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뚝만한 호박 따는 재미에 푹… 시골마을도 활력 되찾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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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전 코리아, 국내로 떠나요]농촌으로 가는 행복열차

“농촌서 우리들만의 추억 만들었어요” 17일 ‘농촌으로 가는 행복열차’ 여행에 참여한 아이들이 강원 춘천시 사북면 원평팜스테이마을에서 트랙터마차를 타고 직접 수확한 호박을 들어 보였다. 춘천=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농촌서 우리들만의 추억 만들었어요” 17일 ‘농촌으로 가는 행복열차’ 여행에 참여한 아이들이 강원 춘천시 사북면 원평팜스테이마을에서 트랙터마차를 타고 직접 수확한 호박을 들어 보였다. 춘천=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제가 직접 만든 떡이 얼마나 맛있는지 드셔 보세요!”

고사리 손으로 떡메를 친 아이들이 방금 나온 따끈따끈한 떡을 콩고물에 묻혔다. 얼굴에 콩가루가 묻는지도 모를 만큼 열심이었다. 17일 강원 춘천시 사북면 원평팜스테이마을에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동아일보·채널A, 농협중앙회·농협네트웍스가 함께 주최한 ‘농촌으로 가는 행복열차’ 여행에 참여한 이들은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차상위계층 및 한부모 가정의 아이들이었다. 이들을 돕고 있는 사회복지시설 ‘서초드림스타트’에서 여행을 신청해 총 14명의 아이와 8명의 부모가 열차 여행을 떠나왔다.

11세 아들과 함께 여행 온 어머니 백모 씨(43)는 “생계를 유지하느라 바빠서 오붓한 가족 여행을 떠날 시간조차 부족했다”며 “오랜만에 아들과 대화하며 멀리 여행을 올 수 있게 해 준 데 감사한다”라고 말했다.

○ 장애인·외국인… 모두가 함께 떠난 농촌여행

17일 ITX청춘 열차를 타고 춘천으로 떠난 ‘농촌으로 가는 행복열차’ 이벤트는 평소 여행을 떠나기 어려웠던 이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신청된 사연을 통해 선정된 여행객에게 교통 및 관광비용과 점심식사를 무료로 제공했다.

여행에는 뇌성마비 장애인 축구단인 ‘곰두리사랑회’도 참여했다. 1988년 설립 후 지금까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교류를 위해 운영되고 있는 봉사단체다. 축구단 선수 김재봉 씨(24)는 “우리에게는 여행 기회가 적을 수밖에 없는데 오늘처럼 기차도 타고 스스럼없이 체험활동도 할 수 있어 기쁘다”라며 활짝 웃었다.

트랙터마차를 타고 인근 밭에 도착한 여행객들은 마을에서 직접 기른 호박 수확에 나섰다. 30도가 넘는 뜨거운 날씨에 비닐하우스 안에 들어가야 했지만 여행객들은 성인 팔뚝만큼 실하게 자란 호박을 따는 재미에 푹 빠졌다. 축구단 소속 정님 씨(20)는 “땀이 많이 나지만 내 손으로 수확한 호박을 집에 들고 갈 수 있어 좋다”라며 뿌듯해했다.

근처 냇가에서는 송어를 잡느라 분주했다. 여행객들은 협동해서 송어를 구석으로 몬 뒤 뜰채로 뜨거나 맨손으로 잡았다. 아이들은 옷이 다 젖는 줄도 모르고 물놀이를 즐겼다. 여행객들은 마을에 돌아와서는 직접 잡은 송어를 구워 먹기도 했다.

한국으로 유학을 온 외국인 학생 13명도 여행에 동행했다. 베트남에서 온 빛투엔 씨(25)는 통역관이 꿈이다. 그는 “서울을 벗어나 한국의 시골 문화도 체험해 볼 수 있어 새롭다”며 즐거워했다. 이들을 지도하는 김영일 경인여대 국제무역과 교수는 “미래에 양국의 가교 역할을 할 학생들에게 더 다양한 한국 문화를 선물해주고 싶어 지원했다”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이번 여행에는 총 1375명이 응모했다. 딸을 잃은 초등학교 동창을 위로하고자 모인 1966년생 친구들, 손자를 길러준 부모님께 효도여행을 시켜드리려는 맞벌이 부부, 재혼을 앞두고 새 가족에게 점수를 따고 싶다는 새아빠 등 소중한 사람들과 추억을 만들고자 하는 절실한 사연 중 1차, 2차 심사를 통해 총 294명의 여행객을 선정했다. 춘천에서 서울 용산역으로 돌아오는 열차에서 만난 한 중년 여성은 “간절한 마음으로 신청했더니 이런 소중한 기회가 왔다”면서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라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 6차산업으로 농촌 경제에 활력을

농촌체험여행은 도시를 떠나 농촌에서 휴식을 취한 여행객뿐 아니라 농촌의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 17년째 원평팜스테이마을을 운영하고 있는 양찬식 대표는 “작은 시골이던 우리 마을이 하나의 브랜드가 됐다”라고 말했다. 농촌여행을 통해 마을을 경험하고 간 관광객들이 다시 찾아오거나 마을에서 맛봤던 채소를 사 가는 경우가 많다. 그는 “지난해에만 수도권 1500여 가구에 직접 담근 김치를 내다 팔았다”며 “오늘 여행을 오신 분들도 우리 마을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농촌 경제를 돕기 위해 농촌여행 사업을 벌이고 있는 농협네트웍스는 ‘원평팜스테이마을’ 같은 농촌체험관광 상품 100개를 마련해 운영 중이다. 이건형 농협네트웍스 상임감사는 “농촌체험관광은 농촌 경제를 살리고 국내 관광 콘텐츠도 마련하는 일석이조의 사업”이라며 “국내 관광 분위기가 고조되는 데 맞춰 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라고 말했다.

춘천=손가인 기자 ga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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