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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정치

물 건너간 ‘고용률 70%’… 반짝 경기부양 민생에 도움 안돼

입력 2016-03-03 03:00업데이트 2016-03-03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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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정부 3년 공약이행 점검]<4>빛바랜 경제살리기 약속 “박근혜 정부만큼 경제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한 정부도 드물다. 문제는 이런 노력이 당면한 민생 문제 해결에 별 도움이 안 됐다는 데 있다.”

정부 국책 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현 정부의 경제 정책을 이같이 평가했다.

세출 구조조정 등을 통한 나라살림 개혁 공약은 2013년 5월 내놓은 ‘공약 가계부’로 구체화했고 저소득층 부채 탕감, 세액공제 전환, 최저임금 인상 등 일부는 계획대로 실행됐다. 하지만 경제 공약의 핵심이었던 고용률 증대와 세입 확충 방안 마련은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내외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 정도로 경제를 관리한 것은 평가받을 만하다”면서도 “경기 악화에 대한 상황 인식이 부족해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 여건이 악화된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 임기 내 70% 고용률 목표 달성 사실상 ‘무산’

박근혜 정부는 모든 경제정책의 초점을 일자리 창출에 맞추겠다고 공언했다. 대선 때 경제 분야에서 유일하게 수치로 내놓은 목표가 ‘고용률(15∼64세) 70% 달성’이었다. 정부는 △시간선택제 일자리 △중장년층 직업훈련 등 여성·중장년을 노동시장에 재진입시켜 고용률을 높이는 정책을 내놨다. 또 △청년 창업 지원 △해외 취업 △일·학습 병행제 등을 통해 청년 실업률을 낮추고 일자리 미스매치를 해소하겠다고 했다.

성과는 좋지 않았다. 2013년 64.4%였던 고용률은 2년간 1.3%포인트(2015년 65.7%)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 때문에 고용률 70% 달성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분석이 많다. 지난해 청년 실업률은 9.2%로 관련 통계 기준을 바꾼 1999년 이후 가장 높았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고용률 70%’라는 숫자에 집착하느라 비정규직, 시간제 등 ‘질 나쁜 일자리’만 늘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정규직 근로자 수는 2014년(607만7000명) 사상 처음으로 600만 명을 넘었다. 정부 여당은 △근로시간 단축 △특수고용 근로자 산재보험 의무 적용 등의 공약을 노사정(勞使政) 대타협을 통해 합의하고 노동개혁 법안에 담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야당과 노동계가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는 파견법과 같이 패키지로 묶여 있는 탓에 19대 국회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 채무 탕감에도 가계부채 역대 최대

박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3년 3월 정부는 ‘경제공약 실천 1호’로 국민행복기금 설립에 나섰다. 6개월 이상, 1억 원 이하 빚을 연체한 채무자가 채무조정을 신청하면 최장 10년간 나눠 갚는 조건으로 70%까지 원금을 탕감해줬다. 저소득층의 가계부채 고통을 덜어주겠다는 공약은 순조롭게 이행됐다. 38만 명이 채무조정을 신청해 빚을 감면 받아 당초 목표(5년간 32만6000명)를 초과 달성했다.

하지만 국민행복기금이 가계부채 문제의 근본 해답이 되긴 어려웠다.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2014년 7월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를 단행하면서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빨라져 지난해 말 1200조 원을 돌파했다. 이필상 서울대 겸임교수(전 고려대 총장)는 “부동산을 살려서 경기를 살리겠다는 정책은 결국 거품 경기 정책”이라며 “거품이 꺼지면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계부채와 주거난을 동시에 해결하겠다며 내세운 정책들은 별다른 성과를 못 거뒀다. 대표적인 실패작이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다. 집주인이 은행에 보증금 반환 청구권과 우선변제권을 넘기는 조건으로 은행이 집주인에게 직접 전세금을 주는 게 핵심이다. 전세를 살고 싶어도 못 구하는 사람이 넘쳐나는 마당에 불리한 조건을 감수하면서 은행을 끼고 전세를 내주겠다는 집주인은 드물었다. 철도, 유수지 등을 덮어 그 위에 공공임대 아파트를 짓겠다던 행복주택 사업도 서울 양천구 목동 등에서 주민 반발로 사업이 무산되는 등 난항을 겪고 있다.

○ 나라살림 개혁 첫발은 뗐다

대선 당시 박 대통령은 세출 구조조정과 세제 개혁으로 5년간 135조 원의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그 첫 단추로 정부는 2013년 8월 의료비, 보험료 등의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개편하는 세법 개정안을 내놨다. 취지는 좋았지만 중산층 이상 근로소득자의 세 부담이 늘어나면서 ‘연말정산 파동’이라는 홍역을 치러야 했다. 국민대타협위원회를 설치해 세입(歲入) 확충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공약도 있었지만, 증세 논란에 휘말릴까 봐 위원회 설립조차 시도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거센 반발에도 고소득자에게 많은 혜택이 돌아가는 소득공제를 축소한 것은 장기적으로 옳은 방향이라는 평가도 있다. 사회간접자본(SOC) 등을 중심으로 예산 절감이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았지만 경기 침체기에 확장적 재정정책은 불가피했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국고보조금 부정수급자 퇴출, 보조사업 일몰제 등으로 살림살이를 아낄 시스템을 마련했다는 부분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상훈 january@donga.com / 유성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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