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사가 만사다]김용준 총리 후보자 장남, 고의감량 병역면제 의혹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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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남 친구 “軍 안가려 살 빼겠다는 말 들었다”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의 장남 현중 씨(46)가 1989년 병역 신체검사 당시 면제 판정을 받기 위해 고의로 체중을 줄였다는 의혹은 적지 않은 파문을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된다. “현중이가 체중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라고 한 현중 씨의 서울대 법학과 86학번 동기 A 변호사의 증언은 인사청문 과정에서 진위가 밝혀져야 할 논란의 핵심이다. 특히 고의적으로 체중을 줄여 병역을 면제받은 사실이 드러나면 김 후보자에게는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대학 친구들은 동아일보-채널A 공동취재팀과의 통화에서 현중 씨의 병역 면제에 대해 미심쩍다는 반응을 보였다. A 변호사는 “당시엔 뚱뚱한 친구들은 신검 직전에 몸무게를 높이고 눈 나쁜 애들은 용접하는 데 가서 쳐다보고 그랬는데 현중이도 그 정도로 얘기했던 것으로 기억한다”라며 “신체검사 두 달 전에 (음식을) 안 먹고 운동하면 3∼4kg 빼는 건 쉽지 않냐”라고 말했다. 서울 지역 법무법인의 B 변호사는 “너무 말라 군 면제를 받은 친구가 몇 명 있었는데 솔직히 현중이는 그 정도가 아니었다. 주변 사람들도 모두 그렇게 얘기할 것”이라며 “이건 공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내가 본 대로 얘기해 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학 교수로 재직 중인 대학 친구도 “(현중이가) 눈에 띄게 마른 사람은 아니었다”라고 했다.

현중 씨는 27일 국무총리실에 “1989년 신체검사 당시 신장이 169cm였고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라고 알려 왔다. 당시 병무청 기준에 따르면 몸무게가 45kg 미만이어야 면제 판정을 받을 수 있는 키다. 김 후보자는 두 아들이 면제 판정을 받았을 당시 대법관으로 재직했다.

동아일보와 채널A 공동취재팀은 현중 씨가 병역을 면제 받을 당시의 체형을 가늠해 보기 위해 26일 ‘통아저씨’로 알려진 방송인 이양승 씨(62)를 만나봤다. 이 씨는 바짝 마른 체형으로, 좁은 틈을 통과하는 연기를 선보여 유명해진 인물이다. 그는 한눈에 봐도 비정상적으로 마른 체형이었다. 측정 결과 그는 키 158cm, 몸무게 50kg이었다. 키가 11cm 큰 현중 씨가 이 씨보다 5kg이나 적게 나가야 면제 대상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26일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 자택 앞에서 기자와 만난 현중 씨는 건장한 체구였다. 그는 1989년 당시 체중이 “50kg이 안 됐다”라고 기자에게 말했다.

1997년과 2002년 대선 때도 당시 이회창 후보의 장남 정연 씨의 고의 체중 감량 의혹이 최대 쟁점이었다. 정연 씨는 병무청 징병검사에서 1급 현역판정을 받았다가 입소 후 정밀신체검사에서 179cm, 45kg으로 면제 판정을 받아 ‘인간 육포’ 논란이 일었다. 당시 검찰은 “고의 감량 증거는 없지만 병역 면제를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라는 수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이 논란으로 치명타를 입고 대선에서 연거푸 패배했다.

전문가들은 의도적인 병역 기피가 형사 처벌 대상까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승윤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병역을 피하기 위한 의도로 체중을 감량하면 병역법 86조에 따라 처벌 받는다”라고 말했다.

병무청에 따르면 고의적인 체중 감량의 의심되는 경우 징병검사 예규에 따라 병역 등급 판정을 보류한 뒤 10∼90일 사이에 불시 재조사해 체중 변화가 있으면 등급을 재조정한다. 총 3차례까지 재조사할 수 있다. 현중 씨가 재조사를 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병무청 관계자는 “체중 감량이 의도적이었는지 밝히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 해당 조항으로 처벌 받은 판례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라고 밝혔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국무총리실은 27일 “병역 면제에 대해선 위법한 사항이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라며 “병적 관련 서류와 의료 기록을 검토해 사실관계를 소명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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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김용준 총리 후보자#병역면제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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