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est]지프 ‘랭글러 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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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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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만 먹으면 어디든 길이 된다

지프 ‘랭글러 사하라’는 3분할 구조의 하드톱(철제 지붕)을 손으로 뜯어낼 수 있게 한
독특한 설계방식으로 운전자의 기호에 따라 개방성을 다양하게 느낄 수 있게 했다.
크라이슬러코리아 제공
지프 ‘랭글러 사하라’는 3분할 구조의 하드톱(철제 지붕)을 손으로 뜯어낼 수 있게 한 독특한 설계방식으로 운전자의 기호에 따라 개방성을 다양하게 느낄 수 있게 했다. 크라이슬러코리아 제공
미국 크라이슬러의 ‘지프(Jeep)’는 제품의 브랜드가 보통명사로 자리 잡은 대표적인 사례다. 3M의 ‘스카치’ 브랜드가 셀로판테이프를, ‘버버리’가 트렌치코트를 통칭하는 것처럼 ‘지프’는 오프로드(험로) 주행에 초점을 맞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아우르는 의미로 쓰이곤 한다.

단지 오프로드 주행만을 위해 차를 사는 소비자는 많지 않다. 그럼에도 투박한 사각형의 외관과 거친 주행감을 가진 지프는 꾸준히 팔린다. 지프를 만들었던 아메리칸모터스가 크라이슬러에 흡수 합병되기 직전 해인 1986년 출시한 ‘랭글러’가 대표적이다.

랭글러는 26년의 역사를 이어 오며 진화를 거듭했다. 전쟁터를 누비는 데 최적화한 기능 위주의 설계는 도심 주행에 맞춰 점차 유순해졌다. 물론 핵심 가치는 변하지 않았다. ‘어떤 길이든 달릴 수 있다’는. 지프의 전신 ‘윌리스’가 전장을 누비던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6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지프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존재의 이유를 고집스럽게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5월 국내 출시된 지프 ‘랭글러 사하라’는 랭글러 라인업 중 최상위 모델이다. 신형은 승차감 개선에 공을 들였다.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음을 최대한 억제했고 가속할 때의 느낌도 기존에 비해 부드러워졌다. 지프의 특기인 사륜구동(4WD)은 어떤 길에서도 안정적이다. 핸들링 느낌도 그리 둔하지 않다. 시트의 착좌감은 의외로 쾌적한 편이어서 장시간 주행에도 크게 피로해지지 않았다. 전자식 주행안정화 프로그램(ESP), 전복방지 시스템(ERM), 언덕 밀림 방지장치(HAS) 등 안전장치도 충실하다.

최고출력 200마력의 2.8L급 터보 디젤엔진은 길을 가리지 않고 2t이 넘는 육중한 차체를 끌고 다닌다. 하지만 랭글러의 승차감이나 가속력을 일반 승용차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마음먹은 대로 차를 다루기가 쉽지 않고 엔진 소리도 정숙함과는 거리가 있다. 시속 200km를 넘나드는 초고속 주행을 할 수도 없다.

이 차의 용도는 어디까지나 험한 길에서도 막힘없이 달리게 하기 위한 것이다. 랭글러를 타고 한 번이라도 오프로드를 경험한 이들은 이 차의 진짜 가치를 안다. 랭글러는 꽉 막힌 도심 한가운데서도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지 갈 수 있다’는 일탈을 꿈꾸는 사람들의 몫이다. 연료소비효율은 L당 9.2km(4도어 언리미티드 기준). 자동변속기는 5단이다. 가격은 2도어 4910만 원, 4도어 5170만 원.

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랭글러 사하라#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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