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경제정책 여론평가, 전문가 심층분석 아쉬워[독자위원회 좌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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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인사권 등 문제점 건설적 비판-대안 제시 필요
유리한 자료만 끌어 쓴 ‘코드 통계’ 비판 기사 인상적

동아일보 독자위원회는 18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논란 등 최근 이슈와 관련된 언론 보도를 주제로 토론했다. 왼쪽부터 정성희 미디어연구소장, 류재천 최은봉 위원, 김종빈 위원장, 이은경 성태윤 이준웅 부형권 위원.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동아일보 독자위원회는 18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논란 등 최근 이슈와 관련된 언론 보도를 주제로 토론했다. 왼쪽부터 정성희 미디어연구소장, 류재천 최은봉 위원, 김종빈 위원장, 이은경 성태윤 이준웅 부형권 위원.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조국 사태’로 촉발된 광화문과 서초동 집회가 검찰개혁 논란으로 이어지며 보수와 진보 진영의 갈등이 극대화하고 있다. 양 진영은 현 경제 상황에 대한 시각도 판이하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갈등 등에 따른 외교안보 문제에 대한 접근법도 근본적으로 다르다. 동아일보 독자위원회는 18일 이런 이슈들에 대해 토론했다.》
 
김종빈 위원장=‘광화문과 서초동 집회로 표면화된 보수-진보 간 대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논란’부터 논의하겠습니다.

이은경 위원=11월 6일자 A4면에 실린 ‘공수처, 여야지지 따라 찬반 뚜렷이 갈려’ 기사는 의미 있는 보도였습니다. 하지만 공수처의 문제점에 대해 건설적으로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기사가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공수처가 독립된 수사기관으로 기능하려면 공수처장 인사권을 대통령이 갖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공수처장 및 공수처 검사 임명 방식에 관한 분석 보도가 필요합니다.

최은봉 위원=광화문과 서초동 집회 참가자들이 어떤 의도로 참여하는지에 관심을 갖고 기사를 봤습니다. 10월 15일자 A1면 ‘66일 만에 벗어난 조국 블랙홀’ 기사와 10월 24일자 A6면 ‘공수 바꿔가며 23년간 공수처 공방’ 기사는 이런 궁금증을 풀어주는 데 도움을 줬습니다.

성태윤 위원=제 주변에도 검찰개혁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다만 검찰개혁이 곧 공수처 설치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검찰개혁과 공수처가 일치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 보도를 하면 어떨까 합니다.

김 위원장=광화문과 서초동 집회는 조국 전 대통령민정수석을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하면서 촉발됐습니다. 지극히 비이성적, 비상식적 내용을 갖고 국민이 두 쪽으로 갈라진 것입니다. 동아일보는 10월 4일자 A1면 톱기사 ‘개천절 광화문 꽉 채운 조국 사퇴’만 크게 썼을 뿐 나머지 집회를 작게 처리했습니다. 저는 이런 보도 태도가 타당하다고 봅니다. 모인 사람들의 수가 많다고 해서 이런 비합리적 일을 큰 이슈로 부각시킬 이유가 없어요.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에 대해 준열하게 꾸짖고 사회를 평정시켜야 하는 게 언론의 역할이 아닐까 합니다. 검찰개혁은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시절 1호 공약이었습니다. 하지만 경제 외교 안보 문제가 이처럼 심각한 상황에서 국민들을 거리로 내몰 정도로 검찰개혁이 절실한가는 의문입니다. 검찰제도는 원래 법원과 경찰의 권한 남용을 막기 위해 도입된 것입니다. 검찰 권한을 줄이고 힘이 더 센 공수처를 만들라는 것은 모순입니다. 공수처는 일반 서민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이런 점을 언론에서 정확히 알려줘야 합니다.

이준웅 위원=광화문과 서초동 집회가 세 대결 양상을 보이면서 집회 참가 인원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답을 준 언론이 없었습니다. 바닷속 어류 자원 규모를 파악하기 위한 추산법도 있다고 들었어요. 동아일보가 전문가를 찾아 정확한 숫자를 밝혔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성 위원=3분기(7∼9월) 기업실적이 악화하는 등 경제지표가 나빠졌는데도 동아일보는 보도에 소극적이었습니다. 11월 6일자 A3면 ‘임기반환점 맞은 文 정부 국민여론조사’ 기획에서 가장 잘못한 경제정책 2위와 3위는 각각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단축이었습니다. 가장 잘한 정책 2위와 3위도 같은 답변이 나왔습니다. 경제정책도 정부 지지 여부와 연결해 판단하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습니다만 상식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결과입니다. 이런 경우 경제 전문가와 기업이 어떻게 보는지도 같이 보도해야 합니다. 10월 26일자 2면 ‘규제개혁 아우성 외면한 채…또 TF 꾸려 재탕 대책 만들기’ 기사는 규제 개혁 이슈의 문제점을 잘 다뤘다고 생각합니다. 제로 이코노미 기획도 의미가 있는 보도였습니다.

