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낮과 밤]톡톡튀는 차림새/"고정틀 싫다"

  • 입력 2000년 4월 10일 19시 44분


“튀어야 산다.”

벤처기업은 어디가 튀어도 튄다. 직원들의 헤어스타일이나 옷차림도 예외는 아니다.

온라인 머드게임 ‘바람의 나라’로 유명한 넥슨의 사무실에 들어서면 단풍이 한창 무르익은 가을산에 온 것 같다. 울긋불긋 온갖 색으로 머리를 물들인 직원들이 많기 때문.

▼"독특하게 바꿔라"▼

김정주 사장(33)부터 은행잎을 연상시키는 노란 색으로 물들였다. 여성 직원들은 전부, 남성 직원들도 몇명을 빼놓고는 모두 머리를 염색했다. 직원들 평균 연령이 젊은 데다 게임의 주요 고객이 10, 20대의 N세대들이기 때문에 이들과 비슷한 사고를 갖기 위해선 우선 겉모습부터 바꿔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맞춤형 웹브라우저를 개발한 CCR은 ‘튀는 용모’를 회사에서 정책적으로 장려하는 케이스. 윤석호 사장(27)은 최근 직원들에게 “머리를 염색하거나 옷차림을 바꾸는 등 독특하게 외모를 바꾸면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제의했다. 윤사장이 내건 인센티브는 월급의 5%선. 회사의 방침이 공식 발표된지 얼마 안돼 아직은 조용하지만 조만간 100여명 임직원들이 대부분 튀는 모습으로 바뀔 전망.

일부 벤처기업 가운데에는 아예 회사 인근의 미용실과 계약을 맺고 직원들이 언제나 무료로 드나들 수 있게 한 곳도 있다.

▼염색비 등 회사지원▼

이에 비해 같은 정보통신 업계라도 대기업 계열사는 상대적으로 고전적이다. 삼성 계열사인 유니텔이나 제일제당 계열의 드림라인은 그룹내 다른 계열사들과 달리 정장 차림을 벗어버린 정도에서 만족하고 있다. 길가던 사람들이 쳐다볼만한 헤어스타일이나 복장은 아직 찾아보기 힘들고 그저 일부 남자 직원들이 귀를 뚫은 정도. 유니텔의 경우 최근 사원을 모집하면서 “가장 튀는 사람을 뽑겠다”고 채용 기준을 내걸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벤처기업인들 중에는 겉모습부터 남들과 달라야 독특한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믿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홍석민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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