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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정치

비과세-감면 남발 ‘기형 세제’… 대통령이 직접 개혁 주도를

입력 2015-07-16 03:00업데이트 2015-07-16 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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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가계부 내가 챙긴다/4부 : 고장난 세금제도]
<5·끝>임기 3년차 朴정부, 2015년이 세금개혁 ‘마지막 기회’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세금 개혁을 주도하라.”

경제 전문가들은 정치권의 무분별한 비과세·감면 입법 때문에 세금체계가 특정 계층에 과도한 부담을 떠넘기는 ‘불공평한 누더기 세제’로 전락했다며 이렇게 주문했다. 세제에 대한 평가가 10점 만점에 낙제점을 간신히 면한 6.1점에 불과할 정도로 신뢰를 잃은 만큼 대통령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며 근본적인 세제개편에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15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세금 및 재정 전문가 2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다.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 임기 3년 차인 올해가 기형적 구조의 세제를 근본적으로 개혁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로 보고 있다.

○ 누더기가 돼 버린 세제

세제개편 실무를 주관하는 기획재정부 세제실은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라는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늘 강조하지만 현실에서는 이 원칙을 관철하지 못해 왔다. 지역구를 의식한 정치권의 비과세·감면 요구를 주먹구구로 수용하다 보니 모든 국민이 세금을 고르게 분담하는 공평과세와 점점 거리가 멀어진다는 것이다.

올해 초 연말정산 파동을 겪은 기재부 당국자는 “다음 달 세제개편 때는 논란이 될 만한 내용을 가급적 제외해 ‘조용한 개혁’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가 세제개편의 논란을 피하는 데만 신경 쓴다면 세제의 곪은 부분을 덜어내는 대수술을 제대로 추진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개혁을 미루면 세 부담이 일부 근로자에게 쏠리는 기형적인 구조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 이런 점 때문에 경제 전문가 20명 중 11명은 정부 조세정책에 6점 이하의 박한 점수를 줬다. 7점(8명)과 9점(1명)을 매긴 전문가도 있었지만 나머지는 보통 또는 그 이하로 평가했다. 한 전문가는 “소비세제는 1970년대, 기업세제는 80년대, 소득세제는 90년대의 틀에 머물고 있어 현재의 경제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매년 세제개편이 땜질식 조정에 그쳐 전체 세제가 균형을 잃었다는 의미다.

설문 결과 전문가들은 ‘공평하지 못하다’는 점을 한국 세제의 근본적인 문제로 꼽았다. 전문가 13명은 ‘세 부담이 일부 근로자층에 쏠리고 있다’고 지적했고, 다른 13명은 ‘비과세·감면 등 정치적 이유로 세법이 일관성 없이 개편돼 누더기 세제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한국은행과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자영업자의 소득 파악률은 62.7%에 그쳤다. 평균적으로 봤을 때 자영업자들이 1000원을 벌면 이 중 373원을 어떤 방식으로든 숨기는 셈이다.

‘올해 세법개정은 어떤 분야에 중점을 둬야 하는가’란 질문에 전문가 13명이 ‘개인사업자에 대한 소득파악 강화’를 꼽은 것도 이런 문제의식 때문이다. 신용카드 사용 활성화와 현금영수증 제도 도입으로 ‘과세 사각지대’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지하경제를 양지로 끌어내기 위한 방안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 개혁 컨트롤타워는 대통령이 적절

전문가들은 박근혜 정부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각계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고수해온 ‘증세 없는 복지’의 원칙을 지키려면 정부 스스로 세금이 새는 구멍을 찾아 막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세율을 인상하지 않고도 세수를 늘려 복지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을 국민에게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세금 누수의 가장 큰 구멍을 막으려면 가짜 간이과세자를 양산하는 간이과세 납부제도 등 민감한 분야에 메스를 대야 한다는 점이다. 경제 전문가 20명 중 10명이 근본적 세제개혁을 주도할 적임자로 박 대통령을 꼽은 것도 세제개혁이 부처 장관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폭발력이 큰 이슈이기 때문이다. 전문가 8명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을 컨트롤타워로 추천했지만 여야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면서 세 부담을 대폭 조정하려면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경제 전문가들은 법인세와 관련해 과세표준(세금 부과 기준금액)에 따라 3단계로 나뉜 현 세율체계를 2단계로 줄이거나 단일화하는 방안을 우선 논의해야 한다고 봤다.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정책조사실장은 “지금의 법인세제로는 중소기업이 낮은 세율을 적용받기 위해 더이상 성장하지 않으려는 ‘피터팬 증후군’ 현상을 막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특정 계층의 세금만 늘려서는 재정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며 “국민 전체의 세 부담을 고르게 늘리되 고소득층과 대기업이 더 부담하는 방식으로 세제를 바꾸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세종=홍수용 legman@donga.com / 이상훈·김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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