류재천 위원=경제위기 경보가 곳곳에서 울리지만 동아일보는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11월 12일자 A1면 ‘소주성 속도조절 실패 빨리 가려다 일자리 줄어’ 기사는 ‘소주성(소득주도성장)’ 옹호학자들의 평가만 나열했습니다. 같은 날 A3면 ‘靑 “재정, 곳간에만 쌓아두면 썩어”’ 기사도 경제부총리도 아닌 청와대 대변인이 이런 말을 해도 되는지 지적했어야 합니다. 칭찬할 기사로는 11월 14일자 A1면 ‘CEO 되면 2205개 처벌조항 예비 범법자 되는 셈’이 있습니다. 1면에 배치한 것은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최 위원=11월 16일자 12면 ‘긴 불황에…“왜 우리 돈 걷어 다른 곳에 쓰나” 지역감정 폭발’ 기사는 긴 불황을 겪은 뒤 분리 독립 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유럽이 한국과 비슷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11월 18일자 B1면 ‘감자 한 알도 30분내 배달…냉장고 혁명 이끌 것’ 기사는 청년실업 문제의 돌파구로 기그 이코노미(Gig economy·빠른 시대 변화로 인한 비정규 프리랜서 근로)에 대한 얘기를 한 것은 좋은 시도였다고 봅니다.

이은경 위원=11월 13일자 A16면 ‘경제 활성화 위해 예산 많이 쓴 지자체에 인센티브 준다’ 기사는 집행의 중요성만 강조할 뿐 예산을 어디다 쓰는지에 대해서 알 수 없어 아쉬웠습니다. 선심성 현금 살포가 아니라 경기 활성화에 도움을 주는 예산 편성인지를 보도했어야 합니다.

김 위원장=11월 4일자 A27면 ‘인사이드 & 인사이트’ 코너에 나온 ‘정권 코드 통계 언제까지…청장 임기 보장해 독립성 확보를’ 기사는 인상적이었습니다. 통계청이 정권에 유리한 지표만 발표한 사례를 구체적으로 지적하면서 통계청의 공정성을 꼬집었습니다.

최 위원=동아일보는 지소미아 이슈와 수출 규제, 강제동원 해법, 북-미 협상, 방위비 협상 등이 서로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를 잘 보도했습니다. 11월 8일자 A5면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톱기사인 랜드 슈라이버 미국 국방부 아태차관보 인터뷰와 하단 박스인 ‘靑, 美압박 감안 지소미아 절충안 모색’, ‘문 대통령 “피로 맺은 한미 동맹 영원할 것”’ 기사는 모두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습니다.

이은경 위원=11월 6일자 A3면에 실린 ‘北 미사일 기습이동 자체가 위험인데…‘정의용 엄호’ 급급한 靑’ 기사는 청와대가 북한이 이동식 발사대(TEL)를 이용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가 가능하다는 본질을 외면하며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축소하는 것이라는 비판론을 소개하는 기사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11월 7일자 A5면 ‘스틸웰 “김현종과 만나 환상적인 논의 나눠”’ 기사는 보도를 안했어야 합니다. 한미 간 전략적 불신이 크고 공조도 안 된다는 비판이 비등한 상황인데 환상적인 논의라고 말한 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11월 11일자 A1면 ‘정의용 “지소미아, 안보영향에 제한적, 한미동맹과는 무관”’ 기사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의 일방적 발언만 제목과 내용으로 담아냈습니다. 같은 날 A4면에도 ‘정의용 “지소미아 종료, 안보영향 제한적”’ 기사가 있어 중복됐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특히 기사 내용에 취재원이 없는 것은 큰 문제입니다.

성 위원=북한 선원 북송 관련 기사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북한 선원이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이기도 하지만 설사 국민이 아니라 난민이어도 이렇게 처리하면 안 됩니다. 기소나 재판 없이 처벌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만큼 인권 문제가 대두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인권침해는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보도가 이뤄지길 바랍니다.

이준웅 위원=이 문제는 폭발력 있는 사안입니다. 근본적인 궁금증이 해결되지 않은 채 넘어가는 느낌이라서 지금이라도 캐봐야 합니다. 국가정보원의 문제인지, 국가안보실의 문제인지, 통일부 장관이 결정했는지 등을 추가로 보도해야 합니다.

송진흡 기자 jinhub@donga.com
#공수처#조국 사태#지소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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