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제2막] ‘완산골명가’ 시흥 정왕동점 정원화 사장

  • 입력 2007년 11월 8일 03시 02분


코멘트
“벼랑 끝의 나를 구한 건 콩나물국밥”

“3년여 전 콩나물국밥집을 열고는 매일 밤 인근 유흥업소를 찾아다니며 전단을 돌렸습니다. 그곳 종업원들도 처음엔 잡상인 취급을 하며 가로막았지만 나중엔 박대하지 않더군요.”

콩나물해장국밥 전문 프랜차이즈 ‘완산골명가’ 정왕동점 정원화(48·경기 시흥시 정왕동·사진) 사장은 2004년 1월 15년 동안 몸담았던 D그룹 계열사의 생산관리직을 그만둔 뒤 샐러리맨 시절 취미 삼아 시작했던 주식 투자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증시가 6개월 이상 꾸준히 오르면서 ‘재미’를 보자 슬그머니 욕심이 났다.

하지만 퇴직금과 적금 등 8000만 원을 ‘날리는’ 데는 그로부터 6개월이 채 걸리지 않았다. 증시가 언제 그랬느냐는 듯 급락세로 돌아섰고, 그가 투자한 코스닥 종목은 연일 하한가를 기록했다.

“정말 순식간이었어요. 주식 투자에 실패한 뒤로는 아내와도 자주 다투고, 심한 자책에 빠졌지요. 이대론 안 되겠다고 결심한 후 동생들에게 사업자금을 빌려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동생들의 도움에다 은행 대출금을 보태 마련한 1억 원으로 창업 아이템을 찾던 정 사장은 2004년 6월 콩나물해장국밥 전문점을 선택했다.

메뉴가 간단하고 인테리어 등 창업에 따르는 부가적인 비용이 적어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었으며, 전북 전주시에 갔다가 들렀던 콩나물국밥집의 맛이 좋았기 때문이다.

“어느 조사 결과를 보니, 직장인이 가장 선호하는 해장국이 콩나물국밥이라고 하더라고요. 다른 해장국과 달리 여성들도 즐기는 음식이어서 술 마실 기회가 늘어난 여성 직장인에게 인기가 있을 것 같았습니다. 24시간 영업을 하니 빨리 재기할 수 있을 거라고 여겼지요.”

사업을 시작한 뒤 손님이 뜸한 오후 시간에는 인근 마트의 주차장을 돌며 자동차에 일일이 전단을 올려놓았고, 오후 9시 이후엔 유흥업소를 찾는 등 음식점을 알리는 데 정성을 기울였다.

하지만 여름으로 접어들면서 ‘뜨거운’ 음식인 콩나물국밥을 찾는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다. 여름철 메뉴를 고심하던 정 씨는 직원의 제안을 받아들여 콩국수를 만들기 시작했다.

“콩국수를 좋아하는 분들은 어떤 콩을 원료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콩국수의 맛이 천차만별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고향인 충북 제천시에서 직접 콩을 가져다 쓰고 있어요.”

직원들에게도 ‘이거 망하면 나는 죽는다, 제발 도와달라’며 진심으로 부탁했다. 그 대신 적어도 3개월마다 성과를 평가해 급여를 조정해 주는 등 노력한 만큼의 대가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이 약속을 잘 지켜서인지 창업과 함께 일을 시작한 직원이 아직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 중 한 명에겐 이달 중순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문을 여는 2호점 점장을 맡기기로 했다.

약 76m²(23평) 매장에서 탁자 11개를 놓고 시작한 콩나물국밥집의 현재 하루 매출은 평균 120만 원. 꼬박 3년을 모은 돈으로 시작보다 2배 정도 넓은 약 145m²(44평) 규모의 2호점을 준비하는 것이다.

“막막하기만 했던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벼랑 끝에 서 있다는 절박감 때문이었습니다. 누구든 간절히 원하면 성공할 수 있습니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성공비결은

요즘은 경쟁이 치열하고 원가와 인건비 비중이 높아 점심 장사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 일품요리 중심의 점심 메뉴는 물론 콩국수 등 다양한 메뉴를 준비하는 노력이 돋보인다. 또 24시간 운영 업소의 성공을 좌우하는 직원 관리 능력에서 탁월한 경쟁력을 보였다.

이 경 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