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청와대에선]될성부른 정책 집중… ‘1호 공약’도 대수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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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집권 1년을 정리하면서 현실과 괴리가 있는 몇몇 공약의 폐기 혹은 수정을 지시하고 나선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집권 초기 “공약은 무조건 지켜야 한다”는 태도에서 공약의 취지는 살리되 그 실현 방안은 유연하게 하는 ‘현실론’으로 궤도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9일과 16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일상적인 수석비서관실 업무보고를 생략하고 민생과 관련된 정책과제의 총점검을 지시했다. 특히 이날 회의를 시작하면서 “잘되는 국정과제 말고 잘 안 되는 국정과제를 집중적으로 토론하고 점검하자”고 말했다고 한다.

특히 박 대통령은 회의에서 ‘목돈 안 드는 전세대출Ⅰ’(집주인이 세입자를 위해 대출을 받아 주는 상품 신설)’과 행복주택 공약을 각각 거론하며 “정책을 만들 때와 상황이 달라져 원안을 추진하는 것이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이 예상되면 본래 취지는 살리되 방법을 달리하는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국토교통부가 3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들 공약의 사실상 폐기 혹은 축소 방침을 보고한 것도 박 대통령의 이런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 두 공약은 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가 된 뒤 지난해 9월 ‘1호 공약’으로 발표한 부동산 분야 핵심 공약이었다. 목돈 안 드는 전세대출 방안은 전세난에 허덕이는 세입자들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박 대통령이 서승환 교수(현 국토교통부 장관)와 오랜 고민 끝에 내놓은 야심작이었다. 따라서 아무리 애착이 있는 공약이라도 시장의 반응이 없어 성과가 나타나기 어려우면 공약을 수정할 수 있다는 상징적인 사례라는 게 청와대 내부 해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그동안에도 공약에 집착했던 것이 아니라 해보지도 않고 공약을 포기하는 행태에 부정적이었던 것”이라며 “이번 사례도 공약 후퇴나 포기라기보다 공약이 의도한 본래 정책 목표를 제대로 달성하기 위해 수단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일부 공약 수정 태도는 내년도에는 국정과제에서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일부 수석이 장황하게 설명하자 “내가 원하는 건 벙벙한 설명이 아니라 구체적인 정책의 문제점”이라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회의 시간이 부족해 중간에 토론을 중단시켜야 할 정도였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현 정부에서 예산이 통과된 첫해인 내년에는 반드시 성과를 내겠다는 것이 국정운영의 핵심 기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외교안보장관회의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개편을 지시한 것도 기존 국가안보실을 운영하면서 미진한 점을 보완하기 위함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지난해 대선 때만 해도 노무현 정부 때 운영했던 NSC 사무처를 부활시키는 데 부정적이었지만 북한의 장성택 처형과 중국의 일방적인 방공식별구역 선포 등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NSC 사무처 개설이 불가피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박 대통령의 연말 국정과제 재점검이 연말 또는 내년 초 개각이나 청와대 개편으로 이어질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미 청와대 행정관들에 대한 인사개편 작업은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정부 인사에 따라 청와대 비서관들도 일부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대통령이 집권 2년 차를 대비하며 청와대나 내각 개편을 단행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게 여권의 관측이다.

윤완준 zeitung@donga.com·동정민 기자
#박근혜 대통령#공약 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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