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뒤안길]윤정국/「고위 당정모임」 새 풍속도

  • 입력 1997년 10월 29일 20시 13분


지난해 10월 정기국회 대정부질문이 끝나자 당시 이수성(李壽成)국무총리 등 정부측 인사들과 이홍구(李洪九)신한국당 대표 등 당측인사 들은 「고위당정 만찬」을 갖고 우의를 다졌다. 서로 『수고했다』며 단합을 과시했다. 이런 종류의 당정모임은 정기국회 회기중 심심치 않게 열렸다. 그러나 올해 정기국회 대정부질문이 끝난 29일 저녁 고건(高建)총리와 강경식(姜慶植)경제부총리는 신한국당 목요상(睦堯相), 국민회의 박상천(朴相千), 자민련 이정무(李廷武)총무를 모두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으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 했다. 지난해의 당정모임처럼 「단합대회」같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전혀 아니었다. 고총리와 강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정기국회에 계류중인 금융실명제대체입법 등 각종 법안과 내년도 예산안의 원만한 처리만 거듭 부탁했다. 종래의 당정모임이 여야 모두를 초청하는 형식으로 바뀐 것은 정부측이 선거를 앞두고 어느 한쪽만 만나서는 편파적이라는 오해를 받을까봐 조심한 측면이 강하다. 그렇다해도 국회회기중 정부여당 만의 모임이 관례화됐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의 새 풍속도는 눈여겨 볼만하다. 고총리는 31일에는 국민회의 김원길(金元吉), 자민련 이태섭(李台燮)정책위의장을 차례로 만나 「협조」를 요청키로 했다. 물론 신한국당 이해구(李海龜)정책위의장과도 조만간 자리를 함께 할 예정이다. 그러나 여당의 주요당직자와 정부 장관들이 다 함께 만나 국정전반을 논의하던 종래의 「고위당정회의」는 아직 계획돼 있지 않다. 정부 일각에서 『이제 신한국당은 여당이라기 보다 원내 다수당이며 그나마 분열양상을 보여 정부가 어떻게 대해야 할지 난감하다』는 말을 하는 현실이 실감나는 요즘이다. 〈윤정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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