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일과 삶]코스모양행 김성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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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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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 아내 덕에 ‘半주부’ 생활… 주부눈높이 맞추니 사업도 대박”

김성우 대표는 ‘자의 반 타의반’으로 집에서 청소와 요리를 하는 것이 히트상품을 발굴하
는 비결이 됐다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김성우 대표는 ‘자의 반 타의반’으로 집에서 청소와 요리를 하는 것이 히트상품을 발굴하 는 비결이 됐다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코스모양행 김성우 대표(46)는 1994년 LG전자의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지사에서 파견 근무를 한 후 한국에 돌아온 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주부 역할을 해야 했다. 인건비가 싼 인도네시아에서 한국 기업 주재원들은 현지 가정부, 보모와 운전사 등을 두고 귀족처럼 사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김 대표 부부도 집안일 걱정 없이, 손에 물 한번 안 묻히고 지냈다.

하지만 귀국한 뒤 사정이 달라졌다. 김 대표는 다시 평범한 회사원으로 돌아왔고 부인도 학원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김 대표도 집에서 청소와 요리를 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그는 여느 한국 남자와 달리 집안일을 좋아했다. 닭튀김, 샌드위치에서 시작한 요리 메뉴는 이후 순두부찌개, 조개탕으로 발전했다. 지금까지도 일요일 아침식사 준비는 항상 김 대표의 몫.

“다른 남자들은 쇼핑 따라 다니는 것이 가장 곤욕이라고들 하는데 저는 이상하게 쇼핑이 재밌더라고요. 매주 토요일 저녁은 아이들과 함께 마트에 가서 내일 뭘 해먹을까 고민하며 음식재료를 사는 것이 삶의 낙 가운데 하나입니다. 조개를 사서 소금물에 담가 놓는 등 미리미리 준비해야 할 일도 많습니다.”

해외영업을 주로 맡았던 그는 LG전자가 인수했던 미국 제니스에서 파견 근무를 한 이후 1998년 ㈜코스모양행에 무역사업부장으로 입사했다. 코스모양행은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사촌인 허경수 회장이 오너로 있어 당시는 범LG그룹에 속했다.

이곳에서 수출입 영업을 맡아 숱하게 해외출장을 다니던 그는 2000년대 초반 미국의 얼리어답터 쇼핑몰에서 청소로봇 ‘룸바’를 처음 봤다. 쓸고 닦는 데 엄청난 시간을 쏟아야 하는 한국 주부들에게 분명히 수요가 생길 것이라 생각했고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스스로 주부로 청소를 해보지 않았다면 이런 주부의 욕구를 읽기 어려웠을 안목이었다. 룸바는 국내에 로봇청소기 바람을 불러왔고 지금은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기업도 로봇청소기 시장에 뛰어들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인기가 높았던 다이슨 청소기를 봤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저도 오랫동안 알레르기를 앓아왔고 자녀들도 천식 알레르기로 고생했어요. 아이들이 개를 키우고 싶어 하는데도 알레르기 때문에 계속 말렸죠. 그때 이 제품이 눈에 확 띄더군요.”

다이슨의 청소기는 그동안 진공청소기에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먼지봉투를 없앤 제품. 그 대신 투명 먼지통을 이용해 먼지를 버린 뒤에는 물로 세척할 수 있게 해 더욱 깨끗하게 이용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이 청소기를 국내에 들여온 뒤 최근에는 한국천식알레르기협회로부터 국내 최초로 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99.99999%까지 없앤다는 공식인증을 받았다.

물론 선진국의 히트상품이라고 해서 무조건 수입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서구와 한국의 생활습관이 다른 만큼 소비자의 니즈도 분명히 다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국내 소비자들의 포커스그룹 인터뷰를 하고 소비자의 요구를 파악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로봇청소기 룸바는 국내 소비자의 의견을 본사에 강력하게 주장해 제품 개발에 반영시키기도 했다.

대학시절 첫 미팅에서 만난 첫사랑과 스물여섯살에 결혼한 김 대표의 꿈은 ‘100살까지 건강하게 살아 5대가 함께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것’.

김 대표의 부인은 바리스타 자격증까지 딴 커피 애호가. 부인을 따라 함께 커피를 마시다 커피 맛을 알게 돼 캡슐커피 시장에 관심을 가졌고 최근에는 캡슐커피 머신도 수입하게 됐다.

지금껏 김 대표는 국내 시장에는 없는 외국의 혁신 제품을 수입해 히트를 시켜왔지만 이제 그의 꿈은 국내에서 개발한 혁신 제품을 외국에 수출하는 것이다.

“애플이나 다이슨처럼 혁신적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학교에서 다양한 창의성 있는 인재를 길러야 합니다. 지금까지 한국 교육은 획일적으로 입시경쟁에만 매달려 다양한 천재를 키우지 못했는데 앞으로 빠르게 바뀔 겁니다. 저는 한국 교육에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최근 중학교 과학시간에 ‘날개 없는 선풍기’가 사례로 소개된다는 얘기를 듣고 큰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자신이 소개한 제품이 창의적 인재를 기르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 김성우 코스모양행 대표이사 사장은


▽1965년 출생
▽1988년 고려대 전자공학과 졸업
▽1988년 LG전자 입사
▽1990∼1994년 LG전자 자카르타 지사 근무
▽1996∼1998년 미국 제니스 파견 근무
▽1998년 코스모양행 무역사업부장
▽2003년 ㈜코스모아이넷 대표이사
▽2004년∼㈜코스모양행 대표이사
▽2010년∼㈜코스모레포츠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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