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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정치

[한반도를 공부하는 청년들]언론서 만들어낸 탈북민 이미지…그들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백승헌 인턴기자
입력 2018-12-04 09:54업데이트 2018-12-05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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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한반도정책컨센서스 “남녀가 호감을 느끼면 자주 만나고 싶잖아요? 보통의 남자친구라면, 어디에서 놀자고 제안하시나요? 네 맞아요, 커피숍 또 영화관! 저희 남편이 저한테 어디 놀러가자고 했는지 아세요? ‘우리 물고기 잡으러 갈래요?’ 그랬어요.”

11월 1일 서울 중구 을지로의 한 회의실. 탈북민(북한이탈주민) 남편과 결혼해 ‘작은 통일’을 이뤄낸 직장인 최모 씨(여)가 남편과의 연애시절을 이렇게 회고했다.

“네? 물고기를 잡으러 가자고요?‘ 뭐 어디, 영화 보러 가거나, 한강에 놀러 가는 게 아니라, 물고기 잡으러 가자고요?”(남에서 살아온 여자친구)

“내가 어렸을 적에 강가와 개울에서 물장구 치고 놀았던, 그 기억이 너무 행복했어요. 당신과 그런 감정을 공유하고 싶어요.”(북에서 온 남자친구)

최 씨가 이어 말했다.

“그런 순수함? 저는 원래부터, 약간 경상도 스타일이나, 강원도 스타일이나, 이렇게 좀 억양이 좀 있는 그런 말투를 좋아했는데, 남편의 말투가 되게 마음에 들었던 거 같아요. 결국 그냥, 그 사람, 눈망울, 눈, 그리고, 그 수줍어하는 모습, 그리고 순수함, 그런 것들이 되게 매력으로 다가왔던 것 같아요. 어떤가요? 제가 남편을 좋아하게 된 계기에, 북한이 보이나요, 사람이 보이나요?”

한반도정책컨센서스 정우진 사무총장 제공
최 씨는 청년이 주도하는 한반도 공론장인 한반도정책컨센서스(KPPC·Korean Peninsula Policy Consensus)가 국제비정부기구인 LiNK(Liberty in North Korea)와 함께 주최한 이날 클링크 나이트(K.LiNK Night) 행사에 초대된 남녀북남(南女北男) 커플이었다. ‘휴먼(인간)으로 한반도를 잇다‘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다양한 나이의 탈북민들과 한국의 대학생 청년들이 모여 탈북민과 여성인권에 대해 토론했다.

강연이 끝나자 조별 토의가 진행됐다.

“편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대화가 필요해 보이는데, 만남의 장으로 어떻게 사람을 모을 수 있을까요?” (박수진 씨·이화여대 기독교학과 4학년)

“언론에서 만들어낸 자극적인 프레임을 어떻게 하면 해소할 수 있을까요?” (김주은 씨·숙명여대 경제학부 2학년·통일부 대학생기자단 10기)

“일반인이나 제도권 교육을 받은 사람으로서는 정보의 한계가 있다보니 스스로 대면할 기회를 찾는 별도의 노력이 필요해보여요.”(고선영 씨·숙명여대 경제학부 2학년)

“통일교육 현장에 북한 출신 강사를 의무적으로 동참하도록 하고, 그 강사들 또한 서로 통일교육 내용을 보완하도록 커뮤니티를 구성하는 해결방안은 어떨까요?” (이하영 씨·동덕여대 회화과)

한반도정책컨센서스 정우진 사무총장 제공
김주은 씨는 숙명여대 교양강의인 ’생활 속의 북한 알기‘도 수강하고 북한인권 동아리(HANA)와 통일부 대학생 기자단에서도 활동했다. 몇 십 년 뒤에 통일이 됐을 때 조금이라도 북한 주민들에게 부끄러움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한다. 한편, 고 씨는 시사 문제를 토론하는 동아리에서 활동하며 북한 이슈들을 접했다. 탈북민에 관해 상대적으로 잘 몰랐던 고 씨는 친구인 김씨의 권유로 행사에 참석했다.

“강연을 듣고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특히 탈북민의 정체성과 관련해 단순히 북에서 왔다는 이유로 하나의 분류를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그들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보았습니다.” (고 씨)

“발표에 나선 탈북자들이 여느 다른 사람들처럼 사업가나 크로스핏터 등 다양한 정체성을 꾸려가는 멋진 삶을 살고 있다는 점이 기억에 많이 남았습니다. 북한 주민과 탈북민들이 모두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도 생겼습니다.” (김 씨)

탈북민들에 대해 일반인의 관심을 이끌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기성 언론이 만든 프레임에서 어떻게 벗어날까? 이들이 던진 질문을 다시 던져 보았다.

“사실 지금은 워낙 자료의 시대여서 관련 동아리나 행사 등에서 정보는 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인이 관심을 가지고 정보를 찾게 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교육과 홍보가 잘 이루어져야 할 것 같습니다.” (고 씨)

“관심의 진입장벽을 점차 얇게 또는 허물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데, 현재 통일교육을 하는 단체나 언론들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됩니다. 언론의 프레임을 깨기 위해선 북한에서 오신 분들의 스토리를 직접 배우며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언론자체가 방향을 조금 바꾸면 좋겠지만, 민간에서 최대한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반도정책컨센서스 정우진 사무총장 제공
하루를 체험했을 뿐이지만 한반도정책컨센서스의 설립 취지를 100% 달성한 모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청년이 운영하는 한반도 문제 공론장인 KPPC는 매년 10여 명이 사무국을 꾸려 운영한다. 여름마다 주최하는 공론장에는 2016년 48명, 2017년 60명, 올해는 62명의 청년이 참여했다.

정우진 한반도정책컨센서스 사무총장
“청년이 주도해 담론을 생산하는 과정이 없다면 외형적 통일은 가능해도 진정한 통합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청년이 한반도 문제에 주인의식을 가지고 윗세대가 이루지 못한 진정한 통합과 공존을 만들어보자는 규범적인 정신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정우진 한반도정책컨센서스 사무총장(서울대 정치외교학부 석사과정)은 “우리의 활동은 그 자체가 하나의 도전”이라며 “좀 부족하고 서툴 수 있지만 비영리 공익 활동은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보다는 씨를 뿌리는 작업”이라고 소개했다. 청년들의 관심을 확대하기 위해 △숙의민주주의 청년 공론장 △남·북·해외청년 네트워크 △한반도문제 토크콘서트 △미래세대 교육 등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백승헌 우아한 사무국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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