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훈의 트렌드 읽기]나이 들었지만 늙은 것은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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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훈 한국트렌드연구소 소장
김경훈 한국트렌드연구소 소장
‘청춘가전’이라고 부를 만한 새로운 소비가 생기고 있다. 시니어들이 신체적 젊음을 위한 가전제품 구매에 적극 나섰기 때문이다.

한 가전제품 유통회사의 올 통계를 보면 시니어들이 구매한 제품 1위는 반신욕기, 2위 발마사지기, 3위 승마운동기였는데 이 제품군은 전년 동기 대비 330% 이상이나 매출이 뛰었다고 한다. 넓게 보면 건강을 위한 가전제품이다. 하지만 청춘가전은 공기청정기나 가습기 등 종전의 가전들과 달리 시니어가 신체적 활력을 위해 소비하는 품목이다. 내수 부진과 저성장이라는 덫에 걸린 한국에서 새로운 소비 범주가 성장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시니어들의 나이에 관한 인식에서도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나이는 들었지만 늙지는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나이가 들었다는 것은 더 자유로워질 수 있는 성숙한 연령에 도달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반면 늙었다는 것은 여기저기 아프다는 의미다. 둘 사이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미국과 프랑스 연구팀의 연구 결과 실제 나이와 상관없이 ‘늙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몇 년 뒤 입원하는 비율이 ‘늙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보다 훨씬 높다고 한다. 반대로 해석해 보자. 늙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병원에 갈 확률이 줄어든다. 인식의 변화는 행동으로 이어진다. 한국보다 일찍 고령사회가 된 일본의 경우 초기에는 의료비 지출이 늘었지만 갈수록 삶을 만끽하는 데 돈을 더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화 충격에서 벗어나면서 삶에 대한 재인식이 이루어진 결과로 보인다. 시니어 소비 지출에서 의료비 비중은 줄고 가전제품이나 자동차 구입에 돈을 쓰고 있다. 여행을 더 다니거나 디지털, 통신 기기 사용에도 시간을 더 낸다.

청춘가전은 새로운 소비 카테고리의 끝이 아닐 것이다. 시니어들이 이제야 나이와 늙음을 멀리 떼어놓고자 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찾는 징후 정도일 뿐이다. 나이 든 젊음이란 어떤 삶이 될까.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가 말하듯 자신에 대한 인식을 바꿀 때 인생도 혁신이 시작된다.
 
김경훈 한국트렌드연구소 소장
#청춘가전#시니어 제품#고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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