 에너지 산업을 발 빠르게 육성하고 있다.

▼이 해상발전기 1대로, 5000가구 오븐 켜고 난방기 틀고…▼

현재 독일의 풍력발전시장은 발전용량 기준 세계 2위, 발전기 및 부품제조 시장점유율은 35%로 세계 1위다. 육상풍력발전은 1990년대부터 이미 한계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나왔다. 풍력터빈이 대형화되면서 어마어마한 소음과 경관 훼손, 생태계 파괴 등의 문제가 불거졌고 주민들의 민원도 잇따랐다. 대안으로 주목한 것이 해상풍력이었다. 바다에 풍력발전기를 세우면 용지 확보 걱정도 없으며 소음이나 생태계 훼손 우려도 적었다. 무엇보다 육상에 비해 풍력이 2배 이상 강하기 때문에 훨씬 효율적으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육상 풍력은 현재 발전기 한 기당 최대 발전용량이 2∼2.5MW이지만 해상에서는 5MW까지 가능하다. 5MW는 3인 가구를 기준으로 5000가구가 쓸 수 있는 전력.

독일은 특히 해상풍력이 고난도의 설치, 유지, 보수 기술이 요구되고 변압기, 헬기장 등 갖춰야 할 부대시설도 많다는 데 주목했다. 지멘스 등 대기업들이 해상풍력에 유달리 관심을 보이는 것도 높은 진입 장벽과 고수익성 때문이다.

독일은 2008년 10월 독일 북해 연안 500m 해상에 건설된 ‘바르트 오프쇼어 1’ 해상풍력발전단지에서 5MW급 해상풍력발전기 5대를 시범 가동한 데 이어 지난해 4월에는 북해 최초의 해상풍력단지인 ‘알파 벤투스’ 가동을 시작했다.

독일은 현재 총 25개의 해상풍력발전 프로젝트가 승인됐으며 2020년까지 해상풍력전력생산을 12GW, 2030년에는 25GW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2015년에는 영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해상풍력발전국가로 도약한다.

풍력산업은 일자리 창출의 일등공신이기도 하다. 한국 등에 밀려 쇠퇴한 독일 조선업계는 선박 건조 대신 풍력발전용 날개를 제조하고 있다. 현재 8만여 명이 날개 제조 산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조만간 20만 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독일 정부는 2020년까지 북해와 발트해에 40개의 해상풍력단지가 건설되면 약 3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30년까지는 약 1200만 가구에 해상풍력을 통해 생산한 전력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수출입 항만이 해상풍력 전초기지로

지난해 4월 운영을 시작한 ‘알파벤투스’ 프로젝트의 해상풍력발전단지.5MW급 해상풍력발전기12기가 설치됐다. 독일북해 43km 지점으로 수심이 30m인 지역이다.발전기 한 기당 5000가구가 쓸 수 있는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사진 제공 아레바지난해 4월 운영을 시작한 ‘알파벤투스’ 프로젝트의 해상풍력발전단지.5MW급 해상풍력발전기12기가 설치됐다. 독일북해 43km 지점으로 수심이 30m인 지역이다.발전기 한 기당 5000가구가 쓸 수 있는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사진 제공 아레바
이 야심찬 계획의 중심에 브레머하펜이 있다. 해상풍력의 베이스캠프로 브레머하펜이 최적지로 꼽히기 때문이다. 해상풍력 항만은 대형 부품의 보관 및 조립이 가능한 넓은 용지와 초중량 화물용 크레인 등이 필수다. 이러한 입지요건을 기반으로 10년 전부터 해상풍력을 신성장동력으로 삼은 브레머하펜 시는 독일 최대 해상풍력발전 생산업체인 리파워와 아레바의 조립시설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해상풍력발전은 이제 첫걸음을 떼기 시작했지만 브레머하펜 경제는 벌써 활기를 띠고 있다. 키우펠 씨는 “해상풍력산업에서 2010년 한해 1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됐다”며 “2011년에는 1500개의 신규 고용창출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브레머하펜 시는 수출입을 위한 기존의 항구 시설을 해상풍력발전용으로 대대적으로 개조하고 있다. 키우펠 씨는 “기존 수출입 및 어업가공 항만 용지 가운데 상당부분을 해상풍력을 위한 항만으로 새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긴밀한 산학협동 R&D가 핵심경쟁력

