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대도시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 대중교통수단이 거의 없다시피 해서 자동차는 생활필수품이 아니라 ‘생존필수품’이고, 특히 이런 폭설이 내리면 4륜구동 자동차가 절실해진다. 반대로 눈길에서 취약한 후륜구동 자동차는 생존의 측면에서는 인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동부지역에는 후륜구동이 주력인 BMW나 메르세데스벤츠의 비율이 눈이 오지 않는 서부보다 낮고 그나마도 대부분이 4륜구동 모델이다.
럭셔리 브랜드 모델 중에선 벤츠 ‘C300 4MATIC’ 모델이 가장 많이 보이는데 동부지역 백인 중년 여성의 로망이라고 한다. 멋진 브랜드에다 겨울에도 다닐 수 있고 가격이 4만 달러대로 너무 비싸지도 않으며 크기도 혼자 타고 다니기 적당해서다.
현대자동차의 미국시장 점유율이 최근 크게 높아지면서 동부지역에서 ‘쏘나타’ ‘아반떼’는 자주 보이지만 후륜구동인 ‘제네시스’와 ‘에쿠스’는 찾아보기 힘들다. 동부지역에서 1만 km를 넘게 운전했지만 제네시스는 10여 차례, 에쿠스는 3차례만 도로에서 마주쳤을 뿐이다. 실제로 동부지역의 한 딜러사의 경우 올해 제네시스를 5대밖에 판매하지 못했고 에쿠스 판매실적은 없다고 했다. 가격이 높은 편인 데다 후륜구동이라서 그렇다는 것이 직원들의 대답이었다.
이처럼 미국에선 기후에 따라 자동차에 대한 기호가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한국 자동차 브랜드가 미국 전역에서 고른 인기를 누리고, 미국인의 삶과 함께하는 브랜드라는 인식을 얻으려면 수익성이 떨어지더라도 4륜구동 세단과 컨버터블, 중형 쿠페 등 다양한 형태의 모델을 갖춰야 할 시기가 왔다. 최근 만난 미국인 자동차담당 기자가 “컨버터블이 없는 자동차회사는 반쪽짜리 회사”라고 한 말이 가볍게 들리지만은 않는다.―미국 노스헤이번에서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