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韓流 브랜드 스토리, 동남아 넘어 유럽 ‘노크’

동아일보 입력 2014-03-18 03:00수정 2014-03-19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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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 中企를 수출기업으로]<2>한국 피부과 의사가 만든 화장품 ‘고운세상 코스메틱’
안건영 고운세상 코스메틱 대표는 “닥터 지 브랜드는 이제 아시아권에서는 확실히 좋은 화장품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화장품의 본고장인 유럽에서도 실력으로 인정받고 싶다”고 말했다. 성남=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한국의 유명 피부과 의사가 만든 기능성 화장품.'

고운세상 코스메틱은 이런 브랜드 스토리를 가지고 동남아와 중국 시장에 진출하며 수출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중소기업이다.

고운세상 코스메틱을 창업한 안건영 대표는 '고운세상 피부과'로 잘 알려진 피부과 전문의 출신이다. 1998년 서울 성신여대 근처에 치료가 아닌 미용 중심의 피부과를 연 안 대표는 피부에 문제가 있어 병원을 찾는 환자(그는 '고객'이라고 표현)들이 화장품에 관심이 많다는 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지금은 미용을 전문으로 하는 피부과가 워낙 흔하지만, 당시만 해도 안 대표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은 의사 사회에서 '소수 중 소수'였다. 일부 동료 의사들은 의사의 권위를 떨어뜨린다며 안 대표에게 싫은 소리를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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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의사가 환자를 고객으로 모실 수 있느냐'는 것이었죠. 병원에서 치료가 아닌 피부 관리를 해준다는 데 불만을 가진 분들도 많았고요. 심지어 저에게 전화해서 다짜고짜 화를 내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안 대표는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경영학 특히 고객관계관리(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관련 책을 두루 섭렵하며 자신만의 병원 경영전략을 세웠다. 그는 고객 상담과 계산이 주 업무인 코디네이터를 채용하고, 대리주차 담당직원까지 두며 '고객 관리'를 강화했다. 또 병원 직원들을 대상으로 친절 교육도 진행했다. 이처럼 모든 것을 고객의 관점에서 보니 자연스럽게 사업 아이템도 보였다.

"화장품 때문에 피부 트러블이 생겨서 병원에 온 고객들도 하나같이 '어떤 화장품을 쓰는 게 좋을까요'라고 묻더군요. 이때부터 피부가 약한 사람들이 마음 놓고 쓸 수 있는 화장품을 만들어 보자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안 대표는 여드름 화장품과 자외선 차단용 화장품을 직접 만들었다. 피부에 무리를 주지 않는 성분을 직접 처방한 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생산해 고객들에게 판매했다.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엿본 그는 2003년 정식으로 고운세상 코스메틱을 설립했다. 제품 브랜드는 '닥터 지(Doctor G)'로 했다. 회사명인 고운세상을 비롯해 '멋진(gorgeous)', '대단한(great)', '좋은(good)' 등 'G'로 시작되는 긍정적인 단어가 많았기 때문.

이 회사가 수출 기업으로 변신하게 된 건 한 소규모 무역업자 덕분이다. 병원을 꾸준히 찾던 고객 가운데 올 때마다 100만 원어치의 화장품을 구매하는 중년 여성이 있었다. 알고 보니 홍콩의 소규모 화장품 매장을 돌아다니며 닥터 지를 직접 팔았던 것이다. 현지에서 워낙 좋은 반응이 나오자 이 고객이 2007년 아예 홍콩 최대 화장품 유통업체인 '사사(SASA)'를 연결해 줬다.

운이 좋았던 것이다. 안 대표도 인정했다.

그는 "남들은 쉽게 할 수 없고, 오랜 기간 노력을 해야 가능한 걸 비교적 쉽게 기회를 잡았다"고 말했다. '한류 바람'의 덕도 많이 봤다.

안 대표는 "사사에서 회사를 방문한 뒤 정식으로 계약을 체결했고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며 "당시 드라마 '대장금' 덕분에 동남아와 중국에 한류 바람이 거셀 때라 '유명한 한국 피부과 의사가 처방한 화장품'이란 소문이 퍼지자마자 시장의 반응이 뜨거웠다"고 말했다.

홍콩과 마카오 진출 이듬해인 2008년 수출액 100만 달러를 달성한 이 회사는 지난해에는 수출 규모를 약 600만 달러로 늘렸다. 수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절반 정도를 차지했다. 올해는 수출 1000만 달러를 달성하는 게 목표다. 수출 지역도 홍콩과 마카오를 포함해 중국, 태국, 미국, 말레이시아 등 12개국에 이른다. 직원 수도 2007년 25명에서 현재는 47명으로 2배 가까이로 늘었다.

큰 고비 없이 달려왔지만 고운세상 코스메틱의 성장 과정에도 어려움은 있었다. 가장 어려웠던 순간으로 안 대표는 3년 전 중국 시장에서 유명 글로벌 화장품 유통업체에 제품을 공급하려 했지만 현지 대행업체를 잘못 선정하는 바람에 비용만 날렸을 때를 꼽았다.

안 대표는 "해외 진출에는 언제나 불확실성과 리스크가 많이 따른다"며 "중국의 경우 허가 과정이 복잡하고 관련법도 자주 바뀌는 준비에 특히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2014년은 안 대표와 고운세상 코스메틱에게 특별한 시기다. 러시아와 폴란드 진출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수출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유럽 시장 진출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안 대표는 "상당수 글로벌 화장품 기업들이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유럽 기업이고 유럽 시장은 화장품 업계의 '메이저리그' 같은 곳"이라며 "닥터 지가 정식으로 화장품의 본고장에 선보이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시장 반응은 나쁘지 않다. 러시아의 경우 전통적으로 일본 화장품을 많이 썼는데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으로 일본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많이 약화됐다.

안 대표는 "최근 러시아 업체와 상담하는 과정에서 일본 제품의 방사능 노출 우려가 크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었다"며 "일본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감소한 건 한국 제품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운세상 코스메틱은 얼마 전 여드름 질환용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등 제품군을 넓히고 있다. 관련 특허를 등록했고 중국에 100대를 수출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3건의 특허를 등록했고 조만간 2건을 추가할 계획이다.

안 대표는 "내수 시장에만 머물러 안주했다면 기업이 이만큼 성장하긴 힘들었을 것"이라며 "넓은 해외 시장을 개척하다보니 회사의 경쟁력도 더 커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단기간에 회사가 성장했고, 브랜드가 중국과 동남아에서 인기를 끌다 보니 회사와 브랜드를 팔라는 제안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특히 몇몇 중국 업체들이 이 같은 제안을 했다고 한다. 안 대표는 "그럴 계획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한다.

"회사나 닥터 지 브랜드를 파는 생각은 잠깐이라도 해본 적 없습니다. 계속해서 탄탄하게 회사를 성장시키고 국제적으로 더욱 인정받는 제품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성남=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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