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라 반짝이 의상[간호섭의 패션 談談]〈30〉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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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섭 패션디자이너·홍익대 미술대 교수
간호섭 패션디자이너·홍익대 미술대 교수
연말이면 크리스마스 캐럴의 리듬, 예쁘게 포장된 선물꾸러미들이 마음을 푸근하게 합니다. 그 분위기를 더욱 실감나게 하는 것들이 반짝반짝하는 빛들입니다. 16세기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 나폴리 왕국에서는 기독교 성인(聖人)들을 기리고자 루미나리에(luminarie)라고 하여 반짝이는 조명들로 조형물을 만들거나 건축물을 장식하는 축제를 열었습니다. 종교 행사는 이제 세계 각국의 백화점, 호텔, 공연장뿐 아니라 가정에까지 퍼져나가 반짝이는 빛의 축제가 되었습니다. 크리스마스트리의 꼭대기를 장식한 별 장식 또한 아기 예수의 탄생과 관련이 깊죠.

기독교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종교들이 반짝이는 빛을 기리고 성스럽게 여기고 있습니다. 광배(光背)라고 하여 반짝이는 빛들이 각 종교의 신이나 신화 속 인물들의 뒤에서 빛을 발하고 있죠. 신이 되고자 했던 인간들은 광배를 표현하고자 반짝이 의상을 활용했습니다. 태양신의 아들이라 여겨진 고대 이집트의 파라오는 태양을 상징하는 색상인 황금으로 된 장신구와 의상을 착용했습니다. 커다란 칼라 모양으로 목둘레를 둘러싼 목걸이인 파시움(Passium)과 의상의 주름들은 퍼져 나가는 햇살 모양을 형상화했습니다. 르네상스 시대에는 신에게 있던 광배가 드디어 인간들의 얼굴로 옮겨졌습니다. 러프 칼라(Ruff Collar)라는 주름 칼라가 얼굴 주위를 둘러싸더니 그 크기가 나중에는 30cm까지 커졌습니다. 르네상스 시대의 전성기에 재위했던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은 광배를 그대로 옮긴 듯한 부채 모양의 팬 칼라(Fan Collar)를 착용했습니다. 금실과 레이스, 진주 등으로 장식된 이 팬 칼라는 회화나 조각 속의 광배와 다르게 움직일 때마다 반짝반짝 빛을 냈습니다.

현대에 와서는 과학기술의 발달로 더 이상 황금이나 진주 같은 값비싼 반짝이 재료들이 필요 없어졌습니다. 플라스틱이나 스팽글 같은 반짝이들이 등장했죠. 무게도 가벼운 이 반짝이들에 주머니가 가벼운 젊은이들이 열광했습니다. 게다가 과거 왕이나 성직자들이 입던 권위의 반짝이 의상은 이제 영화배우나 팝스타가 입는 인기 있는 반짝이 의상으로 재탄생됐습니다. 1970년대 후반 디스코의 열풍이 전 세계를 휩쓸었습니다. 다이애나 로스, 도나 서머, 비지스 등의 디스코 음악들은 어디를 가도 흘러나왔고 그들이 입은 반짝이 의상들은 그 시대를 대변하는 최고의 유행 아이템이었습니다. 디스코텍의 미러볼 조명은 그 시대를 대변하는 최고의 발명품이었죠. 지금도 특별한 행사나 핼러윈 같은 날에는 반짝이 의상을 찾습니다. 왕도 아니고 스타도 아니지만 그날만큼은 나도 주목받고 싶기도 합니다. 연말 모임이나 파티가 많은 요즘 반짝이 의상을 한번 입어 보시면 어떨까요? 반짝이 의상이 부담스러우시다면 반짝이 소재의 숄이나 조그마한 크기의 클러치 백, 구두도 좋습니다. 1년 중 반짝이가 가장 잘 어울리는 이때를 놓치면 내년까지 한참 기다리셔야 할지도 몰라요. 반짝이 의상 하나로 얼굴도 반짝, 마음도 반짝하시기를 권합니다.
 
간호섭 패션디자이너·홍익대 미술대 교수
#연말#크리스마스#반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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