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정국구상’ 들어봅시다]손학규 민주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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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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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론 나오는데… “여권, 정신 있는 건가”
손학규표 복지는? “서민고충 듣는게 먼저”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지난해 말 여당의 예산안 강행 처리 후 서울광장과 전국 13개 도시에서 천막농성(12월 9∼28일)을 벌인 데 이어 3일부터 ‘희망대장정’으로 이름을 붙인 100일 일정의 제2단계 장외투쟁에 들어갔다. 풍찬노숙(風餐露宿)이 해를 넘겨 이어지는 셈이다.

인터뷰는 4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민주당사 대표실에서 1시간가량 진행됐다. 전북 군산시로 향하기 직전이었다. 손 대표는 “오죽하면 야당 대표가, 대통령을 하겠다는 사람이, 지지율 뻔히 떨어지는 것 알면서 길거리에 천막 치고 나앉겠나. 국회에서 아무런 역할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몸부림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뭘 해봐도 손에 쥐는 게 없더라. 결국 2012년 총선, 대선에서 이명박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래서 올 한 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그간 미흡한 것이 있었다면. 또 새해 각오는….

“지난해 10·3 전당대회 결과는 정권교체의 바탕을 마련해 달라는 당원, 국민의 뜻이었다. 그래서 나 자신을 돌보지 않기로 다짐했다. 최선을 다했지만 예산안이 ‘날치기’ 처리됐다. 당장은 내 자신이 망가져도 길거리에 몸을 던져서라도 당을 뭉치게 하고 당의 결의를 단단하게 해야 한다.”

―여야관계에 돌파구가 없다. 여야 영수회담을 제안할 용의가 있나.

“대통령이 야당과의 관계를 진지하게 생각한다면 뭘 걱정하겠나. 그러나 (2일 찾아온) 정진석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만 봐도(고개를 절레절레)…. 정 수석은 ‘세배 왔다’지만 지금 야당 대표가 한가롭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런 인사 나눌 수 있나. 정무수석은 대통령을 대신하는 사람이고, 뭔가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 ‘연말 상황(예산 강행처리) 유감스럽다’ 같은 최소한의 인사치레라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대통령이 진지하고 진정성 있는 자세로 ‘국정이 어려우니 함께 타개해 보자’고 한다면 내가 왜 그렇게(농성) 하겠나.”

―대통령의 새해 연설을 평가한다면….

“최악의 구제역 사태에 대해서도 단 한마디 없었다. 서민 생활은 안중에도 없는 거다. 서민, 중산층을 위하고 육아 문제를 국가가 책임지겠다? 뭘 책임진다는 건지. 그런데도 여권에선 개헌론이 나온다. 한가한 것인지 정신이 없는 것인지 모르겠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에 대한 견해는….

“비준은 절대 안 될 거다. 추가 협상안은 (기존 협상안에) 그나마 있던 균형을 아주 심대하게 깼다. 우리가 요구할 수 있었던 것은 아예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지도 못했다. 자동차업계는 ‘찬성’이라지만 그 속은 어떻겠나. 대기업이 정부 말 안 듣고 배길 수 있겠나.”

―2012년 대선의 ‘시대정신’을 무엇이라고 보나.

“안보와 복지라고 본다. 우선 2000년 6·15선언 이후 유지돼온 평화가 다시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 전쟁을 통해 평화를 이룩하자는 건 안 된다. 또 우리 사회의 큰 흐름이 진보와 복지다.”

―육군 병장 출신인데….

“대학 4학년 때 정학 상태에서 징집돼 6군단 207병기단에서 행정병으로 꼬박 35개월을 복무했다. 우리 연배에 군대 안 갔다 온 사람들이 무슨 핑계를 대든지 (고개를 저으면서) 그건…. 늘 군대 갔다 온 것, 감사하게 생각한다. 새벽 4시에 일어나 보초 서고 이런 군 경험을 못 했다면 오늘날의 손학규는 없었을 것이다.”

―‘햇볕정책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라며 한계를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했는데….

“‘세상에 만병통치약이 있느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새로운 상황에서 유용하게 변형, 발전시키는 게 계승, 발전의 기본 취지가 아닌가. ‘햇볕정책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도발하고 개혁, 개방 문제에 변화가 없지 않느냐’는 주장에 대한 반론이었다. 나는 한나라당에 있을 때도 햇볕정책을 지지했던 사람이다. 그 발언에 대해 시비 거는 당내 인사가 있다. 누구라고 말은 안 하겠지만 속으론 ‘웃기네’라는 생각이다. 김대중 정당에 있으면서 햇볕정책을 지지하는 것과 한나라당에 있으면서 지지하는 것은 정말 다른 거다.”

―복지에 대해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는 지적이 있다. ‘손학규표 복지’란….

“지금 ‘누구의 것’ 중 특별한 게 있나. 박근혜(전 한나라당 대표)의 ‘한국형 복지’도 네이밍(이름)만 있지 않나. (상의 안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더니) 오늘은 서울 성북구에서 다섯 아이를 키우는 분을 만났는데 빨래가 많아 세탁기 3대를 쓰는데 물값이 너무 비싸다, 이래서 저출산이 해결되겠냐고 하더라. 이런 구체적인 것들을 모으다 보면 정책이 나올 것이다.”

―‘박근혜 대세론’에 대한 생각은….

“현재 지지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 여론조사가 큰 의미가 있나. 본격적인 대선 경쟁이 시작되고 여야 대결구도가 짜이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평화와 복지를 바라는 세력은 대선이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민주당으로 모일 것이다. 보수의 복지론은 한계가 있다. 또 국민은 전쟁을 바라지 않는다. 이명박 정권은 민주주의, 의회민주주의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구시대의 막내다. 2012년 대선에서 우리는 구시대를 종식시켜야 한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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