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뷰스]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한 오해와 진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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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현 한국기업지배구조원장
조명현 한국기업지배구조원장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적극적인 주주 활동을 위한 의결권 행사지침)’가 제정된 지 1년이 넘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3곳을 비롯해 20여 개 기관투자가들이 가입했지만 아직 일본과 같은 폭발적인 확산은 없다. 국내 기관투자가의 맏형격인 국민연금이 2018년 하반기(7∼12월)로 가입을 미루면서 다른 기관들도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쉽게 말해서 자산운용사나 국민연금과 같은 기관투자가들이 고객과 수탁자의 돈을 자기 돈처럼 여기고 관리, 운용해야 한다는 ‘연성’ 규범이다. 스튜어드십(stewardship)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주인의 재산을 충직하게 관리하는 ‘청지기 정신’을 바탕으로, 고객과 수탁자 자금을 운용할 때 어떻게 최선을 다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원칙인 셈이다. 이 코드는 현재 미국, 영국, 일본 등 전 세계 20개국에서 다양한 형태로 시행되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의 성공적 확산을 위해서는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다. 국민의 노후자금을 관리 운용하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준수하지 않아서는 안 될 일이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의결권 행사 논란과 같은 불미스러운 일에 다시 휩싸이지 않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스튜어드십 코드에 가입해야 할 것이다.

시행 초기인 만큼 스튜어드십 코드와 관련한 여러 가지 오해와 우려도 많다. 대표적으로 스튜어드십 코드가 활성화되면 국민연금이 정치권에 휘둘려 의사결정을 하게 되면서 ‘연금사회주의’가 확산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이런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방안은 많다. 가장 설득력 있는 것은 일본공적연금(GPIF)처럼 국민연금도 현재 절반 정도인 직접 운용 비중을 대폭 줄이고 외부의 독립적인 위탁 운용사를 더 많이 활용하는 방법이다.

궁극적으로는 100% 위탁 운용사를 활용해, 이 운용사들이 스튜어드십 코드에 따라 독립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게 하면 된다. 이 방안은 법 개정을 통해 뒷받침하면 된다. 이와 더불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의사 결정의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국민연금 조직 구조를 개편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 다른 명백한 오해는 스튜어드십 코드로 인해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이들이 경영에 간섭하면서 기업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많은 기관투자가들이 투자한 회사와 소통하는 데 상당히 소극적이었다. 단기적인 차익 실현에 급급한 경우도 많았다. 이런 행태는 투자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스튜어드십 코드 하에서는 기관투자가들이 투자한 회사의 중장기적인 가치 향상을 위해 해당 기업의 경영진과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대화를 통해 기업의 애로도 들어보고 주주 입장에서 기업의 가치 제고에 필요한 사안을 요청해야 한다. 이는 기관투자가와 기업 간의 중장기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하라는 얘기지 경영에 간섭하라는 뜻은 아니다. 과도한 경영 간섭은 스튜어드십 코드의 정신과 부합되지도 않는다. 기업들도 기관투자가의 대화 요구를 간섭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한 쌍방향 소통의 기회로 받아들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2018년 새해에는 스튜어드십 코드가 활성화돼 국내 기업들의 중장기적인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해본다.
 
조명현 한국기업지배구조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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