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매치 3곳 후보 릴레이 인터뷰]<2> 엄기영 한나라당 강원지사 후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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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유치 싫지만 생존 걸린 주민도 생각해야”

《 12일 강원 춘천시 남면 가정리의 의암 유인석 선생 유적지에서 만난 엄기영 한나라당 강원도지사 후보는 환하게 웃었지만 많이 지쳐보였다. ‘MBC 간판 앵커’의 목소리는 쇳소리가 날 정도로 쉬었고 얼굴은 까칠했다. 전날 새벽 강릉시에서 칼바람 속에 환경미화원 체험을 한 뒤 몸 상태가 극도로 악화됐다고 엄 후보 측은 전했다. 》
인터뷰는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4일 오전까지 두 차례 진행됐다. 이날부터 26일까지 13일간의 피 말리는 열전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로 시작한 것이다. 경쟁 상대인 최문순 민주당 강원도지사 후보는 “14일 TV토론을 앞두고 있어 전략을 노출할 수 없다”며 질문을 3개만 보내왔다.

▽최 후보=엄 후보는 MBC 사장 재직 시절 이명박 정부로부터 잦은 사퇴 압박을 받았다. 엄 후보는 사장직을 중도 사퇴하면서 ‘MBC를 지켜 달라’는 취지로 “MBC 파이팅”을 외쳤다. 그러나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를 선언한 이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논란을 보도한 ‘PD수첩’에 대해 “흠결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말했고, “(MBC 사장직에서) 쫓겨난 게 아니라 스스로 사퇴했다”고 했다. MBC에 대한 태도가 바뀐 것인가.

▽엄 후보=PD수첩의 언론 비판기능을 충분히 이해해 PD수첩을 방영했다. 하지만 방송통신위원회의 사과 명령을 받고 사장으로서 별도의 사과까지 했다. 언론은 정확한 보도를 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런 면에서 (PD수첩 내용이) 좀 아쉽고 문제가 있었다고 본다. 최 후보도 예전에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PD수첩이 제작상의 실수, 부정확한 내용이 있다”고 말하지 않았나.

▽최 후보=엄 후보는 2월 한나라당 입당과 관련해 “그런 생각 안 해봤다”고 했다. 그런데 한 달 뒤 “저는 영입이 아니라 제 스스로 한나라당에 입당했다”고 밝혔다. 이런 급격한 변화는 고도의 정치적 계산인가?

▽엄 후보=2월에는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지원 민간단체협의회장으로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그 일을 마무리한 뒤 심사숙고 끝에 3월 2일 한나라당에 입당했다. 정치적 계산도, 입장 선회도 아니다. 비정치적인 올림픽 유치 활동을 마치고 자연인 엄기영으로 강원도를 위해 어느 쪽이 유리한가를 고려해 정당을 선택한 것뿐이다.

▽최 후보=엄 후보는 출마 선언 직후 삼척 원자력발전소 유치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다른 뉘앙스의 얘기를 했다. 어떤 발언이 엄 후보의 본심인가.

▽엄 후보=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의 생명이고 안전이다. 안전이 담보되지 않으면 안 된다. 정부의 검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원전 유치활동을 중단해줄 것을 삼척시에 호소한 것도 이 때문이다. 나는 원전 없는 ‘청정 강원’을 만들고 싶다. 하지만 원전이라도 유치해서 살아보겠다는 주민들의 마음을 생각하면 너무나 안타깝다. 확실한 안전대책이 선행되면 다시 주민들의 뜻을 물어보겠다.
▼ 동행취재 기자가 물었다 ▼


―엄 후보는 한나라당 입당 직후 열흘간 강원도 18개 시군을 돌며 민생탐방을 했다. 뭘 느꼈나.

“고성군에 갔다가 충격을 받았다. 오후 8시가 되자 암흑천지가 됐다. 도저히 사람 사는 곳 같지 않더라. ‘이게 강원도의 현실이구나’ 느꼈다. 강원도민은 지금 먹고살게 해달라고 하고 있다.”

―어떻게 먹고살게 해줄 것인가.

“인구 50만 명을 늘려 ‘200만 경제’를 이루겠다. 이를 위해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이미 일부 중견기업 콜센터의 강원도 이전을 협의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도민들은 정부와 한나라당을 어떻게 평가하나.

“한나라당에 대한 실망감이 크다. 강원도에 약속한 걸 지키지 않았다. 오죽하면 ‘엄기영은 괜찮은 재목인데, 왜 한나라당으로 갔느냐’는 말까지 듣겠나.”

―왜 한나라당에 들어갔나.

“당장 코앞에 닥친 겨울올림픽 유치를 봐라. 민주당 정부 때 두 번 다 실패했다. 당시 야당 도지사(한나라당 소속 김진선 도지사)를 정부에서 제대로 도와주었겠느냐. 힘 있는 여당 도지사가 필요하다.”

―도지사가 되면 뭘 하고 싶나.

“한나라당에서 강원도 민심이 토라졌다니까 (강원도의 숙원사업을) 몽땅 다 해주겠다고 한다. 과연 제대로 할지 내가 감시하고 독려하고 재촉할 것이다.”

―‘이광재 동정론’을 어떻게 보나.

“이광재 전 도지사는 신선한 바람이었다. 하지만 동정론에 대해 도민들이 많이 극복했다. 강원도정을 봐라. 지난해 6월 선거 이후 비틀거리지 않느냐. 유권자들이 상황을 복기(復棋)하면서 ‘그런 사람(이 전 지사를 지칭)을 왜 뽑았느냐’는 단계까지 왔다. 이제는 흠결 없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는 여론이 많다.”

―최 후보를 평가해 달라.

“MBC에서부터 나와는 다른 길을 걸었다. 노조위원장을 하다가 지난 정권 때 발탁돼 사장하고, 사장 끝나자마자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들어갔다. 그 뒤로는 글쎄…. 굳이 평가하고 싶지 않다.”

춘천=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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