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제2막]테라스 생맥주점 창업 정창국 씨

  • 입력 2007년 2월 27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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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에는 어떤 가게가 없을까. 어떤 가게를 차리면 잘될까.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만큼 자기가 잘 아는 지역은 없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서 크림 생맥주 전문점 ‘플젠’을 운영하는 정창국(50) 사장은 주민의 요구와 필요를 잘 파악해 성공적으로 창업한 사례다. 지난해 11월 가게를 차린 정 사장은 이 전문점 인근에서 오래 거주했다.

정 사장은 보험회사 지점장 출신이다. 1년 6개월 전에 희망퇴직한 정 사장은 퇴직한 뒤 보험대리점을 냈다. 나름대로 ‘경력’을 살린 일이었지만 사무실 하나 달랑 내고 혼자서 대부분 일을 관리하는 소규모 대리점으로는 넉넉한 수입을 올리기 어려웠다. 그런데도 정 사장이 이 사무실에 ‘다걸기(올인)’하지 않은 이유는 이 보험대리점 외에 ‘앞으로 10년 이상 먹고살 수 있는’ 업종을 찾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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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다닐 때 함께 일하던 50, 60대 보험설계사들을 영업망으로 활용했지만 요즘처럼 젊은 영업사원이 많은 현실에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어요. 지금도 사무실을 함께 운영하고는 있지만 새로 창업한 생맥주전문점에 더 주력하고 있습니다.”

그의 준비는 꼼꼼했다. 창업을 결심한 뒤 분당과 강남, 안양, 신촌 등 서울 등 수도권의 상권을 조사한 정 사장은 분당구 정자동의 ‘카페 골목’에 주목하게 됐다. 이 지역은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카페에 노천 테라스가 줄지어 서 있어 ‘이탈리아풍 카페 테라스촌’으로 불린다.

“우리 동네에도 이런 카페가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창업 아이템은 새로운 메뉴인 크림비어(거품을 크림으로 만든 맥주)로 결정했습니다. 그 뒤로 점포가 들어설 주상복합건물의 아파트 부녀회를 찾아갔습니다. 테라스를 내려면 주민의 협조가 필요했거든요. 건물을 예쁘게 만들겠다며 설득했습니다.”

아파트 부녀회는 ‘너무 크지 않게’라는 조건으로 정 사장의 테라스 공사를 허가했다. 주민들도 집 주변에 편하게 쉴 수 있는 ‘근사한 공간’을 원하고 있었다. 정 사장은 “동네 명소를 만들자”는 생각으로 소품 하나하나까지 정성들여 테라스를 꾸몄다.

개업하자 마땅한 휴게공간이 없었던 인근 아파트 주민이 몰려들었다. 특히 대형 난로 2개를 설치한 야외 테라스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찾았다. ‘한 동네’ 주민인 데다 보험회사 출신인 정 사장은 특유의 친절함으로 소비자를 사로잡았다.

“겨울에, 그것도 주택가에 맥줏집을 낸다고 해서 걱정들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예쁜 테라스와 인테리어에 주부들의 반응이 좋았습니다. 최근에는 인근 상가들에서도 테라스를 꾸미자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겨울 ‘비수기’에도 월 2500만 원 가까운 매출을 올리고 있는 정 사장은 “여름이면 매출이 2배는 되지 않겠느냐”며 기대 어린 미소를 지었다.

글=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사진=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주택가 수요 파악이 성공 열쇠

충분한 사전조사를 통해 입지를 선택하고 지역 주민의 요구를 파악하는 것은 창업의 기본이다. 창업자금이 부족하다고, 또는 상황이 급하다고 해서 무턱대고 창업하다 보면 실패할 수 있다.

정창국 사장은 주택가에 생맥주전문점을 열었지만 개업 전부터 주민들의 의견을 구하고 인테리어에 보통 창업자보다 많은 투자를 해 아파트 주민들이 원하는 조건을 충족시켜 성공한 사례다.

이 경 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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