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교과서로 배웁시다]중국의 기업가 정신

  • 입력 2009년 1월 21일 02시 54분


오늘의 중국 만든 건 ‘현대판 왕서방’

[내용] 1930∼1970년대에 유행하던 노래 중에 ‘왕서방 연서’라는 게 있다. ‘비단이 장사 왕서방, 명월이한테 반해서…’로 시작되는 이 노래는 비단 장수로 대표되는 중국 사람들이 돈만 밝히지 현실적으로는 결코 현명하지 않다는 것을 희화화한 것이다. 중국 상인을 빗댄 속담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중국 사람이 챙긴다’는 남을 이용해 자기 잇속만을 챙기는 중국 상인들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드러낸 것이다. 그런데 최근 비단 장수 왕서방으로 대표되는 중국 기업가들이 긍정적인 이미지로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김익수·2007)

中 기업가들, 시장흐름 잘 읽고 협상력 탁월

지방관료 - 대학교수 - 학생도 창업에 적극적

투자 - 창업 주저하는 한국과는 분위기 달라

[이해]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 정책 이후 중국은 연평균 9% 내외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고 있다. 전 세계의 주목은 물론 두려움의 대상이 된 셈이다. 많은 학자들은 중국 경제의 이런 성공을 놓고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최근 중국 경제의 고도성장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시장이 확대되고 베이징(北京) 올림픽과 상하이(上海) 엑스포를 대비한 사회간접자본 및 설비 투자의 확대, 1인당 국내총생산(GDP) 증가에 따른 구매력 상승, 시장의 개방화 민영화 국제화 규범화 등으로 가능했다는 견해가 있다. 과거에 비해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는 시장 여건이 조성됐다는 의미다.

중국의 풍부한 자원이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 내륙 지역에서 공급되는 무제한적인 저임 비숙련 노동력, 대학과 연구소에서 양산되는 수준 높은 기술 인력과 엔지니어, 해외 화교 네트워크 덕분이라는 것.

역설적이지만 공산당 일당 독재의 정치 안정 속에서 일관된 개혁 개방 정책의 추진, 관련 법률 제도의 지속적인 개선, 대규모 해외자본과 기술, 경영 노하우의 도입 등을 강조하는 것은 정치 및 정책 요인을 강조한 견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중국 민간 부문의 기업가 정신이다.



정부의 경제 정책은 경제 활동의 제도적인 환경을 조성한다. 자원과 시장은 경제 활동의 크기와 범위를 결정한다. 이들 요인을 엮어서 경제 성장을 이뤄 낸 요소는 바로 현대판 비단 장수 왕서방인 중국의 ‘민간 기업가 군단’이라는 설명이다.

중국의 경제 성장을 주도한 민간 기업가들의 기업가 정신은 크게 △상인 정신 △환경 적응력 △네트워킹 능력 △지식정보의 흡수 및 공유 능력 △도전정신으로 요약된다.

중국의 현대판 왕서방들은 시장의 흐름을 읽을 줄 아는 날카로운 통찰력과 불리한 환경에서도 유리한 성과를 이끌어내는 뛰어난 협상력이라는 상인 정신을 갖고 있다.

또 세계 어디를 가든 면도칼 식칼 가위만 있으면 살 수 있다는 뛰어난 적응력, 화교 사회로 대표되는 네트워킹 능력, 대외 지향적이고 실리를 우선시하는 지식정보의 흡수 및 공유 능력, 사업도 도박처럼 위험을 감수하고 뛰어드는 도전정신 등이 중국 상인들의 장점이다.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중국 민간 기업가들의 구체적인 활동도 눈여겨봐야 한다.

기업가 못지않은 지방 관료들의 적극적인 기업 유치 활동과 ‘교판기업(校辦企業)’ 혹은 ‘연판기업(硏辦企業)’으로 대표되는 교수들의 창업을 돕는 정부와 대학의 적극적인 투자 그리고 해외 유학파들을 중심으로 한 중국 젊은이들의 창업 열풍이 대표적이다.

중국의 창업 열풍은 1990년대 말부터 고학력의 퇴직 관료와 교수 및 연구원, 해외 유학파가 주도했다. 기존의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을 하는 이들을 가리켜 돈을 벌기 위해 ‘바다로 나간다’는 뜻의 ‘샤하이(下海)’라고 불렀다. 또 해외에서 귀국한 유학파로 창업하는 이들은 ‘하이구이(海歸, 海龜)’라고도 불렸다.

얼마 전에 작고한 세계적인 미래학자이자 경영학자인 피터 드러커는 ‘새로운 사회(Next Society)’에서 세계에서 기업가 정신이 가장 높은 나라로 주저 없이 한국을 꼽았다.

그러나 요즘의 한국 기업은 60%의 성공 확률이 있어도 투자하길 꺼린다. 또 한국 젊은이들은 창업보다는 안정적인 공무원이 되기 위해 시험 준비에 몰두하고 있다. 30%의 성공 확률만 있어도 창업하려는 중국인들과 대조적이다. 세계적 석학들이 치켜세운 한국의 기업가 정신이 위축되고 있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한국의 기업가 정신을 살리기 위해서는 공정한 경쟁으로 부를 축적한 대다수의 기업가들이 사회에서 존중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언론이 앞장설 필요가 있다.

또 학교 교육 과정의 개선으로 많은 학생들이 기업의 글로벌 전략과 기업조직 및 문화를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나야 할 것이다.

김경모 경상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

정리=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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