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장 ‘무늬만 공모’]민간기관 내려앉는 낙하산도 수두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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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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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는 지경부 출신… ○○단체는 국토부 출신…

현행법상 공공기관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지만 퇴임 공무원들의 ‘낙하산 논란’이 끊이지 않는 곳이 업종별 협회와 경제단체들이다. 이런 단체의 회장은 업계 대표인 기업인이, 부회장은 유관 부처 고위공무원 출신이 맡는 게 관행처럼 돼 있다. 또 상당수의 협회나 단체는 퇴임한 고위 관료가 회장을 맡기도 한다.

이 중에는 공공기관처럼 최고위층을 뽑을 때 공모제를 채택한 곳도 일부 있다. 하지만 공모를 할 때마다 거의 어김없이 “당국이 특정 인사를 적격자로 내정했다”는 소문이 돈다.

이처럼 ‘숨은 낙하산’이 유난히 많은 곳은 지식경제부, 국토해양부, 금융위원회 등과 관련이 깊은 제조업 관련 협회, 건설업 유관 단체, 금융 관련 기관 등이다.

현재 제철 분야의 업종단체인 한국철강협회의 회장은 정준양 포스코 회장, 부회장은 지경부 관료 출신인 오일환 전 한국전력거래소 이사장이다. 또 한국플랜트산업협회는 최길선 전 현대중공업 사장을 회장으로, 이성옥 전 정보통신부 정보화기획실장을 상근 부회장으로 임명했다. 이 밖에 해외건설협회의 최재덕 회장은 건설교통부 차관과 대한주택공사 사장을 지냈고, 한국자동차산업협회의 권영수 회장은 지경부 지역경제정책관을 거쳤다.

무소속 김한표 의원에 따르면 2008년 이후 지경부를 퇴직한 4급 이상 공무원 139명 중 92명이 재취업을 했고, 이 중 80%가 넘는 74명이 지경부 소관 공공기관이나 유관 기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국토부 업무와 관련된 협회는 30여 곳이지만 국토부 고위당국자들이 퇴임 후 자리 잡는 곳은 10여 곳으로 압축된다. 건설, 주택 등과 관련된 ‘알짜배기 협회’가 대부분이다. 유승화 전 건교부 도로기획관이 2008년에 대한건설협회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정종균 전 건교부 건설선진화본부장(대한주택건설협회), 권오열 전 원주지방국토관리청장(한국주택협회) 등도 협회 부회장 직을 맡은 바 있다.

금융권에서는 저축은행중앙회가 대표적인 곳이다. 국비 지원 없이 운영되는 순수 민간단체인데도 기획재정부 또는 금융감독원 출신 인사들이 자리를 채워 왔다. 관련 업계에선 ‘회장은 재정부, 부회장은 금감원 국장 출신’이 맡는다는 게 원칙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은행들의 연합체인 은행연합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은행들 회비로 움직이는 은행연합회 역시 회장과 부회장이 재정부 혹은 금감원 출신이다. 지금까지 총 11명의 연합회 회장 가운데 민간 출신은 3명에 불과했다. 이 밖에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여신금융협회 등의 민간협회도 정부 출신 인사들이 회장 직을 맡고 있다.

이들 단체의 관계자들은 “업계와 정부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는 조직의 성격상 고위공무원 출신이 회장 또는 부회장을 맡는 게 업계로서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공직사회에 네트워크가 부족한 단체의 내부 인사보다 관련 부처의 고위 인사를 영입하는 게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데 효과적이란 뜻이다. 공공기관 노조들이 파행적인 공모 과정 자체에 대해서는 반발하지만 결국 ‘힘 있는 낙하산’이 오는 것을 내심 반기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한 민간협회의 관계자는 “회장 자리에 관련 부처가 사람까지 내정해 ‘내려보내는’ 게 일반화돼 있다”며 “특히 산하기관이나 협회가 많은 지경부의 경우 ‘공직을 은퇴해도 3바퀴는 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공공기관장#낙하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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