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속살] 진화하는 후원금 정치…‘1004원’ 후원금 등장에 반색하는 여의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6일 07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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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들의 후원금 정치가 진화하고 있다. ‘18원 후원금’에 맞서 ‘1004원 후원금’이 등장해 여의도에 온기가 돌고 있는 것이다. 후원금 정치는 상징적인 숫자의 후원금을 특정 정치인의 계좌로 보내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18원 정치’는 네거티브 전략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욕설을 의미하는 ‘18원’을 보내 숫자가 계좌에 찍히게끔 만들어 항의의 뜻을 표시해왔다. ‘천사’를 의미하는 1004원 후원금은 이와 달리 특정 정치인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움직임인 셈이다.

18원 정치는 올해 1월 더불어민주당의 ‘개헌보고서 파문’ 당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개헌보고서를 비판한 민주당 비주류 의원 등에게 집중적으로 18원 후원금을 보내고 세금계산서도 요구하는 사례가 늘었다.

18원 후원금은 ‘문자 폭탄’과 함께 무언의 폭력으로 발전했다는 것이 정치권 분석이다. 민주당의 한 비주류 의원은 “지속적인 압박은 명백한 폭력으로 변질되고 18원과 문자폭탄의 누적으로 상처를 많이 입는다”며 “어느 순간 언행에 있어서 자기 검열에 들어갈 만큼 위축되게 만드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반면 1004원 정치는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대선 후보 경쟁을 벌였던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지지자들에게서 시작됐다. 안 지사 캠프에서 전략기획실장을 지낸 박용진 의원은 4일 페이스북을 통해 “어제 저녁부터 갑자기 1004원 후원금이 들어오길래 뭔가 의심했다”며 “(18원 정치로 인한)오랜 피해의식 때문에 오해할 뻔 했다. 알고보니 안희정 지사의 멘토단에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였다고 한다”고 적었다.

개헌보고서 파문 당시 18원 후원금 및 문자 폭탄을 경험했던 민주당의 한 의원은 “갖은 욕설과 조롱은 아무리 견뎌 보려 해도 견디기 힘든 상처가 된다”며 “1004원의 후원금을 더욱 많이 받을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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