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뒤 한국을 빛낼 100인]<7·끝>조광래 감독이 말하는 손흥민 독일 함부르크 축구선수

  • Array
  • 입력 2011년 4월 14일 03시 00분


코멘트

“축구에 대한 이해-창의적 적용 능력 탁월, 경기 스타일 너무 착해… 투쟁심 더 키워야”

축구 대표팀 조광래 감독(57·왼쪽)은 지난해 11월 독일로 날아가 처음 손흥민(19·함부
르크)의 플레이를 본 뒤 “유럽 선수들과 경쟁하며 몸에 익힌 저돌적인 공격 본능에 매
료됐다”고 했다. 조 감독이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국가대표팀 훈련 도중 손흥민과 정
답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동아일보DB
축구 대표팀 조광래 감독(57·왼쪽)은 지난해 11월 독일로 날아가 처음 손흥민(19·함부 르크)의 플레이를 본 뒤 “유럽 선수들과 경쟁하며 몸에 익힌 저돌적인 공격 본능에 매 료됐다”고 했다. 조 감독이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국가대표팀 훈련 도중 손흥민과 정 답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동아일보DB
손흥민을 처음 봤을 때 “이놈, 물건이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나이에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의 경기에 출전할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대성할 가능성이 충분했다. 그래서 직접 보고 싶었다. 손흥민의 경기에 맞춰 지난해 11월 독일로 날아갔다. 직접 보니 역시 내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문전에서의 과감한 슈팅과 수비 뒤로 빠져 들어가는 움직임이 남달랐다. 슛을 날리기 위해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줄기차게 스스로 슈팅 기회를 만들었다. 유럽 선수들과 함께 경기를 하면서 몸에 밴 ‘공격 본능’이었다. 바로 대표팀에 발탁했다.

현재 손흥민은 유망주에 불과하다. 더 배워야 한다. 하지만 잘 관리하면 10년 뒤에는 한국 축구의 중심에 설 것이 확실하다. 한국 축구가 세계 일류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유럽 축구를 뛰어넘어야 한다. 유럽 축구의 힘과 높이, 거친 스타일 등을 극복해야 한다. 손흥민은 그 유럽 무대에서 훌륭하게 적응하고 있다. 이런 경험은 한국 축구의 세계화에 알토란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손흥민에게 앞으로의 10년은 더 중요하다. 경기 출전 시간을 늘려 확실한 주전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그 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등 빅리그에 입성해야 한다. 빅클럽이 아닌 하위팀이라도 ‘큰물’에서 철저한 프로의 생리를 경험하고 내성을 길러야 10년 뒤 본인이 원하는 세계적인 선수가 될 수 있다.

나는 많은 선수들을 발굴해 육성했다. 박주영(AS 모나코)을 비롯해 이청용(볼턴), 이정수(알사드), 이영표(알힐랄), 윤빛가람(경남) 등이 있다. 인재를 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신체적인 조건보다 축구에 대한 이해력과 영리함이다. 잔기술이 좋은 선수는 많다. 하지만 영리하지 않으면 큰 선수가 되지 못한다. 직접 경기를 시켜보고 90분 동안 단 한 장면이라도 남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기발한 플레이가 나온다면 언제든지 발탁해왔다. 박주영과 이청용이 그런 사례다. 기술은 훈련을 통해서 발전시킬 수 있다. 하지만 축구 지능과 영리함은 그렇게 하기 힘들다.

손흥민은 영리하다. 특히 축구를 이해하고 창의적으로 적용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아직 어려 기술이 부족하지만 계속 경기에 나서고 훈련을 한다면 언젠가는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2% 부족한, 그라운드에서의 투쟁심을 좀 더 키운다면 좋겠다. 훈련을 시켜보고 몇 차례의 경기를 직접 보면서 손흥민의 플레이 스타일이 너무 착하다고 느꼈다. 축구는 총만 들지 않았지, 전쟁이다. 좀 더 끈질기고 근성 있는 모습이 필요하다. 외국 선수를 역할 모델로 삼을 수도 있겠지만 프랑스에서 활약하는 박주영을 유심히 지켜보고 배웠으면 좋겠다. 박주영처럼 목표의식과 자기 관리가 투철한 선수는 보지 못했다. 스스로 부족한 점을 깊이 생각하고 발전시킨다면 손흥민은 분데스리가의 영웅 ‘차붐’ 차범근 전 수원 삼성 감독이나 프리미어리그의 ‘산소탱크’ 박지성에 필적하는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다.

축구는 하나의 거대한 산업이다. 축구는 더 큰 스포츠 비즈니스로 성장할 것이다. 이런 흐름에 따라가려면 우리도 세계적인 축구 인재를 키워야 한다. 한국 축구는 월드컵에서의 활약과 박지성 등 경쟁력을 갖춘 스타들이 배출되면서 국제무대에서 인정받고 있다. 지금까지는 차범근, 박지성, 박주영 등이 국제무대에서 한국 축구를 알리는 전령사였다. 손흥민은 그 바통을 이어받기에 손색없는 차세대 한국 축구의 핵심 주자다.

요즘 자녀를 운동선수로 키우려는 부모가 많다. 그런데 많은 부모가 자기 자녀를 박지성, 이영표 등 스타급으로 착각한다. 이런 지나친 기대나 과대평가가 오히려 자녀를 망가뜨리는 역효과를 내기도 한다. 지도자를 믿어야 한다. 자녀에게는 철저한 자기 관리와 노력이 결실을 거둔다는 인생의 기본적인 미덕을 심어줘야 한다. 부모의 인성이 자녀의 성공을 좌우하는 시대가 됐다. 항상 겸손하게 접근해야 한다. 내가 어린 선수들을 일찍 프로팀으로 데려와 큰 선수로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부모들이 나를 믿었기 때문이다. 최근 부모와 지도자의 신뢰가 많이 무너졌다. 서로의 신뢰를 다시 회복해야 한다.

정리=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