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2모작]삼성물산 건설부문 ‘기능 마스터 삼총사’

  • Array
  • 입력 2010년 4월 27일 03시 00분


코멘트

“잘 배운 기술덕에 ‘평생 현역’… 업체서 모셔갑디다”

수십 년간 쌓아온 경력을 토대로 ‘평생 현역’의 꿈을 실현하고 있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마스터’ 3명이 서울 중구 왕십리 공사현장에서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골조와 내장, 방수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기능과 경험을 자랑한다. 왼쪽부터 신윤수 황성도 강철희 씨.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수십 년간 쌓아온 경력을 토대로 ‘평생 현역’의 꿈을 실현하고 있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마스터’ 3명이 서울 중구 왕십리 공사현장에서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골조와 내장, 방수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기능과 경험을 자랑한다. 왼쪽부터 신윤수 황성도 강철희 씨.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2007년부터 삼성물산 건설부문에서 ‘기능 마스터’로 일하는 황성도(68) 신윤수(60) 강철희 씨(59)는 동년배들이 소일거리를 찾느라 애쓸 나이에 대기업이 모셔가는 신분이 됐다.

이들은 건설현장에서 수십 년간 쌓아온 경험과 기능을 인정받아 오늘도 하루하루를 ‘평생 현역’으로 살고 있다. 삼성물산은 현장의 시공품질을 높이기 위해 2006년 ‘기능 마스터 제도’를 도입했다.

현재 9개 분야에서 모두 37명이 활약하고 있다. 기능 마스터들은 모두 정규직으로 대우하고 정년과 상관 없이 2년마다 계약을 연장한다.》

[68세 ‘골조 장인’ 황성도 씨]

“아파트 뼈대 잘 세워졌는지 매일 현장 점검”

황성도 마스터는 18세 때 건설현장에 발을 내디딘 뒤 50년 동안 현장을 떠난 때가 없었다. 1970년 중반에는 중동에서 4년간 일하기도 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과 인천국제공항 교통센터 등 국내 유명 건물의 공사에 거의 참여했다.

그는 “골조를 안다는 것은 건물 전체를 아는 것”이라는 자부심을 지녔다. 그는 현장에서 아파트의 뼈대가 잘 세워지는지 관리한다. 협력업체 근로자들을 지도하고 잘못된 부분은 고치라고 요청한다. 그는 현장에서 고참 중의 고참이지만 지시할 때는 “괜찮다면 한마디 하겠다. 이렇게 하면 어떻겠느냐”라고 말을 꺼낸다. ‘상명하복’이 지배하던 과거와는 현장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는 삼성물산 직원들의 ‘교육훈련(OJT)’도 담당한다.

그는 오전 5시에 일어나 서울지역 20여 곳의 현장을 순회하며 점검하고 있다. 근력이 달리지 않느냐고 묻자 “현재 업무는 힘으로 하는 일이 아니다”라며 “건강이 허락하는 한 문제없다”고 말했다. 그는 “일할 때는 최대의 열정을 쏟아 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60세 ‘내장 달인’ 신윤수 씨]

“내부 꾸미기 조화가 생명… 오케스트라처럼”


신윤수 마스터는 아파트 골조가 세워진 뒤 내부를 꾸미는 작업을 총괄하고 있다. 그 역시 35년간 공사현장을 찾아다니다 보니 울릉도를 빼고는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다. 그는 “문틀과 단열재, 천장 시공 등 내부를 꾸미는 일은 오케스트라처럼 완벽해야 아파트가 완성된다”고 말했다.

그는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매뉴얼에 나오는 대로 시공해야 부실공사가 되지 않기 때문에 신경 써서 지도, 교육, 관리하고 있다. 현장에 외국인 근로자가 많지만 중국 동포가 대부분이어서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다. 그가 맡은 현장은 모두 14곳에 이른다. 간혹 삼성물산의 젊은 관리자들이 원만하게 현장을 관리할 수 있도록 경험을 전수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사내 젊은 직원과 원활하게 의사소통을 하기가 만만치 않았지만 지금은 문제가 없다.

그는 “아파트 건설은 다른 사람이 평생 생활하는 보금자리를 대신 지어주는 일”이라며 “마치 내 집을 짓는다고 생각하고 성심성의를 다해 작업해야 한다는 점을 늘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59세 ‘방수 고수’ 강철희 씨]

“기능인 많아야 품질 더 좋아져… 경험 전수 보람”


강철희 마스터는 삼성물산의 다른 마스터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늦은 나이인 30대 초반에 방수작업에 입문했다. 처음에는 방수 관련 회사의 사무직에서 일했으나 우연한 기회에 맡아서 한 공사 결과가 좋아 계속 현장을 지키게 됐다.

그는 “원래 남보다 눈썰미가 좋은 덕분에 일을 잘하기도 했지만 방수 일이 새로 개척할 분야가 많아 보였고 오래 할 수 있는 분야라고 판단했다”고 정착의 동기를 설명했다. 그 역시 협력업체 근로자들을 지도, 관리하고 삼성물산 직원들과 일선 근로자들 사이에서 조정역할도 수행한다. 삼성물산 입사 초기에는 컴퓨터를 이용하는 업무보고가 익숙하지 않아 몇 달을 고생하기도 했다.

그는 앞으로 아파트는 물량보다는 품질로 승부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파트의 품질을 높이려면 자신과 같은 숙련된 기능인의 노하우가 계속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는 “외국과 달리 국내 건설현장에서는 장인정신을 찾기 힘들다”며 “최고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면 나이가 많아도 대기업에서 ‘함께 일하자’고 요청하는 분위기가 퍼지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이진 기자 leej@donga.com
▶▶▶강창희 소장의 한마디


직장인이 정년 후에도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 하나는 다른 사람이 대신할 수 없는 주특기를 지녀야 하고 또 하나는 주위의 시선이나 평판을 의식하지 않아야 한다. 황성도 신윤수 강철희 마스터야말로 이런 조건을 갖춘 분들이다. 자신만의 전문기술이 있고 그 기술을 후배들에게 전수하는 일에 커다란 보람과 희열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이분들은 절약하는 생활 이외에 특별한 재테크를 하지 않는다. 건강만 유지하면 얼마든지 일을 해서 수입을 얻을 수 있다는 자신감 덕분이다. 가장 확실한 노후대비는 평생 현역이라는 점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강창희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