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일과 삶]김익수 다영F&B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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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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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 남자한테 참 좋은데… 정말 좋은데”

김익수 다영F&B 대표의 아침은 늘 요가로 시작한다. 5년째 꾸준히 요가를 해온 그는
“요가에서 얻은 에너지로 하루, 한 달, 1년을 흔들림 없이 버틸 수 있다”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김익수 다영F&B 대표의 아침은 늘 요가로 시작한다. 5년째 꾸준히 요가를 해온 그는 “요가에서 얻은 에너지로 하루, 한 달, 1년을 흔들림 없이 버틸 수 있다”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 가부좌를 튼 그가 눈을 감았다. 비바람 몰아치는 바깥세상과 분리된 고요한 시간. 김익수 다영F&B 대표(47)는 복식호흡을 하면서 몸과 마음을 고른다. 요가로 아침을 시작한 지 올해로 5년째. 지난달 29일 비에 젖은 아침, 김 대표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요가학원에서 만났다. 》
○ 나를 찾는 시간

40대 초반이었던 어느 해 김 대표는 길을 잃은 기분이었다고 했다. 사업은 점점 커지고 최고경영자(CEO)로서 역량은 더 많이 필요한데 도무지 동력을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술, 담배만 늘어갔다. 수영과 웨이트트레이닝을 꾸준히 해왔지만 뭔가 부족했다. 국선도에 본격적으로 입문하기 위해 직접 도장까지 차렸지만 자신과 잘 맞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러다 우연히 요가를 접하게 됐다. 첫 수업을 마치고 나니 ‘이 정도면 나도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수련생들 가운데 김 대표가 청일점이어서 처음에는 작은 동작도 쭈뼛거리면서 따라했지만 자신을 위한 시간이라며 마음을 다잡았다. 매일매일 꾸준히 요가를 해온 지금 “요가 없이는 살 수 없는 몸이 됐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아침 요가는 그저 동작을 따라하는 단순한 운동 시간이 아닙니다. 집중력 있는 깊은 구상을 하는 때도 주로 이 시간이고요, 내 몸과 마음에서 유연하지 않은 부분을 부드럽게 만드는 것도 이때입니다. 무엇보다 요가에서 하루, 한 달, 1년을 살아가는 강력한 에너지를 얻습니다.”

사업에 바빠 혼기를 놓친 그에게 가족을 선사한 것도 요가였다. 지난해 새벽반에서 지금의 아내를 만났고 이제는 2개월 된 아들의 아빠가 됐다. 워낙 요가에 빠져 있던 터라 신혼여행 숙소를 정할 때도 요가 프로그램을 잘 갖춘 곳을 골랐다. 신혼여행 기간 내내 부부는 요가 개인레슨을 받았다. 요즘은 해외 여행지에서도 꼭 현지 요가 스튜디오를 들른다.

김 대표는 요가를 시작하면서 담배를 끊었다. 젊은 시절부터 수도 없이 금연 선언을 했지만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었다. 김 대표는 “요가를 하고 난 뒤 단정하고 상쾌한 기분이 담배 생각을 없애주더라”고 말했다.

그는 훗날 사옥을 지으면 직원들을 위한 근사한 요가 스튜디오를 만들려고 한다. 반질반질한 마루를 깐 그곳에서 전 직원이 함께 요가를 하는 게 꿈이다. “요가를 하면 근력이 강해지면서도 유연해지죠. 혈액순환에도 좋습니다. 남자들한테 안 어울린다고 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아닙니다. 아, 참 좋은데….” 김 대표의 ‘요가 예찬’은 끝이 없었다.

○ 모든 경험이 자산이다

김 대표는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뛰어난 사업 수완을 가진 인물로 꼽힌다. 2002년 경기 의정부에서 시작한 대게 전문점 ‘대게도락’이 크게 성공했다. 2003년 선보인 ‘채선당’은 샤부샤부 대중화에 성공해 9년 만에 가맹점이 250곳을 넘었다. 김 대표는 “성공의 바탕에는 지난 세월이 모두 들어있다”고 말한다.

김 대표는 국내 특급호텔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근사한 호텔에서 멋진 유니폼을 입고 일하는 그를 친구들은 부러워했다. 어머니는 취직 축하선물로 승용차를 선물했다. 하지만 그는 10년, 20년 뒤 호텔에서 자신이 어떤 모습일지를 그려봤다. 원하는 모습이 아니었다. 1년 3개월 만에 멀쩡한 직장을 그만뒀다.

1990년대 초 그는 어머니를 졸라 8000만 원을 손에 넣었다. 서울 중랑구 중화동에서 경양식 레스토랑 ‘서라벌’을 연 것을 시작으로 20년간 주점, 노래방, 호프집, 분식점, 록카페 등 20여 곳을 운영했다. 지금은 손을 뗐지만 이탈리안 레스토랑 ‘일 마레’도 그의 작품이다. 가게가 잘나가고 지갑은 두둑했지만 그때를 김 대표는 ‘방황기’라고 칭했다.

“값비싼 수입차를 타고 다녔죠. 그때는 그래야 하는 줄 알았습니다. 오만과 불찰, 혈기만 넘치던 때였죠.(웃음) 유행하는 업종, 남들 하는 것들을 따라다니면서 시행착오를 거듭했지만 그 시절에 대한 반성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1년이 넘도록 제자리를 못 찾다가 김 대표는 ‘나만의 브랜드’로 재기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다양한 업종을 섭렵한 그는 ‘맛’과 ‘분위기’를 선사하는 외식업체를 만들기로 생각을 모았다. 그렇게 세상에 나온 것이 대게도락과 채선당이다.

두 가게 모두 유동인구가 많지 않은 곳에 1호점을 냈지만 김 대표가 직접 매장에서 서빙하며 손님들의 반응을 체크할 정도로 꼼꼼하게 챙겼다. 그는 직영농장을 운영하면서 식재료를 깐깐하게 골랐고 가격에서 거품도 뺐다. ‘그 식당에 가면 낸 돈이 아깝지 않더라’는 입소문을 타면서 전국에 매장을 늘려갔다. 올해 4월 채선당은 인도네시아에 해외 1호점을 냈다. 요즘 김 대표는 분식을 중심으로 한 소규모 프랜차이즈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다영F&B라는 회사명은 ‘모두 다 영화롭게 잘살자’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합리적인 사고방식으로 정직하게, 최선을 다해야 기업이 성장한다는 것을 늘 잊지 않으려 합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 김익수 대표는


△1964년 출생 △1988년 3월 신라호텔 입사 △2002년 6월 ‘대게도락’ 오픈 △2003년 11월 ‘채선당’ 오픈 △2004년 5월 채선당 가맹사업본부 발족 △2005년 1월 ㈜다영F&B 설립 △2011년 4월 채선당 인도네시아 해외 1호점 오픈 △2011년 7월 현재 전국 250여 개 채선당 매장 운영 △세종대 산업대학원 유통산업학과 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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