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일과 삶]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 강동환 사장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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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가꾸듯 최소 3년 보고 조직 관리”

강동환 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 사장은 정원수를 가꾸는 것이 취미다. 그는 지난달 16일 경기 양평군 자택에서 “CEO는 직원이라는 나무가 잘 자라도록 하는 흙과 거름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양평=서영수 기자 kuki@donga.com
강동환 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 사장은 정원수를 가꾸는 것이 취미다. 그는 지난달 16일 경기 양평군 자택에서 “CEO는 직원이라는 나무가 잘 자라도록 하는 흙과 거름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양평=서영수 기자 kuki@donga.com
최고경영자(CEO)를 평가하는 것은 결국 숫자다. 훌륭한 인품으로 직원들한테 존경을 받더라도 목표했던 실적을 달성하지 못하면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는 숙명을 안고 산다. 조급할 수밖에 없다.

CEO 중 골프 마니아가 많은 이유를 조급함과 연결짓는 이들도 있다. 훌륭한 골프선수가 매 홀에서 착실하게 버디로 타수를 줄이고, 최소한 파 퍼트로 손해는 보지 않는 것처럼 CEO도 매월 혹은 매 분기의 실적을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의 강동환 사장(57)도 그랬다. 목표만 바라보며 내달려야 했다. 하지만 조급함은 경영에서 피해야 할 적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는 나무 가꾸기에 푹 빠졌다.

“나무의 생장을 눈으로 확인하려면 3년은 걸립니다. 나무가 느린 것의 아름다움을 일깨워주더군요.”

○ 나무 기르는 CEO

강 사장은 1977년 LG상사에 입사한 후 30년 동안 이 회사에 있다가, 2006년 3월 캐논코리아의 CEO로 부임했다. 그때 퇴직금 중 일부를 쪼개 경기 양평군에 전원주택을 지었다. “공기 좋은 곳에서 나무를 기르는 게 건강에 좋다”는 지인의 권유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나무를 잘 길러야 한다는 욕심은 없었습니다. 그저 그 사이를 걸으며 나무를 느끼는 게 좋았습니다. 삭막한 도시생활에 대한 보상이었고 휴식이었던 셈이죠.”

그때만 해도 정원사처럼 나무를 잘 길러낼 전문지식은 없었단다. 엉뚱한 가지를 잘라내는 바람에 나무에 햇빛이 안 들어와 누렇게 말라 죽인 나뭇가지도 적지 않았다. 인근 주민들로부터 귀동냥도 하고 전문가의 가르침도 받았지만 쉽지 않았다. 일을 시키면 즉각 성과를 내는 부하직원들과 나무는 달랐다.

“처음에는 나무가 뭔가 부자연스러워 보이면 즉시 가지를 막 잘랐어요.(웃음) 그런데 나무를 자른 그 순간, 그달, 그해에는 보기 좋았는데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 모양이 더 이상해졌습니다. 최소한 3년 뒤 이 나무가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를 예상해 가면서 자를 가지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 “손가락을 자르는 마음으로 썩은 가지를 잘라야”

나무를 만난 지 6년. 이제는 그도 나무 밑동 근처에 손을 찔러 넣었을 때 전해오는 흙과 뿌리의 감촉만으로 나무의 건강상태를 얼추 헤아리는 ‘준(準)프로’ 수준이 됐다.

“순수하게 취미로만 생각했는데, 어느새 직원을 나무처럼 대하는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조직을 경영하는 일과 숲을 가꾸는 일은 다르지 않았습니다.”

2006년 3월 한국에 캐논코리아 판매법인이 생기자 그는 초대 지사장을 맡았다.

“맨땅을 일구는 것과 똑같았어요.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조직을 정립하고 체계를 만드는 게 단기간에 되는 일이 아니었죠. 무엇보다 CEO가 인위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게 처음 나무를 기르던 때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섬김형’ CEO가 되기로 했다. 그가 생각하는 CEO의 정의는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역량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는 흙이나 거름 같은 존재다. 그러자 직원들이 변했다. 여전히 생계를 위해 수동적으로 회사를 다니는 이들도 있었지만 “내가 바로 캐논코리아”라며 적극적인 자세로 변하는 이들도 늘었다.

“토양을 공급해도 순이 돋게 하는 것은 나무 자신의 몫입니다. 조직에서도 마찬가지예요.”

물었다. 조직에서 썩은 가지는 어떻게 하냐고.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서 ‘불량사과(Bad Apple)’라는 제목의 기사를 읽었는데, 사과 광주리에 썩은 사과가 있으면 건강한 사과까지 해친다는 내용이었어요. 아쉽지만 조직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그는 이 발언이 직원들에게 구조조정을 염두에 둔 것으로 오해될까봐 걱정했다. “그 대신 제 손가락을 자르는 심정으로 고민해야겠죠. 제가 나뭇가지를 자를 때처럼….” 그래서일까. 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은 2006년 출범한 이후 매년 평균 20∼30%가량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일본 대지진과 태국 대홍수로 카메라 완제품 조립공장, 부품공장이 침수되는 위기를 겪었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든든한 재목으로 자란 직원들과 함께 헤쳐 나가면 되니까요.”
■ 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의 강동환 사장은

△1954년 출생 △1976년 연세대 전자공학과 졸업
△1977년 LG상사 입사
△1981년 LG상사 자카르타지사 주재원
△1995∼1999년 LG상사 로스앤젤레스지사장
△2003∼2006년 LG상사 부사장
△2006년∼현재 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 대표이사

정진욱 기자 cool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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