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 뒤안길]윤영찬/그들만의 협상

  • 입력 1997년 10월 28일 19시 47분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대통령후보 단일화 협상기구를 이끄는 한광옥(韓光玉), 김용환(金龍煥)부총재는 입이 무겁기로 정평이 나 있다. 한부총재는 별명이 「자크」이고 김부총재에게는 최근 「2중자크」라는 별명이 새로 붙었다. 그러나 두사람의 「명예로운」 별명은 후보단일화 협상이 얼마나 폐쇄적으로 진행됐는지를 입증한다. 실제 두사람은 단일화 협상을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했다. 「협상―총재보고―지침수령―협상」이라는 쳇바퀴를 돌았다. 27일 김대중(金大中·DJ) 김종필(金鍾泌·JP)두 총재의 청구동 회동도 야음(夜陰)을 틈타 극비리에 이뤄졌다. JP의 이동복(李東馥)비서실장조차 28일 아침 『신문을 보고 알았다』고 말할 정도다. 이러니 양당 13명씩인 단일화추진위원 간에도 「알곡」이 있고 「쭉정이」가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한, 김부총재는 『협상결과를 단일화추진위와 당무회의에서 추인을 받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역시 요식행위일 뿐이다. DJ가 후보를 양보한 JP의 자택으로 찾아가 『고맙다』며 인사까지 한 마당에 협상결과가 바뀔리 만무하다. 양당은 나라의 장래를 좌우할 「국가대사」를 단 몇사람의 머리로 뚝딱 해치웠다. 공청회는 물론 당내 여론수렴절차조차 거치지 않았다. 내용면에서도 의문이 적지않다. JP는 『내각제만 되면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여러차례 밝혀 왔다. 그런데 자민련은 이번 협상에서 「내각제 개헌 뒤 대통령과 수상중 자민련이 우선 선택한다」는 전리품을 얻어냈다. 「특정인을 위한 협상」이라는 말이 무성하다. 양당 「밀실협상」은 집권에 성공한다 해도 새로운 혼란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그 짐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올 것이다. 〈윤영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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