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50년]“김정은 방중” 헛짚은 정보력… 무너진 對北휴민트 회복 먼길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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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盧정부때 정보라인 축소

지난해 3월 31일 청와대의 한 핵심 참모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얘기를 청와대가 공개적으로 밝힌 건 이례적이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그해 5월 3일에야 중국을 방문했다. 올해 5월 20일 김 위원장이 방중했을 때도 그날 오전 정부 고위 관계자는 “3남 김정은이 방중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가정보원이 ‘김정은 방중’이라고 보고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대북 정보력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남북 교류 확대에 따라 대인 정보수집 라인을 축소하고 대북 협상 인력을 늘리면서 휴민트(Humint·Human intelligence의 약자로 인적 정보를 뜻함) 능력이 크게 약화됐다. ‘공개적으로 남북 교류를 하는 상황에서 스파이를 가동하면 큰 문제가 생긴다’는 논리가 지배했다.

현 정부 들어 대북정책 기조가 바뀌면서 국정원은 휴민트 능력 강화에 비중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8월엔 김 위원장이 쓰러지고 한 달 뒤인 9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김 위원장이 양치질을 할 정도의 건강 상태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당시 정보 당국에서는 휴민트를 죽이는 일이라는 강한 불만이 터져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정보소식통은 “휴민트망의 구축은 짧게는 2, 3년, 길게는 5∼10년이 걸리는 일”이며 “현 정부에서도 북한 정보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휴민트 회복 속도가 빠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보소식통은 “북한이 3대 권력세습을 앞두고 북한 내부에서 역동적으로 일어나는 권력투쟁의 움직임을 국정원이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북한을 강하게 압박하면 붕괴할 것이라는 정부 일각의 관측도 사회주의 특유의 내구성을 과소평가한 결과이며 이 역시 정보력 부족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정보 당국자는 “북한 고위층 인사를 포섭해 신뢰할 만한 스파이, 정보원을 길러내야 고급정보 입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과학정보의 비중이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휴민트가 가장 결정적인 정보라는 것이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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