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의 반도체’ 年 5만t 생산… 단일공장으론 글로벌 1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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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 글로벌 戰場을 가다]<10>효성 베트남 법인

㈜효성 베트남 법인 공장에서 현지인 직원이 원사(직물의 원료가 되는 실)를 생산하는 기계를 살펴보고 있다. 이 원사를 직조하면 타이어 안에 들어가 안전성과 내구성, 주행성을 보강하는 타이어코드가 된다. ㈜효성 베트남 법인 제공
㈜효성 베트남 법인 공장에서 현지인 직원이 원사(직물의 원료가 되는 실)를 생산하는 기계를 살펴보고 있다. 이 원사를 직조하면 타이어 안에 들어가 안전성과 내구성, 주행성을 보강하는 타이어코드가 된다. ㈜효성 베트남 법인 제공
《 이달 4일 오후 베트남 호찌민 시 떤선� 국제공항. ㈜효성 베트남 법인을 방문하기 위해 입국한 기자와 효성그룹 관계자가 비행기에서 내리자 효성 관계자 영문 이름을 적은 종이 안내판을 든 공항 직원이 기다리고 있었다. 공항 직원은 곧바로 기자와 효성 관계자를 별도 입국 심사 없이 공항 밖으로 안내했다. 공항 밖에 있던 효성 베트남 법인 이은배 부장은 “베트남 정부가 투자 규모가 크거나 고용 인원이 많은 외국회사 임직원에게는 입국 절차를 간소화해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

‘섬유의 반도체’라고 불리는 고탄성 섬유인 스판덱스와 안전성과 내구성, 주행성을 보강하기 위해 타이어 속에 들어가는 타이어코드 등을 생산하는 효성 베트남 법인은 베트남 정부가 특별히 신경을 써주는 회사다. 베트남 경제에 대한 기여도가 크기 때문이다.

우선 총 투자 규모가 9억9500만 달러(약 1조945억 원)로 베트남에 진출한 외국 기업 가운데 현지 투자 규모 순위가 10위다. 수출 비중도 높아 베트남 총 수출액의 1%를 차지하고 있다. 현지 고용 인력도 4500여 명이나 되기 때문에 일자리 늘리기에 고심하는 베트남 정부로서는 소홀하게 대할 수 없는 회사다.

○ 세계 1위 기업의 최대 생산시설

효성 베트남 법인은 호찌민 시내 중심에서 동남쪽으로 40km 떨어진 동나이 성(省) 년짝 공단에 생산공장을 두고 있다. 전체 용지 면적은 74만6000m²(약 22만6000평). 축구장 100개가 들어갈 수 있는 넓이다.

2008년 5월부터 생산을 시작한 이 공장은 스판덱스와 타이어코드 분야에서 세계 1위 기업(지난해 기준 세계시장 점유율이 스판덱스는 32%, 타이어코드는 45%)인 ㈜효성의 최대 생산기지다. ‘크레오라’라는 브랜드로 팔리는 스판덱스의 경우 이 공장에서 연간 5만 t이 생산돼 전 세계 60여 개국에 수출된다. 효성이 국내외 7개 스판덱스 공장에서 생산하는 15만 t의 40% 수준으로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현재 세계 60여 개국에 스판덱스를 수출하고 있다.

타이어코드도 연간 12만 t을 생산해 브리지스톤이나 미쉐린, 굿이어 등 세계 유명 타이어 메이커에 공급하고 있다. 타이어코드 공장 역시 세계 최대 규모다.

○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결정


효성이 베트남 진출을 추진한 시기는 2000년대 초. 당시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이 직접 스판덱스와 타이어코드 수요가 급증하는 아시아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생산기지 구축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효성 내부에서는 인건비와 전기요금 등 생산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풍부한 노동력과 자체 내수시장을 갖춘 베트남이 최종 후보지로 뽑혔다.

권기수 효성 베트남 법인장은 “베트남은 생산 비용 등 가격 경쟁력뿐만 아니라 우수한 인력도 활용할 수 있는 최적의 생산 기지”라며 “베트남 직원들이 기술 습득 속도도 빠르고 생산 과정 및 품질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서 짧은 시간에 안정적으로 제품을 생산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 초기에는 어려움도 많아

효성은 2007년 5월 베트남 법인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공장 건설에 들어갔지만 곧바로 난관에 부딪혔다. 공장에 전기를 끌어오기 위해 세울 송전탑에 대해 현지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한 것이다. 동나이 성 정부가 나서서 토지 보상에 나섰지만 별 진전이 없자 효성이 직접 움직였다. 주민들을 일일이 만나 설득하며 토지 보상금도 일부 지원했다.

