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1000년 타임캡슐]20세기의 유물들

  • 입력 1999년 12월 14일 20시 14분


오늘날 우리가 짓고 있는 건물 중 대부분은 1000년은 고사하고 100년도 버티지 못할 것이다. 강철 뼈대를 지닌 고층건물들은 우리 시대의 중요한 상징이지만 그들의 수명은 겨우 50년 남짓에 불과하다. 그것도 정성들여 관리를 했을 때 겨우 50년을 채울 수 있을 정도다. 게다가 1000년 후의 사람들이 우리처럼 사방이 꽉 막힌 방에 앉아서 종이로 된 서류뭉치를 돌려보며 일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유물후보 핵폐기물저장소▼

그렇다면 이집트의 피라미드나 그리스의 신전처럼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는 튼튼한 현대의 건축물은 무엇일까? 사람들이 쌓아놓은 쓰레기의 산, 초현대식 감옥 등 반갑지 않은 물건들이 먼저 머리에 떠오른다. 인간을 속박하는, 빠르게 성장하는 산업 덕분에 요즘은 감옥 건축이 붐을 이루고 있다.

수명이 긴 시설물에 대한 연상을 불러일으키는 것으로는 또한 핵폐기물이 있다. 정부가 지하에 건설한 핵폐기물 저장소는 현대의 건물 중에서 유일하게 처음부터 1000년의 수명을 목표로 지어진 건물이다. 기호학자들은 유카산에 지을 예정인 핵폐기물 저장소에 현재 지구에서 쓰이는 모든 언어가 사라진 다음에 태어날 먼 미래의 후손들도 이해할 수 있는 기호를 붙이자고 제안한 바 있다.

고속도로 역시 1000년 후에도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 제 정신이 있는 사람이라면 1000년 후에도 자동차들이 지구를 괴롭히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겠지만 고속도로의 흔적은 남아 있을 것이다.

▼현대건축 '덧없음의 미학'▼

인간이 도시를 건설하기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20세기의 건축은 ‘덧없음의 미학’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 추상파 화가들을 능가하고 싶은 건축가들과 영원한 혁명을 부추기고 싶은 건축가들이 강철이나 유리 같은 현대적인 재료들을 이용해서 오래 가지 않는 건물들을 짓고 있는 것이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지은 투명한 건물인 폴링워터는 덧없음의 미학을 너무 극단적으로 밀어 붙인 나머지 바위에 고정되어 있던 콘크리트 판이 빠져 나오면서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듯 위태롭게 보인다. 이 건물은 자연의 힘에 대한 일종의 도전인 셈이다. 그것을 부주의라고 부를지, 아니면 영웅적인 도전이라고 부를지는 각자의 마음에 달려 있다.

▼인간의 의지는 영원▼

이런 건물들이 오래 살아남으려면 아마 그 건물들을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서기 3000년까지 남아있을 건축물에 대해 이야기할 때 개개의 건물보다는 도시 전체를 염두에 두는 경우가 많다. 로마와 파리, 페테르부르크와 샌프란시스코가 1000년 후에도 그대로 남아 있기를 바라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사람들은 전쟁이 일어나서 멋진 고층건물들이 다 무너져도 불굴의 의지를 지닌 인간들이 폐허를 치우고 원래 건물이 있던 자리에 더 튼튼한 건물을 지어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도시 계획을 위해 그어놓은 선들인지도 모른다.

(http://www.nytimes.com/library/magazine/millennium/m6/ruins-scully.html)

▼'토요일밤의 데이트' 추억속으로…▼

10년 전 15세 된 딸이 내게 물었다. “엄마가 내 나이였을 때는 남자아이들하고 어떻게 사귀었어요?”

계산을 해보니 내가 15세였을 때 세상은 1950년대였다.

“글쎄다, 남자아이가 먼저 전화를 해서 데이트를 청하지.”

“정말이에요?” 딸아이가 말했다.

“그 다음에는 남자아이가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매고 와서…(정말이에요?)…초인종을 누르고, 남자아이가 여자아이를 차 있는 곳까지 에스코트해 차 문을 열고 여자아이가 차에 타도록 부축해 줘 …(세상에 맙소사!)… 목적지에 도착하면 남자아이는 다시 여자아이가 차에서 내리는 것을 도와주고 영화를 보러 가지. 돈은 남자아이가 내고.”

“정말이에요?”

1000년 후에 이 글을 읽게 될 독자들이 과연 위에 적혀 있는 말들을 이해할 수 있을까? 일부 사람들이 예언하고 있는 것처럼 미래의 지구인이 거대한 바퀴벌레라면 당연히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사람이 아직 지구의 주인으로 남아 있다 해도 이해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토요일 밤의 데이트’라는 작은 일은 이미 사라져버린 세상의 상징이 되는 것이다.

(http://www.nytimes.com/library/magazine/millennium/m6/practices-date.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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