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동엽신부의 무지개칼럼] 말을 다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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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3일 0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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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바꾸는 7가지 원리

공영방송 TV 연말특집 프로그램에 초대되어 강의를 한 이후, 경상도 진주에서 벌어진 재밌는 사례를 전해 들을 수 있었다. 나를 좋아하시는 분 가운데 한 분이 전해 준 사연이었는데, 연말특집 강의에서 말한 “사랑해”라는 말의 ‘외국어론’을 듣고 동네에서 토론이 벌어졌다는 것이었다. “사랑해”라는 말의 '외국어론'이 무엇일까? 이를 위해 나의 강의 한 대목을 재현시켜 보자.

“(방청객을 향해) 여러분, 여기 경상도분 계시죠. 그리고 안방에서 TV를 시청하고 계신 경상도분들도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제가 보니까 경상도분들 자기 배우자에게 ‘사랑해!’라는 말을 도무지 못하더라고요. 아무리 외향적인 연예인이라도 그 말을 못하고 진땀을 흘리는 걸 봤어요. 여러분, 왜 경상도분들은 ‘사랑해’라는 말을 못할까요? 그렇게 씩씩한 분들이 말이에요. 왜 그런 줄 아세요? 그것은 그들에게 ‘사랑해’라는 말이 ‘외국어’이기 때문이에요. 평생 한 번도 입술을 통해 발음해 보지 못한 단어이기 때문에 입술에 길도 안 나 있고 발음도 안 돼서 그러는 거예요. 그러기에 상대를 위하여 ‘사랑해’라고 말하고 싶으면, 이 말을 마치 영어단어 외우듯 반복해서 연습해야 합니다.”

이 말에 방송국 스튜디오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러면서 모두 고개를 끄덕여주는 것이었다. 나중에 듣고 보니 많은 경상도분들이 이 말에 공감을 하셨던 것 같다. 그리하여 진주의 한 동네에서는 함께 토론을 하며 이 말에 맞장구를 쳐주고 자신들도 한번 “사랑해”라는 외국어 단어를 연습해 보자고 웃으며 헤어졌다는 것이다.

“사랑해”라는 말을 표현하는 것과 안 하는 것의 차이는 무엇일까?
그 차이는 이 말을 반복해서 자주 할수록 서로간의 사랑은 증폭된다는 데 있다. 표현되지 않은 말은 생각에 머물지만 표현된 말은 현실로 구현되는 속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사랑해”를 마음속에만 품고 있으면 문화 자체가 서먹서먹해진다.

언어는 곧 문화다. 자주 사용되는 언어를 보면 그 사회의 문화가 가늠된다. 부정적인 사례에 해당하지만, 콜로라도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인 O. J. 하비는 언어와 폭력의 상관관계를 다음과 같이 연구하였다. 즉, 세계 여러 나라의 문학 작품을 무작위로 추출하여 작품 안에서 인간을 차별하고 비판하는 단어의 사용 빈도를 조사해 도표화 한 것이다. 그 결과, 비판적인 어휘 사용 빈도가 높을수록 비례하여 그 사회의 폭력 사건도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거친 언어를 사용하는 민족일수록 폭력적이라는 얘기다. 차제에 나는 한국의 영화문화를 얘기하고 싶다. 명절 때 흔히 개봉되는 조폭 영화만 보면 알지도 못하는 욕이 많이 나온다. 욕이 일상에서 들리는 것보다 훨씬 과장되게 나오는 경우도 많아 보인다. 이것이 우리나라를 폭력적으로 만드는 주범 아닐까. 요즘 문제시되고 있는 학원폭력도 이런 언어문화와 깊은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닐까.

우리가 평화로운 세상에서 살고자 한다면, 평화를 사랑하는 말들이 주변에 많이 퍼뜨려져야 한다. 내 이웃에게 부터 말이다.

물론 나 자신을 향해 하는 말도 중요하다. 말은 자신이 내뱉은 말이든, 타인으로부터 듣는 말이든 언제나 상호보완적이며 동시에 영향을 주는 까닭이다.

한 세기를 주름잡았던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는 경기에 앞서 항상 먼저 말로 경기를 했다고 전해진다. 조 프레이저와 긴장감 넘치는 세계 타이틀 방어전을 앞두고는 “지난번 나는 버그너와의 경기에서 진주만 기습처럼 행동했다면, 오늘은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쏠 것이다”라는 매우 적극적인 말을 남겼다. 그리고 그의 말처럼, 챔피언 벨트는 알리의 것이 되었다. 후에, 알리는 선수 생활을 은퇴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나의 승리의 절반은 주먹이었고, 절반은 승리를 확신한 나의 말이었습니다.”

이렇듯 알리의 적극적인 말은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과감한 메시지이자 승리의 날개를 달아 주는 힘이었다.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을 보면 하나같이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말을 한다는 것이다. 또한 당장은 눈에 보이지 않아도 나중에는 현실로 나타날 것을 굳게 믿는다. 만약 누군가와의 시합에 졌다면, 상황에 짓눌린다면 “내가 졌다”는 소극적인 말보다 “이번에는 졌지만, 다음번에는 꼭 이길 거야”라는 적극적인 승리의 말을 하자.

수년 전 세계적인 탐험대가 스위스 마테호른 북쪽 봉우리 등반을 준비 할 때였다. 당시만 해도 그곳은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던 미지의 땅이었다. 출정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 기자가 물었다.

“정말로 마테호른의 북쪽 봉우리를 정복할 계획입니까?”
한 대원이 대답했다.
“최선을 다할 겁니다.”
또 다른 대원이 이렇게 말했다.
“죽을힘을 다할 겁니다.”
그런데 한 대원이 다른 이들과는 조금 다른 대답을 했다.
“나는 마테호른 북쪽 봉우리 위에 서게 될 것입니다.”
세계 각지에서 내로라하는 탐험가로 구성된 탐험대원 가운데 단 한명만이 그곳을 정복하는 데 성공했다. 바로 “나는 북쪽 봉우리를 정복할 것이다”라고 말했던 그였다. 승리의 언어가 가져온 쾌거였다.

차동엽 신부 '한국형 자기계발서'로 행복과 성공의 이정표를 제시하며 무지개 빛깔 축복을 선사한 『무지개 원리』의 저자. 현재 인천가톨릭대학교 교수 및 미래사목연구소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대표작 『무지개 원리』(2007)를 비롯하여 『맥으로 읽는 성경』 시리즈, 『통하는 기도』, 『뿌리 깊은 희망』 『행복선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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