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 뒤안길]최영훈/청와대 간 의원부인들

  • 입력 1997년 9월 10일 20시 05분


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는 유난히 잘 차려 입은 여야의원 부인들이 잇따라 방문,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김영삼(金泳三)대통령 부인 손명순(孫命順)여사초청 오찬모임에 참석한 뒤 곧바로 의원회관에 있는 남편의 사무실을 찾은 것. 의원부인들은 저마다 남편에게 청와대방문 소감을 털어놓았는데 대부분 청와대방문이 처음이어서인지 다소 들뜬 표정들이었다. 재야출신 야당의원 부인 A씨는 이날 청와대 구내를 둘러보다 벽에 걸려있던 역대 대통령들의 사진 가운데 전두환(全斗煥) 노태우(盧泰愚) 두 전직대통령의 사진을 보고는 5,6공시절 남편이 그들로부터 당했던 고초가 생각나 자기도 모르게 『저 사람들은 여기 있으면 안되는데…』라는 말이 튀어 나왔다. 그랬더니 주변에 있던 여당의원 부인들이 당황해하며 자신을 쳐다보더라고 A씨는 전했다. 다른 야당의원 부인 B씨는 『내가 앉은 원탁테이블에서 홍사덕(洪思德)정무장관, 국민회의 이협(李協)의원 부인들이 해병대에 입대시킨 아들 걱정으로 얘기꽃을 피우는데 바로 건너편에 신한국당 이회창(李會昌)대표의 부인 한인옥(韓仁玉)여사가 앉아 있어 묘한 기분이 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당 초선의원 부인 C씨는 『화사하게 화장한 손여사가 일일이 끌어안고 관심을 보여주었다』며 『손여사의 표정은 밝아 보였으나 어쩐지 손여사가 안돼 보였고 동정이 가더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또 다른 한 여당의원부인 D씨는 『여야의원 부인들이 한 자리에 모일 기회가 언제 있었느냐』며 『남편 덕분에 난생 처음 청와대에 들어가 대접 한번 잘 받았다』고 말했다. 모두들 청와대 오찬모임 초대나들이가 싫지 않았던 표정들이었다. 〈최영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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