유선형 효성 베트남 법인 상무는 “송전탑이 들어설 예정지에 있던 교회가 옮기지 않겠다고 버텨 기독교 신자인 현지 직원을 동원해 보상을 하기도 했다”며 “끈질긴 설득 끝에 송전탑 건설이 마무리되면서 2008년 5월부터 공장 가동에 들어갔다”고 회상했다.

현지 직원 채용도 쉽지 않았다. 당시 베트남에서 인지도가 높지 않았던 만큼 효성에 입사하려는 근로자가 많지 않았던 것이다. 효성 베트남 법인은 곧바로 인근 기업의 급여 수준을 조사해 당시 최고 임금을 주던 대만 포모사 수준으로 급여 체계를 만들었다. 또 출퇴근 통근 차량을 지원하는 등 복지 수준도 높이면서 직원을 뽑을 수 있었다.

○ 한발 빠른 품질 개선으로 고속 성장


효성 베트남 법인은 제조업에서는 드물게 설립 2년째 되던 2009년부터 흑자를 내기 시작했다. 엔지니어 출신인 조 회장이 가동 초기부터 품질을 강조한 결과였다. 조 회장은 세밀한 제조 공정까지 개선점을 찾으라는 지시를 수시로 내려 가동 첫해인 2008년 적자를 낸 것을 제외하고는 지난해까지 5년 연속 흑자를 냈다. 올해도 흑자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병선 효성 베트남 법인 상무는 “매출도 2008년 4700만 달러(약 517억 원)에서 매년 급증해 올해는 10억 달러(약 1조1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효성그룹은 효성 베트남 법인이 벌이는 사업이 정상궤도에 오른 만큼 변압기나 전동기 등 중공업 분야에 대한 현지 투자도 추가로 계획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급속하게 산업화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전력 송배전 분야 사업이 유망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또 소득수준 향상으로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도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상수도, 오폐수 처리시설 확충 등 친환경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방침이다.

反中시위때 베트남人 직원들이 피해 막아 ▼

권기수 법인장 “직원 주인의식 높아”

㈜효성 베트남 법인 스판덱스 부문 응아 기술부장과 도탄뚱 생산부장, 강대찬 지원실 부장(왼쪽부터)이 생산 공정에 대해 회의를 하고 있다. 효성 베트남 법인은 현지화를 위해 기술부장 등 주요 보직을 현지인 직원에게 맡겼다.
㈜효성 베트남 법인 스판덱스 부문 응아 기술부장과 도탄뚱 생산부장, 강대찬 지원실 부장(왼쪽부터)이 생산 공정에 대해 회의를 하고 있다. 효성 베트남 법인은 현지화를 위해 기술부장 등 주요 보직을 현지인 직원에게 맡겼다.
올해 5월 13일 베트남 전역에서 반(反)중국 시위가 벌어졌다. 중국과의 영유권 분쟁으로 촉발된 시위였던 만큼 중국 기업이 타깃이 됐다. 일부 한국 기업이 중국 기업으로 오인 받아 피해를 입기도 했다.

당시 ㈜효성 베트남 법인에도 일부 시위대가 들이닥쳤다. 하지만 베트남 현지 직원들이 한국 기업이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설명해 피해를 막았다. 권기수 효성 베트남 법인장은 “평소 현지 직원들에게 권한 위임을 많이 해 주인의식을 갖게 한 것이 시위 피해를 막은 비결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효성 베트남 법인은 실무 직원까지 데려오는 중국이나 대만 기업과 달리 한국인 직원을 최소화했다. 현지화를 위해서는 베트남 사정을 잘 아는 현지 직원이 인사부나 기술부 등 주요 부서장을 맡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말레이시아 회사에 있다가 2010년 효성 베트남 법인에 입사한 도탄뚱 스판덱스 부문 생산부장(36)은 “효성은 다른 외국기업과 달리 본사 연수 등 현지 직원이 발전할 기회를 줘서 좋다”며 “앞으로 베트남 법인에서 공장장을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2008년 효성 베트남 법인에 들어온 응아 스판덱스 부문 기술부장(30)도 “효성은 베트남인 근로자 평균 급여가 월 400달러로 년짝 공단 입주 기업 가운데 가장 높은 데다 한국인 관리직 직원과 수시로 회의를 하며 현장 의견을 수렴해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활발한 사회공헌활동도 시위 피해가 없었던 이유 중 하나다. 효성 베트남 법인은 2011년부터 매년 한국 의료진과 현지 직원 50여 명으로 구성된 ‘미소원정대’를 년짝 공단 주변 지역에 보내 의료봉사활동을 펼쳐왔다. 올해까지 무료 진료를 받은 현지 주민은 8000여 명에 이른다. 특히 올해 9월에는 절단 사고 후유증으로 오른팔을 쓸 수 없는 현지 주민 딘민탐 군(18)을 한국에 보내 수술을 받게 하기도 했다.

년짝=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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