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 장기투자 매력 있지만… 소나기는 피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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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코칭 투자의 맥
<2> 재건축 투자 시점

《 정부 당국이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 급등세를 잡기 위한 규제들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올해부터 전국에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도입한 데 이어, 재건축 허용연한을 기존 30년에서 40년 등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재건축 아파트 몸값은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금이라도 ‘추격 매수’에 나서야 할까? 투자한다면 어떤 매물에 주목해야 할까? 동아일보가 전문가 3인의 시장 진단과 조언을 들어봤다. 》
 

○ 정부 규제 카드 아직 많아사업 마친 곳 일반분양 노려라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
당분간 재건축 아파트 투자는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가 재건축 허용연한 연장 등 다양한 규제 카드를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재건축 조합이 설립되지 않은 초기 단계 재건축의 경우 ‘8·2 부동산 대책’에 따른 매매 제한에서 벗어나 있지만 초과이익환수 대상에는 포함된다. 정부는 최근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환수금 예상액이 최대 8억4000만 원에 이른다는 추정치를 공개했는데, 이는 시장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던 강남구 대치·압구정동 일대 초기 재건축 단지들의 가격이 당분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천구 목동, 송파구 문정·방이동 등의 신축 30년차 안팎 단지들의 매매가 역시 정부의 재건축 연한연장 움직임에 따라 조정 받을 가능성이 크다. 서둘러 매수에 가담할 필요가 없다.

강동구 둔촌주공처럼 지난해 관리처분인가를 받아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한 단지들도 마찬가지다. 한동안은 매수세가 이들 단지로 몰릴 수 있지만, 서울 재건축 시장이 전체적으로 위축된 분위기에서 몇몇 단지들의 가격만 꾸준히 오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자금여력이 있다면 정부 규제가 집중된 재건축 아파트보다는 이미 사업을 마친 단지들의 일반분양을 노리는 것이 유리해 보인다. 상반기(1∼6월) 중 강남구 일원동, 서초구 서초동, 경기 과천시 등 좋은 입지에서 분양이 이어진다.

○ 가격 급등에 시장 피로감투자시기 조금 늦추기를


양지영 R&C연구소장
양지영 R&C연구소장
강남 재건축을 사려는 대기 수요는 여전히 많다.

장기간 보유할 수만 있다면 지금 사더라도 향후 시세차익을 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보다 저렴한 가격에 매입할 수 있는 기회가 조만간 올 것이라고 본다. 투자시기를 조금 늦추기를 권한다.

이렇게 조언하는 첫째 이유는 단기간에 가격이 급등한 데 따른 시장의 피로감이 생겼다는 점이다. 최근 1개월 새 3억 원이 오르고, 1년 만에 10억 원이 뛰는 수준의 오름세는 시장에서 받아들일 만한 수준을 넘어섰다. ‘더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에 물음표가 붙을 시기가 됐다.

둘째, 강남 재건축 시장을 잡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어느 때보다도 강하다. 정부와 서울시가 투기수요를 잡기 위한 추가 규제를 검토하고 나섰다.

‘재건축 연한 연장’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한편,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한 조합의 편법과 비리를 점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만으로도 최근 1, 2주간 재건축 단지들의 상승세가 주춤해진 상황이다.

지금 서둘러 매물 선점에 나설 필요가 없다. 정부의 새 규제 윤곽이 드러나고 기존에 예고된 대책이 적용되는 시점에서 종전 시세보다 터무니없이 싼 가격에 급매물이 나올 수 있다. 느긋하게 기다리면서 이런 매물들을 주시하자.

○ 하반기 가격 하락 가능성인내심 갖고 지켜봐야


이동현 KEB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
이동현 KEB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
‘재건축 투자는 타이밍 잡기 싸움’이라는 말이 있다. 재건축 조합이 설립된 뒤 기존 주택을 철거해 신축 주택에 입주하기까지는 5∼10년이 걸린다. 그 사이에 조합원이 부담하는 금융비용 등을 생각하면 사업 진행 속도가 빠를수록 투자가치가 높아진다.

이런 점에서 최근 서울 재건축 단지들은 큰 악재를 만났다. 당국이 재건축 허용연한을 연장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가격 오름세에는 재건축 연한을 40년에서 30년으로 단축했던 2014년 9·1부동산 대책 등이 기폭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 연한이 다시 10년 연장될 경우 지어진 지 30년 이상, 40년 미만 된 노후 단지들에 치명타가 된다. 재건축을 준비하던 강남구, 양천구 목동 등의 아파트가 대표적이다.

입주물량이라는 복병도 남아 있다. 약 1만 채 규모의 송파구 가락동 ‘송파헬리오시티(가락시영아파트 재건축)’가 입주를 시작하는 올 하반기(7∼12월)를 기점으로 향후 2∼3년간 서울 시내 각지에서 재건축 아파트가 새로 완공된다. 2008년 송파구 잠실동, 서초구 반포동 등이 그랬듯, 총 1만 채 이상의 매머드급 단지가 한꺼번에 입주할 때는 일시적인 역전세난과 매매가 하락이 발생할 수 있다.

지금은 서울 재건축에 섣불리 투자할 시점이 아니다. 보수적인 관점에서 시장 추이를 지켜보는 인내심이 필요할 때다.
 
정리=천호성 기자 thousand@donga.com
#강남#재건축#부동산#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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