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법정근로시간 지키면 새 일자리 33만개… 노동경찰 1만 배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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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대선주자에게 길을 묻다]<1> 이재명 성남시장

채널A와 동아일보가 공동 기획해 1일 보도한 특집 ‘청년, 대선 주자에게 길을 묻다’의 첫 출연자로 나선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오른쪽)이 패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패널로 참가한 채널A 홍성규 정치부 차장, 동아일보 송평인 정성희 
논설위원, 박용 경제부 차장. 사회는 채널A 김승련 정치부장이 맡았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채널A와 동아일보가 공동 기획해 1일 보도한 특집 ‘청년, 대선 주자에게 길을 묻다’의 첫 출연자로 나선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오른쪽)이 패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패널로 참가한 채널A 홍성규 정치부 차장, 동아일보 송평인 정성희 논설위원, 박용 경제부 차장. 사회는 채널A 김승련 정치부장이 맡았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기회의 총량이 줄어서 청년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이 아니다. 기회와 자원을 특정 소수가 지나치게 독점해서 생긴 문제다.”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이 1일 방송된 채널A-동아일보 특집 ‘청년, 대선주자에게 길을 묻다’에 출연해 청년 문제의 근원이 여기에 있다며 한 말이다. 이 시장은 “국가가 연 2조 원을 일자리 창출에 투입하고 있지만 청년 여러분이 개선되는 걸 느끼나”라고 반문하며 획기적인 청년 일자리 정책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주 52시간 법정근로시간을 지키면 새 일자리가 최소 33만 개 생긴다”며 근무시간 준수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노동경찰 1만 명 배치’를 통한 근로감독관 확대를 주문했다. 30만 의무병 가운데 10만 명을 모병제로 선발해 전투, 무기, 장비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스마트 강군’으로 배치하자는 제안도 내놨다. 5일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 편이 방송되고 9일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편 등이 이어질 예정이다.

○ “문재인보다 안희정이 더 좋아, 약자이기에”

이 시장은 여야 대선주자들에 대한 질문에 특유의 사이다 답변으로 솔직하게 말을 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에 대해 이 시장은 “최근 무죄판결 받으셨는데 축하한다”고 덕담을 건네면서 “그야말로 도널드 트럼프에 가까운 사람이고, 저는 자연스럽게 버니 샌더스 정도로 위치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의료원(진주의료원)을 폐쇄해 (저의) 전국적인 지명도를 올리는 데 도움을 주셨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성남에 공공의료원을 세우는 시민운동을 펼치다 시장 출마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과 안희정 중 누가 더 좋으냐’는 질문에는 “안희정이 더 좋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보다 약자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겉보기론 문 전 대표의 경선 승리가 예상되지만 저류를 보면 내가 이길 것”이라고 했다.

‘복역 중인 한상균 전 민주노총위원장을 노동부 장관에 임명하겠다’고 한 건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그는 “그야말로 노동자들에게 애정을 갖고 노동권을 강화하기 위해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예로 든 것이다”라며 “검찰총장(후보)에 윤석열 특검 수석파견검사를 얘기했던 것과 같은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 “세금 내면 나에게도 혜택 있다는 확신 줘야”

이재명표 보편적 복지에 대한 송곳 검증이 이어졌다. 이 시장은 “기본소득을 최종적으로 1인당 월 50만 원까지 지급하는 게 목표다”며 “월 2만5000원부터 시작해서 5만 원으로, 10만 원으로, 국민의 공감을 얻어가며 실현 가능한 파이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고소득층에게는 고맙기는 한데 꼭 받아야 하나’라는 패널의 질문에 “복지의 역설이 있는데, 어려운 사람만 지원한다고 하면 잘될 것 같지만 실제론 그렇지 못하다”며 “(복지비용은) 국민 모두의 세금으로 부담하는데, 어려운 사람만 지원하면 아까워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복지에서 제외되는) 고소득 자산가를 골라내려고 했지만 더 비용이 컸다”며 “결국 세금을 내면 ‘나에게도 혜택이 있구나’라는 확신을 줘야 ‘중부담 중복지’를 넘어 가장 바람직한 형태의 ‘고부담 고복지’로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3·1절을 맞아 이 시장은 보훈 대상자와 유족 85만 명에게 연 100만 원을 지급하는 보훈배당을 공약했다.

이 시장은 ‘분배만 있고 성장 정책은 없다’는 지적에 대해선 “재분배를 통해 국민 가처분소득을 늘림으로써 구매력을 늘리고, 경제순환을 하게 하는 것이 새로 가야 할 경제정책”이라고 ‘포용적 성장’을 강조했다.

○ “복지재원 SOC 투자 줄이고 토지세 법인세 인상”


이 시장은 복지 재원 마련을 자신했다. 올해 예산 400조 원 중 국가 재량으로 쓸 수 있는 돈이 142조 원인데, 토목사업 지원금과 대기업 연구개발(R&D) 지원금 등에서 예산을 감축하면 가능하다는 것. 성남시정을 하면서 가로등 보수 예산을 25%(약 78억 원)씩 줄여 봤더니 그 다음 해에 딱 그만큼 덜 고장이 났고, 이런 방식으로 3년 6개월 만에 약 4000억 원의 현금 부채를 청산하고 아낀 예산으로 복지를 진행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한 토지세와 법인세 인상을 추진할 뜻도 밝혔다. 이 시장은 “국민은 시세의 2%가량 자동차세를 내는데 토지는 엄청난 불로소득을 얻으면서도 세금은 0.1%에 불과하다”며 “토지에 자동차세의 5분의 1만 보유세를 부과하면 약 15조 원을 거둘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법인세 인상에 대해 그는 “대기업 증세를 통해 국민 전체에 이익을 늘리게 하는 것이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의 성장 방침”이라며 “대기업에 왜 면세점 (사업권을) 주는가. 중소기업연합체에 주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기업을 비판하는데 대기업 주식에 많이 투자했다’는 지적에 이 시장은 “대기업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 제대로 된 경쟁력으로 이익을 얻자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더 이익을 보지 않겠나”라고 해명했다.

○ “제 꿈은 대통령 아닌 좋은 세상 만드는 것”

이 시장은 ‘대통령 당선과 북핵 포기 중 어떤 것이 더 좋나’란 질문에는 주저 없이 “김정은의 핵 포기”라고 답했다. 그는 “제 꿈은 대통령이 되는 게 아니다. 단 하나의 꿈은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며 “합리적인 세상을 만드는 도구로써 시장보다 대통령직이 유용한 도구라 생각해 출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시장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핵개발 속도가 느렸던 건 사실”이라며 “(북핵 포기가) 쉽지 않은 것은 분명하지만 힘든 일을 해 나가고 길을 만드는 사람이 국가 지도자”라고 말했다.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해서는 “합리적 논쟁의 결과로 국민이 동의한다면 받아들이겠지만 설득하면 반대 여론이 더 많이 나오게 할 자신도 있다”며 반대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이재명#대선주자#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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