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뷰스]무역보험, 한국 수출 경쟁력의 안전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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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도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
문재도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교역 둔화세가 구조화되고 있다. 올 들어 무역이 다소 살아났다고는 하지만 위기 이전과 비교해 완벽하게 회복됐다고 보긴 어렵다. 얼마 전 세르비아에서 열린 세계무역투자보험연맹 총회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해 세계 경제성장률 대비 교역증가율지수는 0.6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제가 1만큼 성장해도 교역이 0.6밖에 늘지 않았다는 의미다. 1990년대는 2 이상, 금융위기 이후에도 1 이상을 유지하던 지수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최근 수년간 선진국의 보호무역주의 회귀 현상이 세계적으로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보호무역을 촉발하는 정책의 불확실성을 무역의 위험 요인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글로벌 무역 둔화 추세가 단시간에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미 국제 금융시장에서 중장기 수출금융 공급은 위축되고 있다. 은행 자본건전성을 강화하는 바젤Ⅲ가 2018년 시작되면 위험자본투자인 프로젝트 파이낸싱이나 기업 중장기 대출의 장벽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무역 환경이 어려워지면서 한정된 파이를 둘러싸고 글로벌 수출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 세계경제가 다소 회복됐다지만 수입자 파산 등 보험 사고가 발생해 글로벌 무역보험기관이 지급한 보험금 총액은 금융위기 수준으로 높아졌다. 2009년 55억 달러였던 보험금 지급액은 이후 35억 달러까지 감소했다가 지난해 2009년 수준으로 다시 늘었다. 특히 중남미,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에서 사고가 크게 증가했다. 이들 지역은 무역을 원자재 수출에 의존하는 특성상 상시적 위험도가 높다는 특성이 있다. 3차원(3D) 프린터로 대표되는 맞춤 제작형 생산기술 확대도 글로벌 무역시장에는 큰 도전이다. ‘소품종 대량 거래’라는 과거의 무역 구조가 변화하면서 한국 역시 여기에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제 막 살아나기 시작한 글로벌 무역시장에서 한국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무역보험이라는 안전판을 더욱 튼튼히 구축하고 있다.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해 지난해 3600억 원, 올해 700억 원의 예산을 무역보험기금에 출연했다. 이 자금은 신흥시장에 대한 무역보험 공급을 확대하고 차세대 수출동력을 육성하기 위해 쓰인다. 10월에는 세계은행그룹 ‘국제투자보증기구(MIGA)’와 공동으로 수주 선진화 세미나도 개최했다. 한국 기업들의 투자개발형 사업 진출과 국내 금융기관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촉진하자는 취지에서다.

올해 10월 한국의 수출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7.1% 증가했다. 긴 연휴로 인한 조업일수 감소 우려에도 12개월 연속 수출 증가세를 이어갔다. 세계경제의 더딘 회복세 속에서 일궈낸 한국 기업들의 값진 성과에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한국의 무역을 둘러싼 환경을 마냥 장밋빛으로만 예측하기는 어렵다. 글로벌 교역 둔화 속에 보호무역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는 데다 신흥시장을 둘러싼 경쟁, 환율 등 다양한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주요 7개국(G7)으로 일컬어지는 전통 산업 강국은 물론이고 호주, 싱가포르 등 자유무역 체제를 적극 지지하던 국가들도 무역보험을 포함한 자국의 수출지원 정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수출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민간의 필사적인 혁신 노력이 가속화되도록 범정부적 지원 체제를 새로운 각도에서 재점검할 시점이다.

문재도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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