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2모작]증권맨 강단에 서다 구자삼 우송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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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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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엔 정년없다… 쉰둘 나이에 박사과정 도전”
대우증권 런던법인 사장 지낸 잘나가던 국제금융 전문가
“25년 경험 체계화하고 싶어”
4년 만에 결국 학위 취득…노후설계 강좌도 준비 중
“가르치는 재미에 빠져 삽니다”

증권업계의 체험을 토대로 대학교수로 변신한 구자삼 우송대 교수가 10일 숭실대에서 석사과정 학생들에게 ‘기업공개(IPO)와 자금회수’에 관한 강의를 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증권업계의 체험을 토대로 대학교수로 변신한 구자삼 우송대 교수가 10일 숭실대에서 석사과정 학생들에게 ‘기업공개(IPO)와 자금회수’에 관한 강의를 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특정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전문가들은 대체로 자신의 경험을 이론적으로 체계화하고 싶다는 욕구를 품는다. 경험과 이론이 제대로 합쳐지면 누구도 쉽게 넘볼 수 없는 자신만의 영역을 쌓아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험을 쌓기 위해 실무에 매진하다 보면 어느덧 나이가 들어 이론화할 시간이 부족해지는 것이 보통이다.
구자삼 우송대 교수(자산관리학·61)는 국제금융 분야에서 해외를 무대로 활동했던 노하우를 이론으로 보완한 보기 드문 2모작 사례에 속한다. 구 교수는 대학교수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서기 전에 3년 정도의 탐색 기간을 거쳤다는 점에서도 많은 후배들이 참고할 만하다.》
○ 국제금융 전문가로 우뚝


구 교수는 1975년 대우증권에 입사해 24년 뒤인 1999년 회사를 떠났다. 이 기간 중 대우증권의 영국 런던 현지법인 사장으로 지낸 시기를 포함해 15년간 국제금융 업무를 맡았다. 런던에서 일할 때인 1990년대 초 한국 자본시장이 개방되면서 국제금융에서 할 일이 더 많아졌고 그만큼 경험도 많이 쌓여 갔다.

그는 외국인투자가를 상대로 한 국내 위탁영업시장에서 대우증권이 1위를 차지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해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SK, 대우중공업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하는 주간사 업무를 수행하기도 했다. 외국인투자가 전용의 펀드를 만들어 프랑스 파리와 런던에 각각 상장한 기억도 어제처럼 생생하다. 모두 당시 기준으로 국내 최고 아니면 최초에 해당하는 사례들이다. 런던 법인 사장 이후에도 국제영업부장과 국제본부장으로 일하면서 국제금융 분야의 전문지식을 계속 쌓았다.

그는 대우증권을 떠난 뒤 한 투신운용사 대표로 부임해 펀드 업무를 지휘했다. 외국인을 위한 펀드 설정 및 상장 경험이 토대가 됐다. 그는 당시 이런 경험을 토대로 “국제금융 및 증권투자 분야를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일은 어떨까라고 생각했지만 확신이 들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중견기업의 감사와 고문 같은 자리를 맡으면서 중견기업의 현주소를 체험하기도 했다. 특히 중견기업은 대기업과 달리 관리능력이 부족하고 성장산업을 발굴하는 능력도 떨어진다는 점을 피부로 느꼈다. 이를 통해 중견기업 오너 경영자들이 새로운 분야에 눈을 뜰 수 있도록 체계를 갖춰 조언을 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가르치는 일이 적성에 맞아

미심쩍어 하던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석사과정을 공부한 서울대 경영대학원에서 “국제금융 경험을 학생들에게 얘기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 계기로 작용했다. 강의 뒤에 학생들이 이론만 전공한 교수들과는 다르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나 스스로는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한 내용에 학생들이 호응을 보이자 자신감이 생겼다”며 “이 정도라면 강단에 서도 재미있겠다는 판단이 섰다”고 말했다.

일단 방향이 잡히자 2004년에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박사과정에 입학했다. 52세로 증권업계를 떠난 지 3년 동안 진로를 점검한 뒤의 실천이었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고 미국에서 경영학석사학위(MBA)를 취득해 때늦은 공부라도 어렵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오랜 영국 생활로 원서를 독파할 영어 실력도 갖춰 놓은 상태였다. 공부에 들이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학교 근처로 이사를 가기까지 했다.

그래도 박사과정 공부는 결코 쉽지 않았다. 논문을 쓰기 위한 통계자료를 구하기가 힘들었고 설득력 있는 통계분석의 틀을 마련하기도 어려웠다. 그는 “고비마다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이 몇 차례나 들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보다 못한 부인도 “하지 말라”고 만류했다. 하지만 그는 ‘국내 폐쇄형 뮤추얼펀드 특성에 관한 연구’ 논문으로 2008년 2월 박사학위를 취득하는 데 성공했다. 박사과정에 들어간 지 4년 만에 자신의 과거 국제금융 경험을 통계적으로 입증한 논문을 마무리한 것이다.

박사학위를 딴 뒤 때마침 자산관리학과를 신설한 대전 우송대에 지원해 전임초빙교수로 부임했다. 구 교수는 현재 서울과 대전을 오가며 재무설계론과 벤처·중소기업금융론, 중소기업의 자금 조달과 기업공개 등을 가르치고 있다. 그의 관심 영역은 노후설계로까지 넓어지고 있다. 그는 “은퇴 이후를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해하는 친구들을 만나면서 계획적인 노후 생활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아 관련 강좌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 교수는 “현역 시절의 경험을 이론적으로 체계화할 수 있는 지식이 있고 이를 가르치는 데 보람을 느낀다면 은퇴 후 공부에 도전해 볼 만하다”며 “시중은행 부행장을 지낸 친구에게도 공부를 권유한 결과 이 친구는 현재 한 대학의 조교수로 활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진 기자 leej@donga.com

강창희 소장의 한마디

한국의 직장인들은 퇴직 시기를 예측하기 어려워 인생 후반기 설계에 어려움을 겪는다. 구자삼 교수는 이러한 어려움을 일찍 간파해 자신의 경쟁력을 살릴 수 있는 분야에 노력을 집중했다. 환갑이 가까운 나이에 박사학위를 취득해 대학교수에 도전한 데는 운도 따랐겠지만 자격을 갖추고 준비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본다. 구 교수는 자산관리 또한 60대 초반의 나이에 맞게 합리적으로 하고 있다. 부동산과 금융자산의 비율을 절반 정도씩으로 안배하기 위해 노력하고 금융자산은 투자 및 저축상품에 적절하게 배분하고 있다.

강창희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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