독일 풍력산업의 경쟁력은 풍부한 연구개발(R&D) 인프라에서 나온다. 브레머하펜 시 외곽의 풍력발전시험단지에 위치한 ‘파워윈드’사는 중소형 풍력발전기 제조업체. 지난달 10일 방문했을 때 풍력터빈 제작이 한창이었다. 발전용량이 900kW인 ‘파워윈드56’은 2008년 이후 현재까지 독일을 비롯해 미국 이탈리아 폴란드 루마니아 불가리아 아제르바이잔 등에 100기 이상이 설치됐다.

원래 독일은 해상풍력연구에선 후발주자였다. 덴마크의 리소연구소, 네덜란드의 에너지연구센터와 같은 신재생에너지 분야 대형 연구소가 없었기 때문에 연구개발 역량이 국가적으로 결집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브레머하펜의 프라운호퍼 풍력 및 에너지시스템연구소다. 이 연구소는 정부, 기업, 연구소 간의 협력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기도 했다.

이러한 산학연(産學硏) 협력은 독일 해상풍력의 핵심 경쟁력을 이룬다. 아레바와 리파워 같은 대형 업체들은 인근 대학의 ‘풍력에너지공학과’와 활발히 교류하고 있다. 2009년 말 현재 전 세계 풍력 전력 생산은 159.2GW로 전체 전력의 2%를 차지한다. 아직은 적은 비중이지만 증가 속도가 빠르다. 이처럼 풍력시장이 미래성장산업으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독일은 첨단기술과 고부가가치 친환경 에너지원인 해상풍력산업에 집중하고 있다.

■ “세계 해상풍력산업 이제 시작단계…
조선-플랜트 뛰어난 한국도 유망”


2009년 세계 풍력시장 규모는 635억 달러였다. 2019년에는 1145억 달러로 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해상풍력은 시작단계로 2010년 현재 설치용량이 2.9GW에 불과하지만 현재 건설 중이거나 승인된 계획이 23.6GW, 세계 각국에서 준비하고 있는 규모는 153.9GW나 된다.

지금까지 해상풍력 시장을 주도해온 나라는 덴마크다. 덴마크는 삼쇠 섬에 해상풍력발전기 10기를 설치했다. 영국도 국가주도로 1∼3단계 해상풍력 개발계획을 추진해 현재 세계 최대의 해상풍력단지를 운영하고 있다. 독일은 출발은 늦었지만 빠른 속도로 세계 최대 해상풍력국으로 나아가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미국 등이 국가적으로 해상풍력발전단지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2015년 15GW, 2030년에는 35GW까지 해상풍력발전기지를 건설할 예정이다.

한국도 민관 합동으로 총 9조2000억 원을 투자해 서남해안에 2500MW 규모의 대단위 해상풍력단지를 개발해 2019년까지 ‘세계 3대 해상풍력 강국’으로 올라선다는 계획을 지난해 발표했다. 연관 중소기업들의 발걸음도 바빠지고 있다. 국내 중소기업인 ‘임진에스티’의 경우 진동에도 풀리지 않는 ‘풀림방지 너트’의 핵심기술을 가지고 세계 해상풍력 업체들을 상대로 영업하고 있다.

김평희 KOTRA 함부르크 KBC센터장은 “한국의 조선, 해상설비, 중장비 등 핵심 기술력을 잘 활용한다면 우리도 세계 1위인 독일의 기술력을 금방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더 많은 한국 기업에 기회가 갈 수 있도록 한·유럽 풍력상담회를 개최하고 무역사절단을 운영하는 등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함부르크=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동영상=국내 최초 해상 풍력 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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