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모드공유하기
동아일보|경제

다주택 중과세 없앴더니 양도세 예상보다 1조 더 걷혀

입력 2015-07-13 03:00업데이트 2015-07-13 03:59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글자크기 설정 닫기
[나라 가계부 내가 챙긴다/4부 : 고장난 세금제도]<3>다주택자 징벌적 과세 역효과 《 기획재정부 세제실 당국자는 올해 초 지난해 세수(稅收) 실적을 정리하다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양도소득세로 당초 2013년보다 3000억 원가량 늘어난 7조 원의 세금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했는데 실제로는 전망치보다도 1조1000억 원이나 많은 8조1000억원이 걷힌 것이다. 이 관계자는 “다주택자 부동산 중과 폐지로 부동산 거래가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세수가 늘어날 만큼 시장이 살아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지난해 양도세 세수 증가는 수십 년간 투기를 잡겠다며 유지해온 다주택자 징벌적 과세가 부동산 시장을 왜곡하는 것은 물론 세수 확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왔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

전문가들은 아직도 유지되고 있는 징벌적 과세 조치인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의 차등적용을 폐지해 세수 확보와 시장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부동산 보유자들이 기꺼이 낼 수 있는 수준으로 세 부담을 완화해 시장을 활성화시켜 세금을 걷은 뒤, 이 재원을 공공 임대주택 건립 등에 투입하는 게 올바른 정책이라는 것이다.

○ 지나친 다주택자 중과, 세수 확보 걸림돌

2013년 세법 개정에 따라 3주택자 이상에게 양도소득의 최대 60%를 세금으로 물리는 중과는 사라졌다. 하지만 다주택자 징벌적 과세의 틀은 여전히 남아 있다. 다주택자를 투기꾼으로 보는 과거의 잣대로 과한 세금을 매기다 보니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부동산 거래와 보유를 꺼리고, 결과적으로 세금이 덜 걷히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대표적인 징벌적 과세가 종부세다. 1주택자에게는 공시가격 9억 원 초과 주택에 대해서만 종부세를 과세하는 반면, 2주택자 이상은 6억 원 초과하면 종부세를 적용한다. 1주택자는 주택 소유주가 60세 이상이면 세액의 30%를 공제받지만, 2주택 이상 소유주는 공제를 아예 적용받지 못한다. 서울 강남구에서 10억 원짜리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한 사람보다 지방에서 4억 원짜리 아파트 두 채를 가진 사람이 더 많은 세금을 내는 구조다.

양도세의 경우 오랫동안 집을 갖고 있다가 팔 때 적용하는 ‘장기보유 특별공제’가 여전히 다주택자에게 올무로 작용한다. 10년 이상 집을 갖고 있다가 매각할 경우 1주택자는 최고 80%까지 공제를 받지만, 2주택자 이상은 공제 한도가 30%로 제한돼 있다.

세율이 높으면 세수가 늘어날 것 같지만 현실은 반대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에 부동산 과세 기준이 기준시가에서 실거래가로 바뀌면서 양도세 세수는 2006년 7조9204억 원에서 2007년 11조2921억 원으로 급증했으나 이후 시장 침체로 줄곧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2011년에는 7조3893억 원까지 쪼그라들었다. 양도세를 많이 매기면 집주인들이 거래 자체를 포기하기 때문에 세수 차질은 물론이고 거래 침체와 물량 부족, 전세난 심화 등 여러 부작용이 생긴다.

노영훈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집을 몇 채 갖고 있느냐에 따라 세율을 차등적으로 적용하는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다”며 “수십억 원짜리 집 한 채를 가진 사람이 싼 집 여러 채를 가진 사람보다 세금 부담이 적은 것은 조세 형평성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 “징벌적 과세 해소해 임대사업자 키워야”

저성장과 저출산 고령화로 과거와 같은 부동산 활황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과거의 낡은 세제가 시장 질서를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시세 차익을 노리고 부동산을 구매하던 과거의 투기적 패턴이 실거주 및 임대사업용으로 바뀌고 있는 만큼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과세를 바로잡아 주택시장 정상화와 고질적인 전·월세난을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거래가 활성화되고 부동산 보유에 따른 부담이 완화돼야 세수 확보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주택자 보유세 부담이 완화돼 임대 사업자가 집을 여러 채 가질 유인이 생기면 임대 시장에 공급이 늘어나 세입자들의 전·월세 부담이 낮아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가장 시급한 건 종부세 역차별 문제다. 당초 정부가 다주택자와 1주택자에게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안을 지난해 세법 개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검토했다가 여론의 반발을 우려해 보류한 제도다. 과세 대상을 주택 수와 상관없이 6억 원 또는 9억 원으로 일관되게 적용하고 1주택자에게만 적용하는 연령 및 보유기간별 세액공제도 차등을 두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다주택자를 투기꾼으로 보는 지난 수십 년간의 낡은 틀을 과감히 깨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공급하는 임대주택이 전체 임대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5%에 머물고, 전세금과 집값의 차이가 아무리 좁혀져도 전세를 선호할 정도로 시장 구조가 바뀌었다면 이제는 여유가 있는 사람에게 집을 사도록 해 민간 임대시장의 축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집을 가진 사람을 임대주택 공급자로서 인정하고 이들의 세금 부담을 완화해야 세입자들의 부담도 낮아진다”고 말했다.

이상훈 january@donga.com·천호성 기자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댓글 0
닫기
많이 본 뉴스
최신기사
베스트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