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시장을 움직이는가]박인구 동원그룹 부회장

  • 입력 2009년 9월 26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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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洲 찍고 유럽까지” 글로벌 경영 쾌속 항진
美 최대 참치회사 성공적 인수,스피드-협력 강조 축구마니아
2020년 20조 매출 목표 순항

‘미국 최대 참치캔 회사의 주인이 누굴까’, 다소 뜬금없는 질문에 정답이 별로 궁금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오히려 답을 알고 나면 놀랍다. 정답은 우리나라의 동원그룹이다. 국내 최대 참치캔 회사인 동원그룹은 이미 ‘국내 1위’를 넘어 글로벌 기업을 향한 큰 걸음을 뗐다.

○ 미국 최대 참치캔 회사 인수

동원그룹은 지난해 10월 미국 참치캔 시장의 33%를 차지하고 있는 ‘스타키스트’를 인수했다. 인수 대금은 3억6300만 달러. 동원그룹의 미래를 건 인수 작업의 주역은 박인구 동원그룹 부회장(63)이다. 박 부회장은 미국에 3개월 이상 머물면서 성공적인 인수합병(M&A)을 이뤄냈다. 그는 “동원그룹의 40년간 축적된 참치 관련 노하우가 M&A에서도 빛을 발했다”며 “스타키스트를 기반으로 미국 시장을 탄탄하게 다진 뒤 캐나다, 남아메리카를 거쳐 유럽까지 진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원그룹의 스타키스트 인수는 성공적인 해외 기업 인수 사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 1등 기업이 미국 현지 시장 1등 기업을 인수하면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한 것. 스타키스트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3억4690만 달러로 인수 이전인 2008년 상반기 3억1600만 달러에 비해 약 10% 늘어났다. 2008년 상반기에 적자를 기록했던 영업이익도 3000만 달러의 흑자로 돌아섰다. 또 스타키스트는 올해 상반기 점유율 35.9%를 기록하며 2008년 말 33%에 비해 2.9%포인트 상승해 1위 자리를 지켰다. 같은 시기 경쟁사인 범블비와 치킨오브더시가 각각 시장점유율이 3.4%포인트, 0.7%포인트 떨어진 것에 비하면 주목되는 성과다.

○ 히딩크와 생년월일 같은 ‘축구 경영’ 전도사

박 부회장은 둘째가라면 서러운 ‘축구광’이다. 그래서인지 ‘축구 경영’이라는 독특한 경영철학도 갖고 있다. 스타키스트 인수에서도 박 부회장의 축구경영이 효과를 봤다는 후문이다. 그가 말하는 축구와 경영의 공통점은 ‘예측 불가능’, ‘스피드’, ‘협력’이다.

박 부회장은 “축구는 아무리 전력이 강한 팀이라도 항상 이기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꾸준한 연습을 통해 철저한 준비를 갖춰야 한다”며 “기업 경영 역시 유가, 물가, 환율 상승 및 하락 등 외부 요소에 의해 시장 환경이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평소 리스크에 대비한 사업 구조, 마케팅 전략 등 내성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최악을 가정해 최선을 다한다’는 정신이다.

그는 또 “최근 축구가 스피드를 강조하는 것처럼 경영에서도 스피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시간과 공간의 개념이 없어지는 유비쿼터스 시대를 맞아 변화 주기가 짧아진 소비자 욕구를 빠르게 읽고, 대처해야 하는 것이 필수 생존요건이라는 것. 축구 경영의 마지막 항목인 ‘협력 플레이’는 박 부회장이 가장 강조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축구는 한두 사람의 뛰어난 플레이만으로 승부가 좌우되는 게 아니듯 기업 경영 역시 스타 최고경영자(CEO)나 일부 우수 인재만으로 운영되는 게 아니라는 것. 박 부회장은 “이제는 너무 고전적인 이야기가 됐지만,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인 히딩크의 성공에서 기업이 배울 점이 너무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마디 덧붙여 히딩크 전 감독과 생년월일(1946년 11월 8일)이 똑같은 점도 얘기했다. 사주팔자부터 축구 마니아라는 것.

○ 매출 20조 원 목표 동원그룹 ‘2020프로젝트’

동원그룹의 지난 4년간의 평균 성장률은 18%다. 참치는 물론 참살이(웰빙) 식품 등에서 앞서고 있는 것. 앞으로도 이런 성장세를 이어간다고 볼 때 2019년쯤 매출 20조 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박 부회장은 “현재 추세라면 2019년이 되겠지만, 다소 여유를 두고 2020년에 매출 20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2020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며 “단순히 매출액만을 강조하지 않고 자기자본이익률(ROE)도 20%로 정하고 견실한 성장을 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원그룹의 성장에는 모든 직원이 한목소리로 ‘참치 예찬론’을 펴고 있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박 부회장도 마찬가지. 그는 “참치는 EPA, DHA 등 오메가3 지방산과 셀레늄 등이 풍부한 고단백 저지방 식품으로 성인병 예방은 물론 어린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최고의 건강식품”이라며 “참치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며 동원그룹의 글로벌화는 물론 미래산업을 선도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원그룹에서는 박 부회장을 일컬어 ‘글로벌 대장’이라고도 한다. 직원들에게 외국어 능력을 강조하는 것은 기본이고 외국인 친구들을 하나씩 사귀어 e메일이라도 주고받으라고 주문하기도 한다. 그의 집무실 한가운데는 대형 지구본이 있고, 거꾸로 된 세계지도도 걸려 있다. 이 지도에서 박 부회장이 최근 가장 많이 바라보는 곳은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피츠버그 시다. 스타키스트 본사가 이곳에 있기 때문.

“한국 시장 1위에 만족한다면 진정한 1등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선도하며 더 발전해야 하는 것이 1등의 의무입니다. 스타키스트 인수로 시작한 세계 참치 시장을 향한 도전은 우리의 의무죠.”

박인구 부회장은…

―1977년 제21회 행정고등고시 합격

―1984년 주미국 상무관

―1990년 주EC 상무관

―1997년 상공부 부이사관

―1997년 동원정밀 대표이사

―2000년 동원 F&B 대표이사

―2006년 동원그룹 부회장(현)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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