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김-김자반-김스낵… 세계 입맛 잡는 ‘차세대 슈퍼푸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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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양식업, 한국경제 새 먹거리]<8>세계수출량 1위 한국산 김

▲ 식품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HACCP) 인증을 받은 전북 부안군 삼해상사 김 가공공장에서 위생복을 입은 직원들이 조미김 생산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 식품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HACCP) 인증을 받은 전북 부안군 삼해상사 김 가공공장에서 위생복을 입은 직원들이 조미김 생산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세계에서 김을 양식으로 생산하는 나라는 한중일 3개국이다. 이른바 ‘김 삼국지’에서 단연 선두는 바로 한국산 김이다. 세계 수출량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산 김은 일본산보다 맛있고 중국산보다 깨끗하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김 수출액은 최근 6년간 연평균 약 25%씩 늘어났다. 지난해에는 수출액 3억500만 달러(약 3500억 원)를 기록했을 정도로 오름세가 가파르다. 올해 들어서도 수출액은 2억7531만 달러(약 3153억 원)로 전년 동기에 비해 약 24% 증가했다. 이런 성과는 한국산 김의 뛰어난 맛과 향 그리고 일찌감치 소비자 눈높이에 맞춰 소포장과 다양한 가공제품을 선보인 덕분이다. 김을 처음 접하는 해외 소비자에게 부담을 덜 주고 ‘1인 가구’의 생활방식에도 적합하기 때문이다.

○ 철저한 맞춤형 공략이 성공 비결

▲ 부안군의 한 지주식 양식장에서 밝은 햇살을 받으며 김이 자라고 있다. 지주식 양식장에서는 얕은 바다에 기둥을 설치한 뒤 조수간만의 차이를 이용해 맛과 향이 풍부한 김을 생산한다. 김산업연합회 제공
▲ 부안군의 한 지주식 양식장에서 밝은 햇살을 받으며 김이 자라고 있다. 지주식 양식장에서는 얕은 바다에 기둥을 설치한 뒤 조수간만의 차이를 이용해 맛과 향이 풍부한 김을 생산한다. 김산업연합회 제공
 미역과 다시마 등 대부분의 해조류는 재료 그대로를 말리거나 소금에 절인 상태로 판매한다. 이와 달리 김은 마른김 외에도 들기름에 구워 소금을 뿌린 조미김, 볶아서 반찬용으로 먹는 김자반, 튀각·부각 형태의 김스낵 등 다양한 가공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 이미 국내에서는 수십 년 전부터 ‘기름을 발라 굽고 소금을 뿌려 자르는’ 과정을 거쳐 눅눅해지지 않도록 적은 양을 개별 포장해 판매하는 일명 ‘도시락김’이 일반적이다. 1·2인 가구가 늘면서 이런 소포장 형태 김 제품의 인기가 더욱 높아졌다.

 조금씩 사서 그대로 먹을 수 있는 특성 때문에 외국인들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올해 미국 전문식품협회가 차세대 슈퍼푸드로 항산화 성분이 풍부해 노화 방지에 효과적인 해조류를 꼽으면서 해외 김 소비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시장의 경우 현지인의 입맛에 맞춰 양념한 칩이나 큐브 형태의 스낵제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 한류 열풍을 타고 신흥 수출국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라크와 헝가리, 스웨덴은 올해 수출량이 전년 대비 500% 이상 크게 늘었다. 이슬람 시장에는 전 생산 과정에 할랄 인증을 받은 김이 진출했다. 할랄은 아랍어로 ‘허용된’이라는 뜻으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도살 또는 가공됐음을 인정받은 것이다.

 해외 수출이 많아지면서 물류비용이 늘자 이를 줄이는 방법도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해조류바이오연구센터와 한국식품연구원은 기존 플라스틱 용기를 이용한 조미김 포장을 주머니 형태의 포장으로 바꿔 부피를 절반 이상 줄이는 기술을 지난해 개발했다.

 김 업계에서는 쌀 소비가 줄어드는 추세에 맞춰 기존의 밥반찬용 조미김 외에 더욱 다양한 형태의 가공·포장법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소비량이 정체되고 있는 만큼 양보다 질에 초점을 맞춘 기술 개발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옥영수 수산업관측센터장은 “브랜드를 개발하거나 일본처럼 김 등급제를 도입하면 소비자의 선택권을 강화하고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 김 이용한 화장품과 의약품 개발도 기대

 현재는 식용 김의 생산성을 높이는 연구가 중심이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김의 성분과 효능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면서 화장품과 의약품 개발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다른 해조류에 비해 생산비용이 낮고 산업 규모도 큰 만큼 가까운 미래에 김의 유용한 성분을 응용한 산업이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된다.

 김 등 해조류에 많이 들어 있는 수용성 식이섬유인 알긴산은 체내 중금속을 몸 밖으로 배출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미세먼지와 중금속으로부터 건강을 지키려는 소비자의 욕구가 높아지는 만큼 해조류에 대한 관심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 김에는 칼슘 등 무기질이 풍부해 골다공증 예방과 콜레스테롤 감소, 면역력 강화에도 효과가 있다. 특히 김에 다량 함유된 요오드는 태아와 어린이 성장에 필수적이다.

 이 밖에 김에는 피부를 자외선으로부터 보호하는 성분인 ‘포피라(porphyra) 334’가 함유돼 있다. 해조류에 포함된 포피라 334 성분은 염증 질환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돼 최근 이를 이용한 자외선 차단제가 상용화돼 시판되고 있다. 2013년에는 인천대 해양 RIS사업단이 국내 최초로 서해 장봉도 김에서 ‘바이오매스 201F’라는 자외선 차단 성분을 추출해 화장품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해조류들이 바다에서 강한 자외선을 받지만 조직에 손상을 입지 않는다는 점에서 착안한 연구 덕분이다.

 물론 김을 이용한 의약품이나 화장품 원료 개발 연구는 아직 다른 해조류에 비교하면 초기 단계다. 하지만 다시마나 미역 등 다른 해조류에 비해 김은 두께가 얇기 때문에 유용한 성분을 추출하기가 훨씬 편하다. 오병준 목포수산식품지원센터장은 “얇은 풀과 굵은 나무를 비교해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며 “김은 식품은 물론이고 다른 용도로도 상품화에 매우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김산업연합회는 내년에 열릴 2017 완도국제해조류박람회에서 식품뿐 아니라 헬스케어 등 다목적 신(新)성장동력의 하나로 김을 집중 조명할 계획이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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