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1000년 타임캡슐]그때엔 책이 있었다

  • 입력 1999년 12월 16일 19시 27분


가게에 가면 책이 있었다. 책의 뒤표지나 표지 안쪽 날개 부분에 저자의 사진이 실려 있는 경우도 있었지만, 사람들에게 더 많은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던 것은 책 그 자체가 끝없는 수수께끼였다는 사실이다.

책의 표지를 연다. 그것은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과 같다. 문을 열고 그 안에 들어있는 온갖 사람들의 이야기를 눈으로 보게 되는 것이다. 책의 맨 앞에는 누구누구에게 이 책을 바친다는 헌정사와 누구누구에게 감사한다는 말로 가득 찬 감사의 말이 있었다. 그리고 저작권이 어쩌고 하는 매우 공식적인 말이 있었다. 그렇다. 책은 20세기에 정말로 존재했었다. 책장을 넘길 때는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것은 종이가 움직이면서 나는 소리이기도 했고, 손가락이 종이와 부딪쳐서 나는 소리이기도 했다. 책은 대단히 연약한 물건이었으며, 자신을 소중하게 대해주는 사람에게는 보답을 했다. 책은 사람들에게 친구가 되어 주었고, 저자들에게는 자식과 같은 존재였다.

책은 마법이었다. 일단 책 속에 들어가면, 그 안에 있는 단어들이 보여주는 상상의 세계 외에는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http://www.nytimes.com/library/magazine/millennium/m6/practices―book.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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