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성형수술비 지원” 정치권 욕하면서 닮는 총학선거

동아일보 입력 2011-11-19 03:00수정 2011-11-19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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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가 선심공약 남발
‘총여학생회가 네일아트 및 에스테틱 숍과 제휴해 최고 30%의 할인 혜택을 드리겠습니다.’ 동국대 총여학생회 회장 및 부회장 선거에 후보를 내보낸 한 선거본부가 내세운 공약 중 하나다. 18일 오후 2시경 찾은 서울 중구 필동 동국대 사회과학대 건물 입구에는 총학생회와 총여학생회 간부를 뽑는 선거를 앞두고 각 선거본부의 공약 자료집이 가득 쌓여 있었다. ‘네일아트 할인’ 공약을 내세운 이 선거본부의 자료집에는 ‘엄마와 가장 뜻깊은 소풍을 다녀온 학우에게는 제주도 여행이 50%’라는 여행비 지원 공약도 담겨 있었다.

최근 총학생회를 비롯한 학생회 간부를 뽑는 선거를 앞두고 일부 대학의 몇몇 선거본부가 기성 정치인의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공약’을 방불케 하는 선심성 공약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 비데 설치에서 성형수술비 지원까지

최근 총학생회 선거 운동을 시작한 숙명여대가 대표적이다. 두 개의 선거본부 중 한 곳은 ‘숙명인의 구두를 책임진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구두 수선 전문가를 학교로 초청해 학생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구두를 수선할 수 있게 하는 ‘숙데렐라, 호박마차’ 행사를 정기적으로 열겠다는 것이다. 이 선거본부는 ‘교내 현금입출금기(ATM) 수수료를 면제하겠다’는 공약도 내세웠다. 상대 진영은 전 캠퍼스 화장실에 비데를 설치하겠다는 맞불 공약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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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학기술대(옛 서울산업대)의 한 선거본부는 토익 텝스 등 어학시험에 응시할 경우 학교가 응시료 일부를 지원하게 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경희대에서는 졸업여행 때 전 학생에게 왕복 교통비와 숙소 사용료를 지원하겠다는 공약도 나왔다. 성균관대에서는 한 후보가 ‘학내 무료 프린터 설치 확대’ 공약을, 경쟁 후보 측은 ‘삼성병원과 연계해 건강검진 비용 무료화’ 공약을 내놨다. 심지어 우석대의 한 총학생회장 후보는 ‘학우 여러분도 김태희, 조인성이 될 수 있다’며 성형수술 지원이라는 황당한 공약을 내놓기도 했다.

○ 냉담한 유권자

학생들 사이에서는 공약을 지키지 못할 것이 뻔하고 혹시 지키더라도 비용을 감당하느라 등록금만 오르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성균관대 관계자는 “교수가 건강검진을 받아도 할인이 안 된다”며 “학생 전원 무료 건강검진은 선거용 공약일 뿐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울산대 총학생회 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후보 측은 “태블릿PC 전원 무상 지급”이라는 공약을 내걸었다가 이를 지원키로 한 기업과의 협상 문제로 지급이 늦어지면서 학생들의 비난을 받았다. 2008년 경희대 총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후보는 예산 계획 없이 ‘재학생 대상 인터넷 요금 지원 사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가 재학생들이 인터넷 서비스 업체를 변경하면 요금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던 동문이 잠적해 곤욕을 치렀다.

선심성 공약으로 인한 폐해는 늘고 있지만 정작 각 대학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 세부규칙에는 공약에 관해 규정한 부분이 없다. 이에 따라 선심성 공약을 제재할 수단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이광재 사무총장은 “총학생회 선거가 기존 정치권 선거보다도 혼탁하게 치러지고 있다”며 “총학생회장 후보의 선심성 공약은 민주주의의 미래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이어서 우려된다”고 말했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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