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제2막]어린이 영어학원 창업 조태훈 씨

  • 입력 2007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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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정성 강의 원칙 지켰다

학부모 감동 입소문 퍼졌다

등록원생 150명까지 불었다

“어느 정도 사회생활을 한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게 마련일 겁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30대 후반부터는 늘 퇴직 이후를 생각해 왔습니다.”

서울 도봉구 쌍문동에서 어린이 영어학원(잉글리시 무무 쌍문 제1학습관)을 운영하고 있는 조태훈(40) 사장은 2005년 7월 퇴직하기 전까지 대기업의 중간간부로 평범하지만 남부러울 것 없는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속내는 달랐다. 퇴직 몇 년 전부터 남몰래 창업을 구상하며 미래를 준비해 왔다. 조 사장은 “퇴직 전까지만 해도 ‘지금은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지만 앞으로 직장 생활을 얼마나 하게 될지 모른다’는 고민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런저런 창업 아이템을 알아보다가 지인의 소개로 접하게 된 것이 영어 교육사업.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전산 관련 직종에만 근무해 온 그에게는 무척이나 생소한 분야여서 처음에는 다소 망설였다. 그러다가 먼저 사업을 시작한 사람들을 살펴보면서 점차 사업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 직장에 사표를 낸 것은 2개월 정도의 ‘탐색’을 거친 뒤였다. 그는 “기회가 항상 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기회라고 느꼈을 때 과감히 도전장을 던졌다”고 말했다. 집을 담보로 창업비용을 마련했다. 점포 보증금 5000만 원과 개설비 6000만 원 등 초기 투자비용으로 1억1000만 원이 들어갔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 본 교육 사업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개원만 하면 원생들이 몰려올 것으로 생각하고 문을 열었지만 사업이 안정권에 들어서기까지는 1년 이상이 걸렸다.

“전단을 뿌린다고 원생이 몰려드는 사업은 아니더군요. 이럴 때일수록 학습의 기본에 충실하자고 생각했지요. 결국 결과가 말해 주는 것이니까요. 마케팅도 중요하지만 학습 성과가 없으면 거짓말쟁이가 되는 셈이잖아요.”

원생 1명이 아쉬운 시기에도 최소한 초등학교 2학년이 되어야 원생으로 받는다는 ‘원칙’에 따라 초등학교 1학년생이나 유치원생은 받지 않았다. 그 나이 또래는 ‘엄마와 한글 동화책을 읽어야 할 시기’라는 소신 때문이었다. 그 대신 일단 원생으로 받은 학생에 대해서는 ‘하루치 일과를 다 끝낼 때까지’ 몇 시간이라도 학원에 붙잡아두며 성의껏 가르쳤다.

조 사장은 “학원이라고는 해도 아파트 단지 안에 개원한 ‘동네 장사’의 성격이 강하다”며 “어머니들의 신뢰를 잃으면 끝이라는 생각으로 학원을 운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처음 몇 달은 반신반의 하다가도 마침내는 영어로 어렵잖게 글을 짓는 어린이들을 보면 부모들이 무척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현재는 매달 120∼150명의 원생이 꾸준히 등록해 강사 임금과 임차료 등을 제외하고도 600만 원 이상의 순수입을 올리고 있다. 신입원생은 대부분 먼저 다녔던 원생 부모의 소개로 들어온다. 꾸준하고 성실한 원생 관리가 동네에서 ‘입소문’을 만들어낸 것이다.

조 사장은 “앞으로도 어린이 영어 교육에 관한 관심이 계속되리라는 점에서 전망이 밝은 사업”이라고 말했다.

▼마케팅보다 학업 성과로 승부▼

교육사업은 다른 자영업과 달리 사명감이 매우 중요하다. 조태훈 사장은 성실하고 꾸준한 ‘모범생 기질’을 발휘해 교육사업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단순히 수익만을 추구한 것이 아니라 학원 운영의 소신과 원칙을 지켰고, 원생들과 보조를 맞춰 공부하면서 그 경험으로 원생을 지도했다. 마케팅보다는 성과에 치중해 고객을 만족시킨 것도 입소문을 만들어 낸 힘이다.

창업하기 전에 자신이 하려는 창업 아이템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사업에 뛰어든 점도 예비 창업자들이 참고해야 할 태도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

글=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사진=석동률 기자 seok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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